러 나토 군사훈련, 우리와 '잠재적 분쟁' 준비하는 것
▲ 4일(현지시간) 독일군과 미국군이 폴란드에서 나토의 '확고한 방어자'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가리켜 자국과의 잠재적 분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나토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확고한 방어자'(Steadfast Defender) 훈련을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진행하고 있다 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나토 연합군은 시나리오에 따라 하이브리드 활동과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 며 나토가 우리와 잠재적 분쟁을 심각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이브리드 활동'이란 일반적으로 정규전과 비정규전에 사이버, 인프라 공격 등을 결합한 형태를 의미합니다. 나토는 지난 1월 병력 9만 명을 동원한 '확고한 방어자 2024' 연합 군사훈련을 5월까지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 2일 나토가 각 회원국에서 러시아에 의한 '하이브리드 활동'이 격화하고 있다며 경고 성명을 낸 것을 가리켜 반러시아 정서를 높이려는 것 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나토와 일부 회원국이 유럽 내에서 전례 없는 군사적 움직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나토는 체코, 에스토니아,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영국에 영향을 주는 적대적 활동에 연루된 여러 개인에 대한 조사 및 기소를 포함해 나토 영토에서의 악의적 활동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가 대서양 전역에 걸쳐 지속해 수행 중인 격화된 선전 활동의 일부 라며 여기에는 허위 정보 유포, 사보타주(파괴 공작), 폭력 행위, 사이버와 전파 방해와 기타 하이브리드 작전이 포함된다 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독·체코 러 해킹그룹 APT28 공격받아 …EU 제재 경고
유럽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술에 노출됐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독일과 체코 정부가 3일(현지시간) 러시아 해킹 그룹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호주를 방문 중인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월 사회민주당(SPD) 지도부 이메일 해킹 사건이 러시아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베어보크 장관은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에서 지시받는 APT28 그룹의 공격이라고 분명히 밝힐 수 있다&'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집권 사민당은 지난해 지도부 이메일이 해킹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러시아 측의 소행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독일 내무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사민당뿐 아니라 물류·방산·항공우주·IT 분야 기업과 재단 등이 APT28에 해킹당했다고 공개했다. 내무부는 이들이 해외에서도 공격받았다며 &'특히 에너지 분야 정부 기관과 핵심 인프라를 표적 삼았다&'고 전했다. 사이버 공격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의 취약점을 악용해 이메일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최소 2022년 3월부터 이뤄졌다고 내무부는 덧붙였습니다. 독일 외무부는 러시아 공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정치권은 이전에도 러시아 해킹그룹 APT28의 대규모 공격을 받았습니다. APT28은 2015년 4∼5월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지역 사무소 이메일을 포함해 연방하원에서 16GB 분량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독일 당국은 파악했습니다. 독일 법원은 2020년 APT28 요원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적 해커 드미트리 바딘의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연방 헌법수호청은 GRU를 APT28의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독일 내무부 발표에 이어 체코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독일과 비슷한 시기 자국 기관에 대한 APT28의 해킹 공격을 정보당국이 파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체코 외무부는 &'러시아는 장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체코의 민주주의와 안보를 전복시키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체코 정부 당국자들은 AFP 통신에 APT28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해킹이 MS 아웃룩의 취약점을 이용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최근까지도 체코 기반 시설을 겨냥한 유사 해킹 공격이 수십차례 이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정부 조직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APT28의 일반적 활동에 대한 비난은 사실무근&'이라며 &'독일 내 반러시아 정서를 조장하고 러시아와 독일 관계를 파괴하려는 또 다른 비우호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내달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한 러시아 당국의 첩보·선전 활동을 공개 경고하는 일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독일과 체코가 속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잇달아 성명을 내고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의 악의적 행동을 예방하고 억제, 대응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습니다. 앞서 EU는 2015년 독일 연방하원 사이버 공격과 관련 APT28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나토는 독일·체코 외에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 다른 회원국도 APT28의 해킹 표적이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날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활동이 격화했다면서 러시아를 향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뉴스토리] 공무원 퇴사합니다 - 그들이 떠나는 이유
지난 3월 5일, 김포시청 9급 공무원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포시 도로관리과에서 관내 도로 보수를 담당했던 A 씨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일부 민원인들에 의해 인터넷 카페에 신상이 공개된 것이 비극을 불렀다는 게 가족과 동료들의 이야기다. &<뉴스토리&> 취재진은 A 씨가 사망하기 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흔적을 역추적했다. 취재 결과 지난겨울 유난히 비·눈이 잦아 김포에서는 도로 파임, '포트홀' 민원이 폭주했다. 하루 50~60통은 기본, 많게는 100통의 관련 민원 전화가 쏟아졌다 라고 동료들은 말했다. 김포시는 도로 보수 공사를 예정보다 앞당기기로 했고, 그렇게 A 씨가 담당했던 도로의 공사가 지난 2월 29일 진행된 것. 하지만 이번엔 보수 공사로 도로가 통제돼 차가 막힌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카페에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라며 A 씨의 신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가 사망 전 친했던 동료와 마지막으로 나눈 SNS 대화에는 '출근하기 싫다', '트라우마로 일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있던 걸로 확인됐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다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공무원에 도전해 새 출발한 지 1년 6개월 만에 사망한 A 씨. 어렵게 &<뉴스토리&> 인터뷰에 응한 A 씨 가족은 민원인들이 신상을 공개한 것이 한 가정을 무너뜨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악성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폭행, 욕설 등을 동반한 악성 민원은 2019년 3만 8,054건에서 22년 41만 1559건까지 늘었다. 민원 현장에서는 이런 위법 행위뿐만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악의적 반복 민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악의적 반복 민원은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전화, 온라인 등 다양한 접수창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의 공무 방해 행위를 말한다. 뉴스토리가 만난 일부 공무원은 열 달 넘게 한 민원인에게 시달리기도 했는데, 이 민원인은 500개 민원을 넣겠다 라며 오늘은 오백분의 일 이라는 장난스러운 제목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같은 민원을 넣는 사람도 있다 라는 현장 공무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악성 민원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와 더불어 행정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준이 높아지며 현장의 민원 행정 업무가 많아졌고, 업무는 많아진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급여 등을 이유로 최근 5년 차 미만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도 잇따르는 상황. 한 때 '신의 직장'으로 선망받았던 공무원이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걸까. 이번 주 &<뉴스토리&>는 최근 공무원 사회에 이어지는 비극과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증가의 원인과 실태를 살펴보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출근 시간 맞춰 반복적 민원 제기…'직원 민원인' 실태 보니
&<앵커&> 공무원에 대한 악성 민원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죠. 민원 현장에서는 악의적으로 반복해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을, 직업 민원인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는데요. 그 실태가 어떤지 박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방 도시 한 구청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A 씨. A 씨는 지난해 악의적인 반복 민원으로 열 달 넘게 고통을 겪었습니다. [9급 지방직 공무원 : 직업 민원인. 딱 일어나면 저희 출근 시간 맞춰서 관내를 돌아다니면서 민원을 막 제기하는 거죠. (그래도) 답변은 다 해야 해요.] 하루에 수십 건씩 민원을 넣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9급 지방직 공무원 : (전화로) 저 민원 500개 넣을게요, 이렇게 하더니 (온라인으로) 민원을 넣어놓고 밑에다가 500분의 1. (500개 중에 첫 번째다?) 네. 그냥 괴롭히려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현행 민원처리법은 동일 민원을 3번 이상 반복할 경우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금만 수정해서 올리면 별건의 민원으로 접수됩니다. 실제 최근 2년간 접수된 정보공개청구 민원 354만 건 가운데 82만 건은 단 10명이 청구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7급 국가직 공무원 : 10년 넘게 민원을 넣으셨던 분이 있는데, 전화하면 1시간이나 2시간은 기본으로….] 얼마 전 비극적으로 숨진 김포시 공무원도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지만, 이미 그전부터 빗발치는 민원 전화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사망한 김포시 공무원 어머니 : 회사 동료하고 카카오톡 나눈 걸 봤는데 '너무 힘들다', 마지막 글은 '출근하기 싫다' (였어요.)] 5년 차 미만의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 현상이 해마다 심해지면서 전체 퇴직 공무원의 4분의 1에 육박합니다. 공적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중배/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그 친구들이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친구들이 7급이 됐을 거예요. 그러면 7급이 일할 수 있게 업무 경험이 생기는데, 그 빈자리를 9급 신규로 메우다 보니까 이제 업무를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업무가 되는 거예요.] 정부는 욕설이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민원 전화는 끊을 수 있도록 하고, 악의적인 반복 민원은 적극적으로 종결 처리하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기 전에는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 악의적 민원은 시급한 다른 민원의 처리를 늦추는 만큼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디자인 : 서동민·홍지월)
저 500개 넣을게요 …공무원 울린 '직업 민원인' 실태
&<앵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어제(2일) 전해 드렸습니다. 현장에서는 하루에 수십 차례 민원을 내는 사람들을 '직업 민원인'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그 실태를 박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방 도시 한 구청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A 씨. A 씨는 지난해 악의적인 반복 민원으로 열 달 넘게 고통을 겪었습니다. [9급 지방직 공무원 : 직업 민원인. 딱 일어나면 저희 출근 시간 맞춰서 관내를 돌아다니면서 민원을 막 제기하는 거죠. (그래도) 답변은 다 해야 해요.] 하루에 수십 건씩 민원을 넣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9급 지방직 공무원 : (전화로) 저 민원 500개 넣을게요, 이렇게 하더니 (온라인으로) 민원을 넣어놓고 밑에다가 500분의 1. (500개 중에 첫 번째다?) 네. 그냥 괴롭히려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현행 민원처리법은 동일 민원을 3번 이상 반복할 경우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금만 수정해서 올리면 별건의 민원으로 접수됩니다. 실제 최근 2년간 접수된 정보공개청구 민원 354만 건 가운데 82만 건은 단 10명이 청구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7급 국가직 공무원 : 10년 넘게 민원을 넣으셨던 분이 있는데, 전화하면 1시간이나 2시간은 기본으로….] 얼마 전 비극적으로 숨진 김포시 공무원도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지만, 이미 그전부터 빗발치는 민원 전화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사망한 김포시 공무원 어머니 : 회사 동료하고 카카오톡 나눈 걸 봤는데 '너무 힘들다', 마지막 글은 '출근하기 싫다' (였어요.)] 5년 차 미만의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 현상이 해마다 심해지면서 전체 퇴직 공무원의 4분의 1에 육박합니다. 공적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중배/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그 친구들이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친구들이 7급이 됐을 거예요. 그러면 7급이 일할 수 있게 업무 경험이 생기는데, 그 빈자리를 9급 신규로 메우다 보니까 이제 업무를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업무가 되는 거예요.] 정부는 욕설이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민원 전화는 끊을 수 있도록 하고, 악의적인 반복 민원은 적극적으로 종결 처리하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기 전에는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 악의적 민원은 시급한 다른 민원의 처리를 늦추는 만큼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디자인 : 서동민·홍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