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진희, 40대 중반에도 여전히 멋진 이유
1971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46세(만44세)인 지진희는 여전히 여심(女心)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지닌 배우다. &'멋지게 늙는&' 대표 배우로 할리우드에 조지 클루니, 한국에 안성기가 있다면, 그 계보를 잇는 남배우 중 가장 독보적인 게 바로 지진희다. 20대든 50대든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는 재주를 지닌 지진희. 그만큼 중년의 멜로를 잘 표현할 줄 아는 남배우가 얼마나 될까. 지진희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최진언 역을 맡아 &'중년 멜로남&'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초반엔 &'불륜남&'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되고 전처 도해강(김현주 분)을 향한 진심이 절절히 그려지며 여성 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진희의 눈빛만 봐도 떨린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고, &'지진희가 이상형&'이라는 여성들이 넘쳐났다. 실제로 마주한 지진희는 드라마 속 최진언이 튀어나온 듯 젠틀했고, 부드러웠다.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했고, 동시에 남자다운 뚝심까지 갖췄다. 짧은 시간의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가 왜 여성 팬들에게 사랑받는지, 그 이유를 말이다. Q. 50부작의 긴 드라마를 끝냈어요. 실감이 나나요? &'나죠.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으니까요.(웃음) 대본의 압박도 안 받고요. &'애인있어요&'의 대본은 한 번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분석을 필요로 했어요.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 썼는지 대본만 보면 알아요. 그래서 허투루 볼 수 없었어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내가 못 표현하면 어쩌지&', &'이건 어떤 느낌일까?&'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해서 쉽지 않은 드라마였어요. 대신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풍성하고 깊은 느낌을 받았나봐요. 그게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자 매력적인 부분이었죠.&' Q. &'애인있어요&'가 진언과 해강이 다시 결혼해 한 집에서 아웅다웅 사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어요. 이런 결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음에 들어요. 사람 사는 게 그렇지 않나요?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부딪히고, 이런 과정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얘기잖아요. 결말은 &'사는 게 이런거야&'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애인있어요&'를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불륜&'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불륜 아니에요. 그걸 더 깊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애인있어요&'였어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부부관계를 다시 생각해 봤다는 사람도 많았고, 남자 시청자들도 좋았다는 반응이었어요. 깊이 있는 드라마로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에요.&' Q. 드라마의 호평과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낮았는데, 그건 아쉽지 않아요? &'배우들 사이에선 만족도가 컸어요. 이런 드라마, 이런 작가님, 이런 감독님 진짜 만나기 힘들어요. 대본을 보며 배우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고, 50부동안 별탈 없이 끝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는 게 굉장히 만족스러운 일이죠.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장들이 있어요. 우린 비록 시청률이 안 나왔지만, 힘든 거 없이 다들 끝까지 재밌게 찍었어요.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몸으로 느낀 체감 시청률은 40~50%였거든요. 그동안 많은 드라마를 찍었지만 이 정도의 체감은 아니었어요. 시청률이 전부가 아닌 것 같아요.&' Q. 최진언이 초반 강설리(박한별 분)를 선택하며 &'불륜남&'이라 욕을 먹었잖아요. 물론, 드라마가 끝난 지금은 최진언이 얼마나 도해강을 향해 순정적이었는지 알지만요. &'진언이는 한 여자를 사랑한 거 밖에 없어요. 우유부단하고 아빠한테 기죽어 있는 성격이었는데, 그래도 한 가지, 해강이를 향한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사랑이었어요. 불륜이 아니에요. 해강이가 결혼 후 돈과 권력을 위해 독해지며 누가 봐도 이혼해야 할, &'이 여자랑은 못 살아&' 싶을 정도로 상황이 극단적으로 흘렀죠. 결정적으로 진언은 해강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헤어질 마음을 가졌던 거고, 거기에 죽을 뻔한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 해강이 아닌 설리였죠. 진언이는 설리한테 계속 얘기해요. 널 대하는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결과적으로 그건 사랑이 아니었고요. 진언이는 해강이를 한결같이 사랑하지만, 해강이가 자길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기도 사랑하지 않겠단 마음이었던 거예요. 진언이는 그 사랑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요. 아마 해강이가 죽었다면 진언이는 혼자 살았을 걸요?&' Q. 사랑을 말하고 있는데 불륜으로 오해 받는 상황이 억울했을 수도 있겠어요. &'오히려 그게 맞죠. 제 생각이 절대 맞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 드라마를 봐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봐요. 똑같이 생각하는 건 가짜예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보는 시각이 다르잖아요. 다 똑같을 수 없죠. 다양한 건 좋은 거예요.&' Q. 50부를 함께 한 최진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한다면요? &'해강이랑 잘 살아라. 둘이 그 정도 했으면 당연히 잘 살고 행복할 거 같다. 엄청난 일들을 겪었으니, 못 살 수가 없다. 더 이상의 고통이나 풍파는 없을 거야. 이제 잘 살 일만 남았다.&' Q. 김현주 씨랑은 2004년 SBS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이후 11년만에 다시 만났어요. 두 번째 연기 호흡, 어땠나요? &'50부를 찍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저같은 경우에는 매번 우는 신이 나와야했고, 현주씨는 1인 3역, 4역에 가까운 연기를 해야했죠.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건 환경이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 현주씬 정말 저와 찰떡궁합이었어요. 현주씨가 양보하고 배려한 게 있었을 테고, 저 또한 그랬죠. 서로 그런 게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에요. 다른 드라마에선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한 두 개씩 꼭 터져나와요. 여기선 그런 게 없었다는 것, 다들 그만큼 애를 썼다는 거죠. 그 부분은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애인있어요&'를 배우 지진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제 마지막 작품이 제 인생의 최고 작품이라 생각하고 돌아가고 싶어요. 끊임없이 노력할 테니까요. 다음 작품은 이보다 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안주하면 안 되요.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해요.&' Q. 그래도 &'애인있어요&'를 통해 40대 멜로 남자주인공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것 같은데요. &'다른 또 멋진 배우, 캐릭터가 나올 거예요. 그건 당연한 거죠. 고여 있으면 썩어요.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 정도 나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제게 공감했다면, 이 이상의 나이가 됐을 때 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 있다는 거예요.&' Q.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46세까지 계속 멋짐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지,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순간이에요. 늘 수양 아닌 수양을 해야해요. 그럼에도 사람은 흔들려요. 나태해지고 쉬고 싶어지죠. 다시 일어나 뛰어야 해요.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는 멋진 선배들을 보면, 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Q. 젊음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기 위해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연예인이 많잖아요. 그런 도움(?)을 받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기적으로 필요하다면 모를까, 전 (그걸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한 감독님이 제게 &'절대 얼굴에 뭐 넣지 마라&'고 했어요. 배우는 말로도 연기하지만 눈빛으로도, 근육의 움직임으로도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성형으로 인해)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 없어 전달이 안 되면 안되지 않냐는 이유였죠. &'그렇겠다&' 싶었어요. 나이가 들어 살이 쳐지거나 그런건 운동으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엔 시청자가 성형한 얼굴인지 자연스러운 얼굴인지 더 잘 알아요.&' Q. 드라마나 영화 말고,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도전할 마음은 없나요? &'전 연기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회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연기를 하게 된 경우죠. 연기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계속 배운다는 생각이에요. 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죠. 아직 그 쪽으로는 용기가 안 나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뮤지컬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Q. 지진희씨는 금속공예, 도자기공예 등의 취미생활로도 유명하잖아요. 요즘엔 바빠서 잘 못 했을 것 같은데요? &'바쁘니까 쉽진 않지만, 늘 생각은 하고 있어요. 취미는 무조건 가져야 해요. 취미가 주업을 넘어서면 안 되겠지만, 그걸 통해 좀 더 활기차게 지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요. 옛날엔 스트레스를 풀 데가 많지 않았어요. 술을 마신다고 해서 풀리지도 않고요. 지금은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존재해요. 여러분도 취미생활을 해보세요. 사는 게 훨씬 재밌어 질 거예요. 전 공예를 계속 하고 싶어요. 올해엔 도자기 공예대전에도 꼭 나가고 싶고요. 언젠가는 공예 쪽으로 유학도 가고 싶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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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