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권상우 배우로서 아웃사이더, 결핍 많다 …쉼없는 작품 활동의 이유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권상우는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배우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천국의 계단' 같은 로맨스와 멜로도,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액션 학원물도, '포화속으로' 같은 전쟁물도, '신의 한수:귀수편' 같은 범죄 느와르도 자기만의 색깔로 잘 소화해냈다. 20~30대의 권상우는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연예계를 대표하는 '몸짱' 청춘스타의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4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권상우는 그때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영화 '탐정' 시리즈, '히트맨', '스위치', 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리즈, '위기의 X' 등 코미디와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권상우가 과거의 권상우보다 더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지난 13일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한강' 또한 권상우의 인간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코믹 수사극이다. '한강'은 한강경찰대가 한강을 둘러싼 범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6부작 드라마다. 권상우는 극 중 남다른 사명감과 정의감이 가득한 한강경찰대 소속 한두진 경사 역을 맡아, 이제는 자신의 주특기로 자리매김한 코믹과 액션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아내 손태영과 자녀들이 미국에 머물고 있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권상우는, 가족과 떨어짐을 불사하며 쉼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그의 사그라들지 않는 연기 열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결핍'에서 비롯된다. 배우로서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 생각한다며 결핍을 말하는 권상우는, 이를 채우기 위해 더 부지런하게 작품을 찾는다. '히트맨2'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한강'의 제작발표회를 끝낸 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 권상우를 지난 21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Q. '한강'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나. 사실 한강경찰이란 직업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우리가 자주 지나다니고 놀러 나가기도 하는, 이 넓은 한강을 지키는 경찰의 이야기다. 경찰이 주인공인 작품이 참 많지만, 그들과는 다른,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게 됐다. Q. 지난 13일부터 일주일에 2부씩 순차적으로 '한강'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있다. 지금, 어떤 심정으로 작품 공개를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4부를 끝까지 못보고 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늘 하루 할 일이 많았다. 아들 축구시합이 있어서 다녀오고, 라이딩을 해줬다. 그리고 '한강' 3~4회가 공개된 걸 보려니, 인터뷰 시작 전까지 4회를 다 볼 수가 없더라.(웃음) 나중에 6부까지 다 공개된 후, 한번 쭉 봐야할 거 같다. 시청자가 어떻게 봐 주실까, 저도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한강경찰'이란 직업군을 다시 생각해 봤을 거 같은데? 저희가 연기하며 입은 한강경찰 옷이, 그동안 한강에 갈 때는 제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제가 이 역할을 하고 난 후에 한강에 나가면, 저희랑 똑 같은 옷을 입고 실제로 일하는 한강경찰들, 그들의 순찰함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더라. 한강이 굉장히 긴데, 거기에 그렇게 지구대가 많은 지도 몰랐다. 촬영하면서 한강경찰 분들이나 바지선에서 작업하는 분들을 만나 대화를 해봤더니, 한강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 그 인원수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한강경찰은 한강에 오는 시민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업무와 관련해 많은 일을 한다. 또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일도 한다. 얼마나 힘들지, 그 분들의 노고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얼마 전에 다큐에서 한강경찰이 사고로 돌아가신 것도 봤는데, 그렇게 자기 목숨을 걸고, 사명감 있게 하는 일이다. 그런 직업에 대한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Q. 수영, 잠수, 스킨스쿠버 등 고난도 수중 촬영이 많았다. 원래 수영은 어느 정도 했는지, 이번 작품 때문에 따로 훈련을 했다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수영을 따로 배워본 적은 없는데 물을 안 무서워한다. 수영을 잘하진 않는데, 깊은 물에서 수영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잠수하고 그런 게 즐겁고 두려움도 없었다. 훈련 첫날부터 10미터 다이빙풀에 들어가 1분 있다가 나오고, 5초, 10초, 시간을 늘려갔다. 되게 묘한 매력이 있더라. 10미터만 들어가도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거 같다. 물 속에서 참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인데 그 안에 목표로 하는 한 컷을 찍기 위해, 여러 번 물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성취감도 있고,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또 수중신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Q. 한강경찰 한두진 캐릭터를 연기하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제게 한강경찰은 생활 밀착적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같이 한강경찰로 활약하는 (김)희원이 형과 얘기한 게, '한강경찰을 날 선 모습 없이, 옆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재밌고 편안하게 다가가보자'였다. 다만 범죄자를 만났을 땐 한강경찰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전 편안하게 촬영하려고 했다. 친숙하게 보이고 싶어서, 이번에는 체중 조절 같은 것도 안하고 편안하게 먹고 그랬다. Q. '한강'이 원래 영화로 기획됐다가 6부작 드라마로 확장됐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나? 저와 희원이 형은 '한강'을 영화로 기획할 때부터 출연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게 영화가 아니라 6부작이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틀어졌는데, 처음에는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대본의 완성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이를 위해 애썼을 감독님의 시나리오 개발 노력이 보이더라. 이 정도의 시나리오라면, 우리끼리 현장에서 잘 만들어 나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한강'에는 박호산 선배님 같은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분들이 드라마를 채워주시는 거 같다. 여러 배우들이 같이 호흡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현장에서 베테랑 배우들이 준비해온 연기를 푸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Q. 러브라인이 있는 배다빈 배우와 실제로 17살 차이가 난다. 나이차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연기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여자배우들과의 나이차가 어쩔 수 없이 점점 난다. 하지만 배우이지 않나. 당연히 캐릭터에 맞춰서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나이차가 많이 난다고 해도, 시청자들한테 어색하지 않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미국에 와있는 동안도, (관리를 위해) 절대 금주를 하고 있다. Q. 함께 한강경찰대로 활약한 김희원, 신현승, 배다빈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희원이 형은 영화 '신의 한수:귀수편' 때 같이 호흡을 맞췄는데, 평소에도 종종 연락하는 사이다. 제가 '한강'을 선택한 것도 희원이 형의 캐스팅이 컸다. 다빈이나 현승이는 어린 배우들이라,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선배들을 대하는 게 좀 어려웠을 거다. 현승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 쑥스러워하고 어색해 하는 모습을 보니, 제 옛날 모습을 보는 거 같았다. 이 작품을 찍기 위해서 체중을 많이 감량하고 나름 준비를 많이 했더라. 다빈이는 굉장히 밝고 명랑하다. 현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편안하고 재밌게 촬영하더라. 그런 밝은 에너지 보는 것도 좋았다. Q, '한강' 제작발표회에서 악역으로 활약한 이상이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하더라. 이상이 배우와의 호흡은? '히트맨'에 상이가 작은 역할로 출연했었다. 3년이 지나 상이가 좋은 배우로 성장해 같이 작품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상이와 카메라 밖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친해졌다. 상이가 성격이 정말 좋고, 선배들과도 대화를 잘 한다. 다양한 모습이 있는 배우인 거 같고, 그런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Q. '한강'을 비롯해 최근 작품활동이 '위기의X', '스위치' 등 코미디 중심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유쾌한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솔직히 현장에서 즐거운 작품을 찍는게 배우한테 힐링이 되고 재밌다. 제가 잘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리고 코미디 장르가 아니더라도, 어떤 작품이든 관객들이 보면서 중간중간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하지만 한가지 장르에 갇혀 있는 건 또 부담스럽다. 그래서 내년도 작품을 선택할 땐,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멜로도, 액션도, 극악무도한 악역도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작품은 너무 많다. 다만 얼마전에 영화 '히트맨2' 촬영을 마쳤는데, 그건 그만의 세계관이 있지 않나. 그런 작품은 (비록 코미디라도) 계속 쭉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Q.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해 왔기에, 성패 여부에 대한 내성이 생겼을 거 같은데. 이번 작품이 공개되고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흥행에 대한 부담은 매 작품 있다. 항상 '벼랑 끝에 있다', '이거 아니면 안된다' 생각하고 작품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기도, 외면 받는 작품도 있다. 비록 수치는 나빴지만, 나중에 칭찬을 받는 작품도 있더라. 그래서 모든 작품이 저한텐 소중하고 다 의미가 있다. 그렇게 때문에 매 작품 최선을 다해 찍으려 한다. Q. 2001년 데뷔해 어느덧 23년차 배우다. 쉼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렇게 지치지 않고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 스스로가 생각할 땐, 아직도 결핍이 많은 거 같다. 제가 '배우 권상우'를 생각할 때, 아웃사이더란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더 부지런하게 작품을 찾아서 활동을 하는 거 같다.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도 있었고,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상, 인기상을 받은 적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시상식을 많이 안 가봤다.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도 몇 번 안 갔다. 그렇다고 제가 상에 연연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열심히 잘 활동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있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좀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기도, 제가 잘하는 장르의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아직 그런 도전의 연속이다. Q. 2009년생인 첫째 아들 룩희 군은 이제 아빠의 작품을 보고 피드백을 해줄 나이인데. 인상 깊은 반응이 있었나? 룩희가 이제 사춘기라 아빠한테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는 시기인데, 작년에 갑자기 뜬금없이 아빠 난 '극한직업'보다 '히트맨'이 더 재밌다 라고 말하더라. 그런 말이 룩희한텐 용기가 필요한 말이었을 거라, 고마웠다. 그래서 전 그 작품에 더 애착이 간다. 룩희가 '한강'을 보면 또 다른 아빠의 모습을 볼 테니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Q. 그럼 '한강'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평을 받고 싶은가. 한강에 나오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한강경찰처럼, 시청자 여러분들한테 권상우란 배우가 끊임없이 작품으로 멀지 않게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한강'의 한두진 경사가 옆집 아저씨 같기도 형 같기도 한 편안한 느낌인데, 정의를 위해서는 몸을 날리는 것처럼, 항상 옆에서 다양한 장르로 인사 드리고 잊히지 않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Q. '한강'이 오는 27일 5~6회 최종회가 공개된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강'이 짧아서 한번에 몰아 보시는 분들도 많을 거다. 추석 연휴 때 몰아 보기 좋은 드라마니까, '한강'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저는 이제 올해 충전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멋지게 인사 드리겠다. [사진제공=월드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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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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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