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 죽은 사람이 사망보험금 달라 요구?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진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7일 방송된 '어느 날 내가 사라졌다: 그 여자의 살인 시나리오'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겸 배우 산다라 박, 작가 주호민, 가수 백지영이 출연했습니다. (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한 여자의 죽음 때는 2010년 6월 17일 새벽. 부산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 앞이야. 차 한 대가 급히 멈춰 서더니 운전석에서 여자 한 명이 내려. 그리고는 다급하게 의료진을 찾아. 차량 뒷자리에는 여자 한 명이 쓰러져 있어. 의료진이 확인해보니 의식이 없는 상태야. 서둘러 응급실로 옮겨서 동공 반응을 체크하고 심전도 검사를 했어. 의사가 차를 몰고 온 여자한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었어. 정신을 잃은 여성은 '아는 언니'인데, 30분 전쯤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대. 언니가 심장이 안 좋아서 어제 검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대. 하지만 병원으로 실려온 여성은 호흡도, 심장 박동도 없어. 손과 발도 파래. 그 여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어. 함께 온 동생은 몇 번이나 언니가 진짜 죽은 게 맞냐고 물었어. 갑자기 지인이 죽었으니 믿기지 않았겠지. 의료진이 사망한 여성의 이름을 물었어. 동생은 울면서 70년생, 손수정(가명) 이라 말했어. 당시 40세 손수정 씨의 사망 원인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추정됐어. 그런데 손수정 씨가 사망 선고를 받고 시간이 지나도, 가족들은 오지 않았어. 결국 장례 절차는 함께 왔던 지인인 동생이 밟았어. 수정 씨는 찾아오는 가족 하나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은 거야. 그로부터 두 달 후. 서울에 있는 한 보험회사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와. 전화를 받은 사람은 보험심사과의 박근우 팀장이었어. 전화 내용은 부산 지점에서 'JS', 즉 '진상 손님'이 나타났다는 거야. 박 팀장이 얘기를 들어보니 좀 이상해. 사망자의 언니가 부산 지점으로 전화를 해서, 사망보험금을 빨리 안 준다고 그렇게 욕을 한다는 거야. (돌아가신 분의 언니가) 독촉을 한 거죠. 좀 심하게 욕설을 하고 전화를 하루에 몇 번씩 하고. 보통 (고객님들은) 그렇게 잘 안 하는데, '누가 그렇게 하느냐?' 하니까 언니라는 분이 그렇게 하신다고... -박근우 팀장, 당시 보험심사과 근무 박 팀장은 부산 지점에서 보내준 서류를 살펴봤어. 근데, 서류를 보면 볼수록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져. 박 팀장은 직접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부산으로 내려갔어. 고객들이 짜증을 내시고, 소위 이야기해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분들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면 '저희가 조사를 해봤는데, 이건 불지급 건입니다' 이렇게 하면 굉장히 심하게 하시는데. 보험금 지급 여부도 아직 결정 안 했는데 계속 중간에서 이렇게 (욕을 하는 거죠) 선을 넘었죠. 그 하시는 행태가… -박근우 팀장, 당시 보험심사과 근무 보험금 청구가 거절된 것도 아니고, 아직 심사 중인데 이 난리라는 거야. 이 보험의 가입자, 누굴까? 바로 가족도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던, 그 손수정 씨야. 손수정 씨에게는 어머니를 수익자로 가입한 보험이 있었어. 사망보험금은 2억 5천만 원. 사망 당시 병원에도 안 나타났던 가족이, 갑자기 사망보험금을 빨리 달라고 독촉하며 나타난 거야. ▲ 사망보험금을 독촉하는 수상한 가족 박 팀장은 부산에 도착해서 조사를 했는데, 하면 할수록 묘해. 일단, 손수정 씨가 가입한 보험이 무려 7개였어. 가입 시점은, 대부분 사망 3개월 전이야. 심지어 사망 이틀 전에 가입한 보험도 있어. 총 사망보험금은 무려 24억 원. 이 정도면 진짜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었어. 보통 전화로 보험에 가입할 때,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봐 전화 목소리를 녹음해. 심사과 박 팀장은 보험 가입 당시 녹음된, 손수정 씨의 목소리를 들어봤어. 그리고는 곧장 또 하나의 녹음 파일을 확인해봤어. 며칠 전, 보험금을 빨리 내놓으라고 독촉 전화를 한 손수정 씨 언니의 목소리야. 근데 박 팀장, 그 두 개의 녹음을 듣고 깜짝 놀라. 보험 가입할 때 손수정 씨의 목소리와, 독촉 전화를 한 손수정 씨 언니의 목소리가 똑같은 거야. 자매니까 목소리가 비슷할 수도 있지. 하지만,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야. 첫 번째, 처음부터 언니가 동생인 척 보험 계약을 하고, 동생을 사망에 이르게 해 보험금을 타려고 했을 경우. 두 번째, 죽었다는 손수정이 사실은 살아있고, 본인이 죽은 것처럼 꾸민 후 언니인 척 보험금을 타려고 했을 경우. 이 두 번째 가설에 의하면, 병원에서 손수정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사망했을 수도 있지. 과연, 어떤 가설이 맞을까? 일단, '언니'라는 여자의 정체부터 밝혀야지. 2010년 9월 11일, 보험회사 사무실에 박근우 팀장과 여성 2명이 앉아있어. 사망 보험금 수익자인 손수정 씨의 어머니, 그리고 독촉 전화를 해온 수정 씨 언니였어. 그 언니의 사진을 보여줄게. 박 팀장은 언니한테, 진짜 손수정의 언니가 맞냐고 물으며 신분증을 요구했어. 그랬더니 이 언니라는 사람은, 진짜 언니인지 계속 물어보는 거, 기분이 불쾌하다 며 거부했어. 그래서 박 팀장은 신원 확인을 못했어. 대신 박 팀장은 종이와 펜을 내밀며 수정 씨의 사망 경위를 써달라고 했어. 그 순간, 박 팀장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어. 이상한 점을 발견했거든. (보험회사로) 오신다 그래서, 지문을 채취해야 하겠다 싶어서 확인서를 쓸 때. 제가 플러스펜을 까만 거를 줬어요. 저는 그렇게 해서 바로 (펜을) 받을 줄 알았는데, (언니라는 사람이) 플러스펜을 (옷에) 싹 닦더라고요. 그때 조금 놀랐죠. (지문 채취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때는 '와 이거 정말 처음 본다' 그랬죠. -박근우 팀장, 당시 보험심사과 근무 박 팀장은 펜에 묻은 지문을 채취하려 했는데, 언니라는 사람이 지문을 지우고 펜을 돌려준 거야. 잠시 후, 박 팀장이 언니가 쓴 확인서를 보는데, 표정이 또 싹 바뀌어. 이게 당시에 쓴 사실확인서야. 전날 저녁에 아는 동생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게 마지막입니다. 새벽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병원에 가서 치료했지만, 이미 사망하여 바로 영락공원으로 옮겼습니다. -당시 작성한 사실확인서 내용 中 사실 박 팀장은 사전에 확보한 서류가 하나 더 있었어. 손수정 씨가 보험에 가입했을 때 쓴 계약서야. 손수정 씨 언니라는 사람이 쓴 사실확인서와, 손수정 씨가 쓴 보험 가입 계약서. 이 두 문서에 공통점이 있어. 뭘까? 사인(sign)이 똑같아. 이건 손수정과 손수정 언니가 동일 인물이라는 거잖아. 이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형사들이 들어왔어. 박 팀장이 미리 경찰에 제보를 해놓은 거야. 형사들은 사무실 밖에서 이 상황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어. 과연, 이 여성의 정체는, 손수정 씨의 진짜 언니가 맞을까? 아니면, 죽었다던 손수정일까? 당시 현장을 찍은 영상을 보면, 손수정의 언니라는 사람은 형사들의 거듭되는 신분증 확인이나 지문 채취에 응하지 않아. 그러면서 자기는 절대 손수정이 아니라고 주장해. 형사들이 긴급 체포하려 하자, 이 여자는 자기가 뭘 잘못했냐며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형사들 앞에서도 움츠러들거나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끝까지 당당해. 그런데 형사들은 이 여성을 손수정이라 확신하고 있어. 사실, 형사들은 출동하기 전에 손수정의 인적사항을 조회해봤어. 그런데 이렇게 나왔어. 손수정의 언니라고 했던 그 사람의 사진이지. 손수정의 언니는, 알고 보니 손수정 본인이었던 거야. 죽었다는 손수정은 살아있었어. 그렇다면 이 사건은 단순한 보험 사기가 아니야. 감춰진 무서운 진실을 밝혀야 해. ▲ 무서운 자작극 손수정이 살아있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죽었다는 얘기잖아. 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보험 사기 같은 경우는 서류 위조가 많습니다. 우리가 많이 확인해봤는데 그 모든 서류가 사실이더라고요. 사망진단서도 조작된 게 아니었고. 살인 의심이 많이 됐죠. -박지만 형사, 당시 동부경찰서 강력팀 그 죽은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까 피해자 신원 확인이 급선무였죠. -최재혁 형사, 당시 동부경찰서 강력팀 이 피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름도 나이도 몰라. 형사들은 손수정을 신문하기 시작해. 이름이 뭐냐 물으니, 대답이 없어.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을 안 해. 그럼, 죽은 피해자가 누군지 물으니, 그것도 입도 뻥긋 안 해. 그 시각, 최재혁 형사와 팀원들은 보험회사 근처 주차장을 뛰어다니고 있었어. 왜냐, 손수정한테 압수한 소지품 중에 자동차 키가 하나 있었거든. 손수정의 차를 찾으면 단서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차를 찾으려면, 일일이 열쇠를 넣고 돌려봐야 해. 그렇게 여러 차를 확인하다가, 드디어 문이 열리는 차를 찾았어. 급히 조수석의 글러브박스를 뒤지는데, 종이 한 장이 나왔어. 그걸 본 순간, 형사들이 멈칫해. 이걸 봤거든. 운전면허시험 응시표야. 사진은 손수정이야. 근데 서류에 적힌 이름은, '이유리'고, 주민등록번호도 84년생으로 되어있어. 손수정은 70년생, 40살이었잖아? 이유리는 84년생 26살이야. 나이차가 무려 14살. 이렇게 나이차가 많이 나는데, 이 응시표로 어떻게 운전면허 시험을 본 걸까? 나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앳돼 보였습니다. 그 나이(20대)로 볼 수도 있겠구나… -최재혁 형사, 당시 사건 담당 나이도 그 연령대로 안 보이시는 정도더라고요. -박근우 팀장, 당시 보험 회사 근무 갑자기 등장한 20대 여성 이유리. 손수정은 이유리라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어떻게 확보해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걸까? 박 형사는 손수정한테 이유리가 누구냐고 물었어. 그런데 역시 대답을 안 해. 박 형사는 당신 차에서 운전면허 응시표가 발견됐고, 사진은 당신인데 이유리라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쓰여 있다고 말했어. 그래도 손수정은 묵묵부답이야. 박 형사와 손수정의 기싸움은 계속 됐어. 박 형사는 손수정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줄 거 같냐 , 시간 끌어도 소용없다 , 죽은 사람이 이유리 씨 아니냐 고 추궁했어. 그러자 더 이상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고 느낀 걸까. 손수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어. 제가 손수정 맞고요. 죽은 사람은, 이유리가 맞습니다. 병원에서 죽은 사람은, 손수정이 아닌 이유리라는 여자야. 손수정은 보험금을 받을 언니로 위장을 했어.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자, 기억나? 응급실에 손수정을 데려왔던, '아는 동생'이라는 여자. 사실, 그 여자도 손수정이야. 손수정이 직접 이유리 씨를 데리고 병원에 온 거야. 그리고 본인이 죽은 걸로 위장을 해서,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거야. 모든 건 손수정의 자작극이었어. ▲ 두 여자의 만남 사건 발생일인 6월 17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손수정은 박 형사한테 이렇게 얘기를 했대. 이건, 손수정의 진술 내용을 바탕으로 '꼬꼬무'가 정리한 거야. 유리는 자살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6월 17일 새벽 3시경 전화가 와서 '자신은 결정을 했다. 언니가 와서 처리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망설이다 말한 장소로 가보니 벤치에 혼자 앉아있었고, 유리가 '언니야 지금 편안하다, 잘 좀 처리해달라'고 이야기했고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사망했습니다.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하자, 그때 보험 생각이 나서 제 인적사항을 얘기한 겁니다. 유리 씨를 병원에 데려다준 것뿐이래. 근데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하자 불현듯, 자기가 죽었다고 하고 사망보험금을 받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야. 그 시각, 최 형사와 팀원들은 대구로 향했어. 이유리 씨의 주소지가 대구로 나왔거든. 유리 씨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봐야지. 근데 목적지에 도착한 최 형사가 깊은 한숨을 쉬어. 도착한 곳은, 여성 노숙인 쉼터였어. 최 형사가 쉼터 관계자에게 이유리 씨에 대해 물었어. 그랬더니 유리 얼마 전에 어린이집에 취직이 돼서 부산에 갔다 고 말해. 최 형사는 이 사람 혹시 본 적 없냐 고 물으며, 손수정의 사진을 보여줬어. 그러자 쉼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어. 이분, 어린이집 하시는 분인데? 유리 취직시켜준 분이에요. 6월 16일 날 직접 오셔서 데리고 가셨어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났다는 말도 거짓말이었어. 손수정은 사건 발생 하루 전인 6월 16일, 부산에 취직시켜준다면서 유리 씨를 데려갔던 거야. 이에 대해 추궁하자, 손수정은 박 형사한테 이렇게 진술했어. 6월 16일에 손수정이 유리 씨를 차에 태우고 대구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길, 유리 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대. 언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냐. 난 만사가 귀찮고 살기가 싫다 라고. 손수정은 이런 유리 씨를 달랬어. 그리고 부산 도착이 늦어져서, 오늘은 자기 집에서 재우고 친척집은 다음 날 데려다주기로 했대. 그래서 바다도 보고 같이 술도 마셔줬어.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유리 씨가 딱 한 잔만 더 하자고 했대. 벤치에 자리를 잡고 먹다가 맥주를 더 사러 갔다가 돌아왔더니, 유리 씨가 힘이 없어 보이더래. 유리 씨가 편안하다, 계획했던 걸 했더니 라고 말했대. 처음엔 유리 씨가 취한 줄 알았는데, 뭔가 먹어선 안 될 걸 먹은 게 아닌가 싶더래. 그래서 급히 병원에 데려갔는데, 유리 씨가 그만 사망했다는 거야. 손수정이 말한 이런 정교한 이야기, 사실일까? (이 상황에 대해) 상상을 여러 번 해봤다.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보고 범죄를 실행할 때 혹시 자기의 신분이 들켰을 때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해봤던 것처럼 느꼈어요 저는. -박지만 형사, 당시 사건 담당 형사들은 손수정이 노숙인 쉼터 카페에 작성한 글을 발견했어. 손수정은 이런 글을 남겼어. 원장님, 자그마한 도움이 될까 하고 가입했습니다. 전 현재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요. 저도 예전에 어렵게 산 경험이 있는지라 남의 일 같지 않네요. 그곳에 30대 여성들도 있나요? 제가 전화 한 번 드리고 찾아뵐게요. 자립의 의지가 있으신 분은 어린이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고, 제가 아직은 능력이 없어 큰 도움은 못 드리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이 글만 보면,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 같지. 이렇게 소개받은 사람이 바로 유리 씨야. 이때 손수정이 확인한 게 있대. 바로 '가족들과의 연락 여부'. 쉼터 관계자한테 신중하게 물었다는 거야. 유리 씨는 집에서 나와 몇 년 동안이나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었어. 손수정은 어떤 일이 생겨도 찾을 가족이 없기 때문에 유리 씨를 데려간 건 아닐까. ▲ 살인죄가 빠진 기소 사건이 벌어질 때, 손수정의 경제 상황은 어땠을까? 당시 손수정은 무직이었어. 어린이집 운영도 거짓이야. 근데 월세와 차 렌트비, 대출금 이자에 매달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었대. 빚도 1억이 넘어. 경제 상황은 한 마디로 최악이야. 그 와중에 보험을 7개나 계약했어.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만 300만 원이 넘어. 이 상황을 보면, 보험 사기를 계획했다는 의심이 들지. 하지만 손수정은 난 이유리 씨를 죽이지 않았다 고 주장했어.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져. 손수정한테는 딸이 하나 있었어. 딸은 백혈병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했대. 투병을 하는 동안 병원에 다녔을 거 아냐? 그때 받은 딸의 입퇴원확인서가 있었어. 도대체 이걸로 뭘 한 걸까? 여기 보면 입퇴원한 기간이 있잖아? 손수정은 이 서류의 날짜를 조작해서 보험금을 청구했어. 그런데 보험금이 나오더래.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한 거야. 거의 매달 보험금을 청구했어. 딸의 입퇴원확인서를 수십 차례 조작해 제출했어. 그렇게 받은 보험 금액이 무려 1억 3천만 원이 넘어. 월급 받듯이 따박따박 보험금을 받아온 거야. 그런데, 이게 다가 아냐. 창업자금을 거짓으로 받은 적도 있어. 학원을 운영한다고 속이고, 가짜 부동산 계약서, 학력 위조 서류를 보내서 돈을 받아냈어. 그 돈도 1억 가까이 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딱이지.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로 보냈어. 죄목은, '사문서 위조, 공문서 위조, 사기'. 근데 '살인'이 빠졌어. 왜 그런 걸까? 여긴 부산 청사포 앞바다야. 여기에 이유리 씨가 있어. 6월 16일 손수정과 부산으로 온 유리 씨는 6월 17일 새벽에 사망했어.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6월 18일, 화장이 된 거야. 화장을 하려면 사체검안서가 필요했어. 가족이나 보호자가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돼. 그렇다면 손수정은 어떻게 했을까? 손수정은, 폐지 줍는 할머니한테 10만 원을 주며 이렇게 부탁했어. 제가 아는 언니가 갑자기 죽었는데, 가족도 없고 불쌍한 사람이에요. 할머니, 장례만 치를 수 있게 내 딸 맞다고 말만 좀 해주세요. 모든 게 조작됐어. 정작 유리 씨의 진짜 가족들은 그녀가 죽었는지 알지도 못했어. 그렇게 유리 씨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다에 뿌려졌어. 이 모든 게 불과 34시간 만에 벌어진 거야. 제 심정은 이건 진짜. 살인으로 가야 됩니다. 100프로 살인이 맞는데, 살인으로 가야 되는데 했죠. 근데 현실적인 법은 제일 중요한 사체가 없기 때문에… 딱 떨어지는 보험 사기는 되니까 사기로 일단 송치를 하고 검사님 하고 상의를 해서 살인 부분에 대해서 보강 수사를 하자… -최재혁 형사, 당시 사건 담당 사체가 없어서 살인죄로 기소를 못했어. 하지만 형사들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어. ▲ 끝나지 않는 진실 찾기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어. 이 사건을 배정받은 검사도 좀 당황했대. 사실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강력사건에 있어서 특히 살인사건 기소를 했는데, 그게 '무죄가 나면 옷을 벗어야 된다'는 우스갯소리로 검찰 내에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살인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왔었는데, 과연 살인 증거를 밝혀내서 살인죄로 기소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모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배석기 검사, 당시 사건 담당 시신 없는 살인, 쉽지 않은 사건이야. 살인죄로 기소하려면, 손수정의 거짓말을 일일이 확인하고, 살인이라고 할 만한 증거를 모아야 해. 담당 형사와 검사는 피가 바짝 마르는 기분인데, 손수정의 상태는 어땠을까? 굉장히 잘 지내고 있었어. 교도관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건 기본이고, 취조실에서도 쾌활하고 싹싹해. 배 검사는 이대로 손수정의 잘못을 못 밝히면 어쩌지 불안감이 커져와. 바로 그때쯤, 보고서를 살피던 배 검사의 눈빛이 매서워져. 그 당시에, 고등검찰청에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해서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삭제됐던 거, 키워드 검색했던 걸 다 복원할 수 있는 장비나 기술이 있어서. 그곳에 의뢰를 했었습니다. 웹 히스토리 결과가 나왔을 때 제일 진짜 그… 너무나 감동적이니까 눈물이 났어요. 피해자가 정말 나한테 자기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복원을 해서 나한테 이렇게 알려주는구나… -배석기 검사, 당시 사건 담당 손수정의 컴퓨터를 디지털 포렌식했어. 뭐가 나왔을까. 4월 19일 검색어는 '그라목손 냄새'. 그라목손이 뭐냐면, '푸른 악마'라 불리는, 제초제로 사용되는 독성이 높은 농약이야. 이건 왜 검색했을까. 죽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을까? 그리고 4월 20일에는 '살인방법'. 5월 26일, 27일에는 '부산여성 노숙인 쉼터', '부산여성 노숙인', '사망신고절차'를 검색했어. 살인 방법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대상까지 알아본 거야. 6월 초에는 '메소밀'에 대해 검색했어. 메소밀은, 해충 방제에 사용되는 농약이야. 특징은 무색, 무취, 무미. 6월 12일에도 '파라코'라는 독성 농약에 대해 검색했고, 6월 15일에는 '사망보험금'에 관한 검색어도 나와. 맹독성 농약, 노숙자, 사망보험금의 조합. 일반적으로 잘 검색하지 않는 키워드들이야. 배 검사는 이 검색어를 가지고 손수정을 추궁했어. 검사: 피의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메소밀, 그라목손 등을 검색어로 직접 입력하여 검색한 사실이 있나요? 손수정: 직접 검색어로 입력하여 검색한 사실이 없습니다. 검사: 2010년 4월 19일 '그라목손 냄새'를 직접 입력하여 검색을 한 사실이 있고, 2010년 6월 3일 '메소밀 냄새'라고 입력하여 검색하였고, 같은 날 '메소밀+음독'이라고 검색한 흔적이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 손수정: 죄송합니다. 제가 검색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검사: 피의자는 왜 메소밀, 그라목손 등을 검색한 것인가요? 손수정: 그때 아마 제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색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이었다고 주장하는 손수정에게 배 검사가 그러면 죽는 방법을 검색해야지, 왜 사람을 죽이는 '살인방법'을 검색한 거냐 물었어. 살인방법, 사망신고절차, 여성노숙인, 이런 건 자살하고 전혀 상관이 없잖아. 그랬더니 손수정은 이렇게 잡아 떼. 난 검색만 했지, 이 중에서 실제로 산 건 아무것도 없다 라고. 근데, 검색어가 여기서 끝이 아니야. 사건 발생일 이후, 검색어가 좀 달라졌어. '사망보험금', '사망신고' 같은 검색어만 잔뜩 나와. 더 이상 독극물과 관련한 검색은 하지 않아. 배 검사는 주변인들도 조사하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한 남자를 찾아내. 바로 손수정과 연인 관계였던 남자야. 손수정은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어. 그런데 조사하다 보니 7년이나 만난 남자가 있어. 손수정은 남자의 존재가 드러나자 태도가 돌변했어. 그 사람한테 피해 주기 싫다 , 그 사람 건들지 말라 며, 평온했던 손수정이 갑자기 흥분해. 왜 그랬을까? 손수정과 연인 관계였던 남자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고3일 때 학원 선생이던 13살 연상의 손수정을 처음 만났대. 남자가 재수를 하던 시절, 연락이 다시 왔고, 손수정이 살뜰하게 챙겨주길래 호감이 갔대. 그 이후 남자는 명문대에 합격했고, 두 사람은 7년간 연애를 했어. 손수정은 사귀는 동안 이 남자한테 의미심장한 말을 했어. 바로 자기가 20억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다고. 손수정은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비싼 밥을 사주고, 선물도 아낌없이 사주는 누나였어. 그런데 최근 이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어. 손수정이 이혼하고 딸이 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한테 숨기고 있던 거야. 남자는 헤어지자고 했어. 그러자 손수정은 임신을 했다며 자기한테 20억이 있으니, 같이 해외에 나가서 살자고 했대. 이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어. 그런데 그 뒤,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져. 어느 날 손수정이 남자랑 다투는데, 갑자기 검은 비닐봉지에서 초록색 플라스틱병 하나를 꺼내더니 이 약은 고통도 별로 없이 죽는다 고 말하더래. 남자는 놀라서 그 병을 뺏어 던져버렸어. 이 초록색 플라스틱병, 바로 메소밀이었어. 이렇게 남자와 다툰 날이, 바로 7월 초야. 손수정이 이유리 씨를 살해했을 거라 추정되는 날짜는 6월 17일. 손수정이 이유리를 데리고 응급실에 간 지 약 보름 뒤에, 갑자기 메소밀이 튀어나온 거야. 손수정은 어떻게, 구입한 적도 없다는 메소밀을 갖고 있었을까? 이 메소밀로 이유리 씨를 죽인 걸로 추정이 되지. 형사들은 메소밀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어. 부산에서 농약 파는 가게란 가게는 죄다 뒤지고, 던져버렸다는 메소밀 병을 찾아 헤맸어. 하지만 못 찾았어. 형사들은 너무 답답했대. 심지어 메소밀을 모르고 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서, 살짝 맛까지 봤대. 메소밀 농약을 사가지고 저희가 실험을 해봤습니다. 생수에도 타고 맥주에도 타고. 거기서 약 냄새가 난다든지, '맛이 이상하다' 하면 사람이 못 마실 거 아닙니까? 그 정도가 어떤지 저희들이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맛을 봤는데, 충분히 마실 수 있겠구나… -최재혁 형사, 당시 사건 담당 얼마나 범인을 잡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물론, 절대 따라 하면 안 되는 일이야. 메소밀은 2012년 판매가 중지됐어. ▲ 시신 없는 살인, 죄를 입증하라 손수정은 계속 범행을 부인했어. 그러다 당신이 이유리 씨를 죽인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죽은 건가요? 라는 질문에, 손수정은 저는 모르겠어요. 이유리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라고 대답했어. 배 검사는 아직도 손수정의 이런 대답을 잊을 수가 없대. 거짓말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그거에 대해서 가책이라든지 그런 거 전혀 못 느껴요. -배석기 검사, 당시 사건 담당 이쯤 되면, 손수정은 이유리를 살해한 게 맞을까? 간접증거들은 모두 살인을 가리키고 있어. 하지만 이건, 시신 없는 살인이야. 살해 방법도, 살해 시간도 확인할 수가 없어. 심지어 자백도 없어. 이 상황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피의자가 어떤 진술을 했을 때 그게 거짓말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그 살인을 실행을 했다는 거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거에 의해서 입증을 해내야 합니다. -배석기 검사, 당시 사건 담당 배 검사와 형사들은 이유리 죽음에 대한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나갔어. 첫 번째, 돌연사 가능성. 지난 3년간 유리 씨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별다른 이상이 없어. 그리고 전문가들도 20대 여성이 돌연사할 가능성은 낮대. 두 번째, 자살 가능성. 손수정은 유리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했어. 실제로 그랬을까? 이유리 씨가 노숙자 쉼터를 떠나기 직전에 남긴 글이야. 그동안 정말 너무나 감사했어요.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살짝. 여기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은혜 꼭 잊어버리지 않고 나중에 나보다 못한 분들 도와주면서 살아갈게요. 거기서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배울게요. 여기 쉼터 식구들, 선생님들, 이모들, 조카들.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 이런 글을 남겼을까. 삶에 대한 의지가 느껴지는 글이야. 유리 씨는 가정 환경도 어려웠고, 그동안 삶이 평탄치는 않았어. 하지만 이 글에서 보이듯, 부푼 꿈이 있었어. 평소 아이들을 좋아해서 쉼터에 있는 동생들을 업어 키우다시피 했대. 손수정이 어린이집에 취직시켜주겠다고 했을 때, 거기서 일하고 있는 자기 모습을 상상했을 거야. 어쩌면 그 상상을 했던 며칠이, 유리 씨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어. 이런 유리 씨가, 과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마지막 가능성, 살인. 손수정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살인 가능성은 없어. 그렇다면 범인은? 그 결과는 재판에서 결정이 날 거야. ▲ 눈덩이처럼 커진 거짓말이 만든 비극 배 검사는 손수정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어. 그리고 1심 재판이 열렸어. 사회적 약자인 여성 노숙자를 골라 살해한 후 자신이 사망한 것인 양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저급하고 비열한 동기하에 고귀하고 존엄한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행이라 할 것이다.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1심 판결문 中 살인죄가 인정되고 무기징역이 선고됐어. 하지만 손수정은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며 곧바로 항소했어.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피해자가 자신의 병적 소인이나 체질 또는 사건 당일의 음주 등의 영향으로 사망하였거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자살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간접사실들의 종합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할 수는 없다. -2심 판결문 中 판결이 뒤집혔어. 이번엔 살인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배 검사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져. 2심 재판을 했는데 아, 선고를 듣고 이제 청천벽력 같았죠. 제가 참 많이 울고 너무 분해서… 피해자 생각이 나죠. 피해자는 억울하게 죽었는데.. 이게 참, 증거법에 의해서 진범이 무죄가 되고, 피해자가 그렇게 사망하면 결국은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없으니 그 부분이 너무 원통하고 화가 났었죠. -배석기 검사, 당시 사건 담당 이제 대법원 최종심만 남았어. 배 검사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상고이유서를 써서 제출했어. 앞으로 '살인자여,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해한 후 사체를 화장하는 등 은닉하라. 그리고 잡히면 부인하라. 그러면 완전 범죄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격언이 나오고, 향후 이와 같은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정신이 누구나 공감하게 하는 명제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판결이 속출하는 게 정의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원심의 판결은 외로운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배석기 검사의 상고이유서 中 가슴속 울분이 느껴지는 글이지. 그렇다면, 대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 '파기환송'.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는 거야. 결국, 고등법원에서 4번째 재판, 대법원에서 5번째 재판이 열렸어. 그럼 최종 결과는? '살인죄 유죄', 무기징역으로 최종 판결이 내려졌어. 그런데 여기서 잠깐, 처음에 보험회사에 손수정과 함께 어머니가 왔었다고 했잖아. 그 어머니, 누구일까? 또 돈을 주고 데려온 가짜일까? 아니야. 이 사람은 손수정의 진짜 친어머니야. 딸의 지나친 욕심이 어머니까지 범죄에 끌어들인 거야. 결국 어머니도 사기죄로 유죄를 받았어. 손수정이 유리 씨한테 빼앗으려 했던 건 뭐였을까. 생명만이 아닐 수 있어. 유리 씨의 인생, 신분까지 모든 걸 빼앗으려 했을지 몰라. 운전면허 응시표 기억나지? 손수정은 거짓 신원으로 어떤 꿈을 꿨을까? 20억이 넘는 사망보험금을 받아서, 13살 연하의 연인과 외국에 나가서, 20대 이유리의 신분으로 찬란한 삶을 다시 살아보겠다, 이런 꿈을 꿨을지도 몰라. 운전면허 응시표에 대해 질문하자, 손수정은 이렇게 대답했대. 자기가 사실은 운전을 잘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운전면허증 시험에 응시를 했다' 그랬잖아요. '당연히 그건 신분 세탁을 하기 위해서 한 거 아니냐?'라는 의도로 제가 추궁을 했는데, 답변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검사님, 피해자를 대구에서 데리고 내려오는 도중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피해자가 '언니 근데 너무 멋져요. 자기도 운전을 참 하고 싶었는데. 자기도 운전면허를 꼭 따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래서 걔가 죽었으니까, '그 죽은 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천국에서라도 걔 명의로 운전면허증을 따주기 위해서 제가 운전면허증에 응시를 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배석기 검사, 당시 사건 담당 혹시 '화차'란 영화 알고 있어? 사람을 죽이고 그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거짓 삶을 다룬 영화지. '화차'는 죄인을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타는 수레를 뜻해. 한 번 올라타면 내릴 수가 없대. 이 지옥의 불수레에 올라탄 건, 손수정 그 스스로가 아닐까.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 때문에 거짓말은 굴릴수록 점점 커져만 간다'는 말이 있어. 그러다 그 눈덩이에 자신이 깔리고 말지. 한 생명을 빼앗고 자유로울 수 있을 거란 착각, 그건 절대 하면 안 되는 착각이야.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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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