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격랑'에 휩쓸린 뉴욕증시…멀미약 없을까?
[앵커] 관세 때문에 뉴욕증시는 멀미 나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절망과 역대급 환희를 동시에 맛봤는데요.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시장 흐름,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임선우 캐스터와 짚어보겠습니다. 대혼돈의 한 주, 정리부터 해보죠? [기자] 말 그대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급락과 폭등, 그리고 또다시 추락,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는데요. 먼저 주 초반 상황을 보면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악재가 무차별 투매로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이 우리 돈 1 경원 가까이 날아갔습니다. 헤지펀드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마진콜에 직면하기도 했는데요. 현금 확보를 위해 안전자산인 금까지 팔아치우면서 국제 금값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주식과 금뿐만 아니라 가상자산과 원유 등,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수직 낙하했습니다. [앵커] 이때까지만 해도 월가는 비관론이 지배했죠? [기자] 너 나 할 것 없이 경기침체를 경고했는데요. JP모건은 상호관세가 올해 인플레이션을 1.5% 포인트 올리고, 개인소득과 지출을 억누를 수 있다며, 이 효과만으로도 미국 경제를 위험할 정도로 침체에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 진단했고요. UBS 역시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는 기술적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블랙록도 3개월 전망 기준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춰 잡았는데, 예측불가한 현시점에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두드러질 것을 예상해 미국 단기국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덧붙였습니다. 뉴욕증시가 추가 하락을 이어갈 것이란 경고도 나왔는데, RBC캐피털마켓츠는 S&&P500 지수가 5천 밑으로까지, 지난 2월 고점대비 낙폭이 최대 2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시장을 추락시킨 것도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었어요. &'트럼프 풋&'이 나오면서 수요일장 증시가 폭등했어요? [기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역대급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다우는 5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S&&P500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고요. 나스닥은 24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 역대 두 번째로 좋은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중소형 위주의 러셀 2000도 9% 가까이 뛰었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는 35%가량 뚝 떨어졌습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선 300억 주 이상, 총 1조 5천억 달러 이상의 주식이 거래됐는데, 2008년부터 집계한 데이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습니다. [앵커] 시장이 관세에 얼마나 민감한 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관세 불확실성이 끝난 건 아니잖아요?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더 살벌해지고 있지만, 상호관세가 유예됐다는 점이, 그나마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반응을 무시한 채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 게 큽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가 부양·국채금리 하락·강달러&'를 내걸었는데 최근 시장의 반응은 미국 주요 자산의 &'트리플 약세&'였습니다. 시장이 모두 무차별 관세에 항의 신호를 보낸 만큼 계속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고요.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완화에 대한 힌트를 줬습니다. 각국이 극단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커지자 &'진정하라&' 한 마디 남겼는데요.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출발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다&' 올렸고, 곧이어 &'지금이 바로 매수 기회다&'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월가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주식시장 붕괴를 막는 이른바 &'트럼프 풋&'이 나오면서, 월가에서도 우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전망을 철회했고요.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그룹은 &'절실히 필요했던 명확성을 향한 한 걸음&'으로 해석했습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켓은 &'90일간의 유예는 대부분의 국가와의 협상이 생산적이었다는 고무적인 신호로, 불확실성으로 인해 흔들리는 시장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급락 뒤 급등, 또 급등 뒤엔 급락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마련이죠.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는 분위기죠? [기자] 실제로 바로 다음 날 뉴욕증시는 하루 만에 표정을 싹 바꾸고 3대 지수 모두 급락했습니다. 하루 폭등으로 광범위한 매도세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건데요. 모닝스타는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협상이 시작되면 각국이 가능한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포지셔닝하면서 여러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고요. 모건스탠리 역시 &'관세라는 먹구름이 잠깐 걷혔지만, 내일 혹은 90일 후 날씨가 맑을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관세 이슈의 종결이라고 보거나, 시장의 변동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씨티그룹도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중단이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피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꼬집었고요. 무역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비중국 수입이 급증해 2분기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예상했습니다. [앵커] 뉴욕증시가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어떤 조언들이 나오나요? [기자] 월가에서 한 때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가격이 달라지는 주식을 왜 보유하냐&'며 일침을 놨습니다. 그러면서 널뛰는 변동성에 관망세를 유지할 것을 조언했는데요. 앞서도 이번 급락 사태를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 심각한 시장 이벤트라고 평가했는데,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며 과거 금본위제가 막을 내린 당시와 유사한 역사적, 경제 사건이지만 이번에는 즉각적인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로넥스트의 스테판 부이나 CEO 역시 미국이 선진국이라기보다 신흥국을 닮아가고 있다 노골적으로 평가하면서, 트럼프 취임 후 투자자들이 불확실성과 씨름해야 했다며, 변동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이 시스템까지 확산돼 탐색하기 어려운 일종의 위협이 됐다 평가했습니다. [앵커] 요동치던 채권 시장은 다소 안정을 되찾은 거 같아요? [기자] 실제로 국채 매물이 쏟아지며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최근 사흘간 50bp 급등하자, 금융 위기의 징후라는 지적까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뉴욕증시가 폭등한 날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 결과도 상당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는데요. 미 재무부는 390억 달러 규모 10년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이 4.435%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는데, 지난달 입찰 때와 비교해 12.5bp 높은 수준입니다. 해외투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87.9%로 전달에 비해 20.5% 포인트 급등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10년물 입찰 결과에 대해서는 &'꽤 괜찮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음날 진행한 30년 만기 국채 경매에서도 입찰 수요가 호조를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연준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관세 유예가 경기침체 확률을 낮추면서, 오히려 연준의 금리인하를 늦췄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요.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채권 시장이 강력하게 경고했고, 결국 대통령이 이를 경청하여 잠재적 재앙을 피한 것&'이라면서도, &'증시가 다시 폭락하면서 시장 안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증시부터 채권, 금, 유가, 가상자산까지, 종잡을 수 없는 널뛰기 장세를 보인 한 주였는데요. 미중 치킨게임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오락가락 증시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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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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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