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X-File] 개미 울린 한미약품 늑장 공시, 어떻게 손봐야 하나?
■ CEO 취재파일 ▷ &<최서우 / 진행자&> 이번 한미약품 논란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대목 중 하나가 늑장공시입니다. 한미약품이 호재는 빨리 악재는 뒤늦게 공시하는 바람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는데요. 설상가상으로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이 이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데이 내용부터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젤하임과 맺은 폐암 신약 기술수출 계약 취소 사실을 뒤늦게 공시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금융당국이 불공정 행위가 없었는지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핵심 쟁점과 재발 방지책을 짚어보죠. 먼저,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던 폐암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베링거측이 취소한 이유는 뭔가요? ▶ &<신우섭 / 기자&> 베링거가 기술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문구의 핵심은 임상 데이터의 재평가와 변화하는 시장, 미래 시장성 이렇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임상 과정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나온 부분도 고려를 했겠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전략적인 판단때문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라는 제약사도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과 같은 시장을 겨냥해서 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베링거는 시장 선점을 위해 한미약품의 신약 성분을 사왔습니다. 그런데 경쟁사의 임상과 개발 상황이 예상보다 빨랐고 결과도 좋게 나와 지난해 11월에, FDA 승인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한 거죠. ▷ &<최서우 / 진행자&> 한미약품 측도 난감했겠지만 이 사실을 늦게 알리면서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요. 금융당국이 미리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 &<이대종 / 기자&> 공매도 물량 때문입니다.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한 시점은 9월 30일 오전 9시 29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악재성 공시를 내기 전, 그러니까 오전 9시부터 28분 동안 쏟아진 공매도 물량은 약 5만주로 추산됩니다. 이날 전체 공매도 10만 4000여주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대내외적인 요인이 거의 비슷한 올해와 비교를 해봐도, 올해 하루 평균 공매도량이 4800여주에 불과합니다. 무려 20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거래대금도 320억원 규모였습니다. 이날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616억원에 절반을 넘는 수치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렇군요. 최근 들어 공매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텐데 먼저 공매도가 뭔지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 &<이대종 / 기자&>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라는 의미입니다.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매도주문을 내고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만원짜리 주식을 빌려 매도를 한 후에 9천원까지 떨어지면 이를 되갚아서 천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것입니다. 그래서 약세장이 예상될 때 주로 활용되는데요. 문제는 이런 공매도 기법에서 개인들은 대부분 소외된다는 점입니다. 주식을 빌리려면 증권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매도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고, 대주거래 물량은 국내 기관이나 외국인들끼리 주고받기 때문이죠. 이자 부담도 크다보니, 안고 가는 리스크도 상당합니다. 공매도 계좌를 만들고, HTS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걸 개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죠.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의혹이 있는 투자자들을 개인 아닌 &'세력&'으로 보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한미약품 측, 늑장 공시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런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 &<신우섭 / 기자&> 한미약품은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지난 2일, 기자회견에 이어, 6일에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늦장 공시에 대한 해명과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여론 달래기에 나섰는데요. &'최대한 신속하게 공시하려 했지만, 30일 거래소와 회사와 협의, 논의 과정에서 지연돼, 장 개시 후 29분이 지나 공시하게 됐다&'며 공시 지연 이유를 해명했고요. &'이번 계약 해지 건은 30여 개 임상, 임상 파이프라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주가 폭락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늑장 공시는 고의가 아니었고 주가 폭락도 머지않아 진정될 것이란 입장인데요. 물론 조사결과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풀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런데, 한미약품 측 호재 뒤에 악재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던데 무슨 얘긴가요? ▶ &<이대종 / 기자&>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28일,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 3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를 했습니다. 호재죠. 곧 바로 다음날, 오전부터 주가는 10%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한미약품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고 공시를 했습니다. 주가는 곧장 20% 정도 폭락했습니다. 이날 변동폭만 30% 달했습니다. 최근 일어난 공시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예상할 수 있죠. 당시 시장 내에서는 기술 수출과 관련한 호재 공시가 없었다면 주가는 30% 이상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습니다. 성과 관련 실적은 이미 내부적으로도 확정된 내용이었는데, 실적발표에 맞춰 호재를 내보내서 소위 &'물타기&'를 했다는 거죠. 그래서 당시 &'시세조종&'이란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었습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을 올리는 시기였다는 점 때문에 조사대상에서는 빠졌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이번 사태의 주범은 허술한 공시제도 때문이란 지적이 있는데, 뭐가 문제란 건가요? ▶ &<이대종 / 기자&> 바로 공시시점 때문입니다. 한미약품은 악재였던 공시는 늑장공시를 했고, 호재성 공시에 대해서는 즉시공시를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인 시간을 다시 따져 보겠습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6분 독일제약사인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기술 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습니다. 악재죠.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다음날 오전 9시 29분에 공시를 했습니다. 통보를 받은 지 14시간 23분 뒤입니다. 이번엔 호재 공시를 따져보겠습니다. 한미약품은 같은 날, 그러니까 지난달 29일 오전 8시 다국적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사항은 그 날 오후에 바로 공시를 했습니다. 4시 33분입니다. 8시간 33분 뒤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시를 하는 건 문제는 없습니다. 자율공시 제도 틀 안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자율공시는 &'기술 도입과 이전, 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시를 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24시간 안에만 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기업이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하루 안에만 공시를 한다면 문제가 없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2건의 한미약품 공시는 모두 기술 수출, 그리고 기술 수출 해지와 관련된 자율공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런데 이런 불성실, 불공정 공시가 사라지지 않는 건 &'솜방망이 처벌 탓&'이란 비판이 많다고요? 실상은 어떤가요? ▶ &<이대종 / 기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4년부터 불성실 공시를 한 법인에 대해 누적 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1년 간 받은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을 하고, 1년 안에 15점이 더 쌓이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겁니다. 해마다 20~40건 정도가 적발되고 있는데요. 올해 들어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웅진에너지와 KTB증권 등 16건이 적발이 됐습니다. 지난해 한 제조업체가 누적벌점 57점을 기록해서 상장적격성실질심사를 받았지만, 1년 간 개선기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0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도 상장적격성실질심사에 1년 간 개선기간을 받은 것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는데요. 지금까지 벌점 누적으로 상장이 폐지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어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인 셈이죠. ▷ &<최서우 / 진행자&> 이번 한미약품 사례처럼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지만, 의도적으로 늑장공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례가 있나요? ▶ &<이대종 / 기자&> 3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첫째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늑장공시 의혹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노 관장은 지난 2013년 4월 보유하고 있던 SK주식, 만 9000여주를 장내 매도했지만 공시는 그 해 12월이 돼서야 이뤄졌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을 팔면서, 공시는 8개월 뒤에 한 것인데요. 이러다보니, 당시 증권가에서는 &'SK가 다른 의도로 공시를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매각한 주식대금을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에 활용했을 것이란 예상까지 있었는데요. 이 경우에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습니다. 현행법상 보유지분이 5% 이상이고, 이 중 1% 이상의 지분변동이 있어야만 의무공시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는데, 노 관장이 매도한 주식은 0.04%였습니다. 금융감독원도 당시 이 사안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으면서 마무리됐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럼, 만일 이번 한미약품이 조사 결과,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 &<이대종 / 기자&> 현행 규정에 따르면 위법행위를 저지른 개인과 이 사람이 포함된 법인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무 연관성과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여부에 따라서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현재 미공개정보의 유출경로로 가장 유력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 등 SNS를 활용한 것인데요. 이 경우를 따져보면, 최초 유포자의 경우 당연히 처벌 대상입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인데요. 여기에 50억원 규모의 벌금이 부과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초 유포자에게 미공개정보를 전달받은 사람도 처벌이 되는데요. 거치는 단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전달받은 1차 수신자는 최초 유포자와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형사처벌과 함께 벌금도 부과될 수 있습니다. 1차 수신자에게 전달받은 2차 수신자부터는 차이가 있습니다. 벌금이 아닌 과징금이 부과되는데요. 부당하게 얻은 이익의 1.5배를 곱한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3차나 4차 수신자는 2차 수신자와 동일하게 처벌을 받게 되고요, 이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피하더라도 같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해외에서는 만일 이런 규정을 어길 경우 어떻게 처벌하나요? ▶ &<이대종 / 기자&> 시세조종의 경우 미국은 2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기업은 2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내부자거래도 동일한 수준의 처벌이 내려집니다. 불공정거래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많이 참고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부당이득의 3배 이하를 과징금으로 내야 합니다. 일본은 시세조종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엔 이하의 벌금, 기업은 7억엔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내부자거래는 처벌의 강도가 다소 떨어집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엔 이하의 벌금, 기업은 5억엔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불공정거래의 경우에는 부당이득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면 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이번 한미약품 주가폭락 사태를 부른 주범으로 공매도가 거론되고 있죠? 공매도 공시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왜 그런가요? ▶ &<이대종 / 기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활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관투자자들보다 자금규모는 물론 정보나 기동력 등 대부분의 면에서 뒤처지기 때문이죠. 금융당국이 공매도 공시를 도입한 배경도 이 때문입니다. 개별 주식의 공매도 잔액 비율이 0.5% 이상이 되면, 이를 공시하도록 한 것인데요.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공매도 거래가 이뤄진 지 3일 후에나 공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이나 기관들이 수익을 올릴대로 올린 뒤에야, 공시를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전체 주식의 0.5% 이상을 공매도 할 경우에만 공시를 하다보니, 소규모 공매도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고요. 공매도 당사자가 아닌 이를 대신해 주는 증권사 이름으로 공시를 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선 유명무실한 셈인데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현재 금융당국에서 논의 중인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이대종 / 기자&> 일단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를 법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 자율공시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알아서 공시할 수 있는 영역부터 일부 손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현재는 사유 발생 다음 날까지 공시를 하면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었죠. 이 때문에 공시시한을 당일로 앞당길 수 있는 등의 공시 내용과 시점 등이 보다 상세하게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명무실&' 논란이 불거진 공매도 공시제도와 관련해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한미약품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계기로 어떻게든 손을 한번 보겠다는 의미죠. 특히 3영업일을 기준으로 벌어지는 거래와 공시의 시차를 점검할 전망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국감장에서 한 발언을 들어보시죠. [임종룡 / 금융위원장 : 공매도 문제, 공시와 관련한 문제, 이러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대책이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것 같은데...어떤가요? ▶ &<이대종 /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자율공시에 대한 부분은 기업들의 정보공개 위축 문제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물론 아직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어떤 결론도 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시를 하는 영역에 대해 일부 제약을 가할 경우 어떤 기업이 공시를 하겠느냐는 것이 주요 논린데요. 이렇게 되면 공시되는 정보도 줄어들게 돼서, 투자자들도 관심 있는 기업들의 정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매도 공시 부분에선 거래 위축을 우려했는데요. 국내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거래 활성화를 꼽고 있는데, 갑자기 제재에 나서면 &'소탐대실&' 할 수 있다는 것이죠. ▷ &<최서우 / 진행자&> 한미약품, 이번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고 제약 비이오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그동안 제약사들이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 기대감에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지면서 거품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 짚어보죠. 먼저, 이번 사태로 한미약품, 대박신화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원망의 대상으로 전락했는데..타격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 &<신우섭 / 기자&>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연초 7조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4조원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3조원 가량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인데요.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목표 주가를 계속 낮추고 있고요. 여기에 늑장 공시 논란까지 더해져 기업 이미지나 도덕성에 큰 타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동안 한미약품, 국내 제약업계 대표주자로 떠올랐는데, 연구개발 부분에선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 &<신우섭 / 기자&> 네, 한미약품은 여전히 연구개발 부분에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제약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한미약품은 약사 출신인 임성기 회장이 지난 1973년 한미약품공업이란 이름으로 창업했습니다.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 약국을 열고 당시 다른 약사들이 조제를 꺼렸던 성병치료제를 취급했던 것으로 유명한데요. 여기서 번 돈으로 한미약품을 세웠고 연구개발에 집중해 국내 제약사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으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결이 연구개발 강화였는데, 지난 2005년 300억대이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20% 수준인 1800억원을 넘겼습니다. 이걸 토대로 지난해에는 누적 8조원 규모의 기술을 해외로 이전했고, 특허도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119건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지난해 누적 8조원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는데, 이 8조원이라는 숫자에 함정이 있다고요? 무슨 얘긴가요? ▶ &<신우섭 / 기자&> 네. 바로 기술수출이란 표현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영세한 국내제약사의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을 언론에서 숫자와 규모에 집중해서 과장 보도한 측면도 없진 않죠. 예를 들어 &'몇 조원 규모 기술 수출&' 이런 식으로요. 쉽게 설명 드리면 한미약품이 지난해 약 8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과 동시에 손에 쥔 금액은 계약금 7800억 원 가량입니다. 나머지 7조 2500억 원은 이전된 기술이나 약이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차례대로 성공하고 허가를 받아 시장에 나오는 단계를 거칠 때마다 마일스톤, 즉 성공 보수 개념으로 받게 되고요. 제약사들의 기술 이전 계약이 대부분 이렇게 진행되는데 제조업의 수출처럼 제품을 만들어 넘기고 바로 돈을 손에 쥐는 그런 구조가 아닌 거죠. 이번에 한미약품이 8500억원대 폐암 신약기술 수출 계약도 중간에 계약이 깨지면서 받은 돈은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러니까 몇백억 기술수출 계약이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고 그래서 거품이 끼기 쉽다는 거군요. 그럼 한미약품 사례처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가 깨진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사례들이 있나요? ▶ &<신우섭 / 기자&> 우선 부채표로 유명한 동화약품과 LG생명과학, 한화케미칼 등이 기술이나 물질을 이전 하는 계약을 맺었다가 파기된 적이 있습니다. 수출했다가 중간 과정에서 중단되는 일은 제약 산업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고요. 그럼 수백억에 달하는 계약금을 지불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이 왜 개발을 중단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사실 기술을 사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약 하나로 많게는 연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장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개발을 해도 기대했던 수익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리면 그대로 소위 &'드랍&'을 시키는 겁니다. 이때 계약금 수백억 원은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 규모로 봤을 땐 그리 큰 리스크는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기술 이전 계약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그런데, 바이오주식 특성상 거품논란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실제 주식시장에선 어떤가요? ▶ &<이대종 / 기자&> 사실 기술을 이전했다는 계약 소식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등에서 임상이 진척됐다는 소식만 나와도,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소위 대박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는 얘기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에는 기술수출 규모가 1조원을 넘으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단기간에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나는 프리미엄을 받았습니다. 자본금과 매출, 영업이익이 고작 1억원 대인 회사가 임상 2상 또는 3상에 진입했다는 소식에도 주가가 20% 이상 오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요. 이번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호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미약품에 대한 중장기 전망을 어둡게 봐서 목표주가를 이례적으로 30% 넘게 낮추는 중권사도 있고요 그 여파로 적지 않은 제약·바이오주가 하루에도 많게는 10%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해외 제약사들처럼 기술수출 금액의 20% 정도만 인정받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이번 한미약품 폐암 신약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안전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 짚어보죠. 한미약품이 임상시험 도중에 사망자를 늦게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어 식약처가 조사 중이라고요? ▶ &<신우섭 / 기자&> 네, 약의 임상 단계는 보통 세 단계를 거치는데요.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은 임상 두 번째 단계인 임상 2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총 3건의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2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부가 썩는 피부괴사 등의 중증이상반응으로 사망자가 나오면 식약처로 2주일 이내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요. 이 얘기는 약의 중대한 부작용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연관성이 명백한 경우에는 식약처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식약처 설명에 따르면 사망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연관성이 확실하지 않아 사망 1년이 지나고 보고된 사례가 1건 있었습니다. 해당 사례는 사망 당시인 지난해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보고됐다가 올해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자 연관성을 의심한 의료진이 다시 조사해봤더니 약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식약처로 2차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현재 식약처는 한미약품과 임상 의사가 중대한 부작용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신고를 늦게 한 것인지, 1차 보고 당시 왜 사망과 부작용 사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사망자와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가 더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는데 식약처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그런데 부작용이 발생했는데도 임상을 중단하지 않고 약 판매를 허가한 건 문제가 없나요? ▶ &<신우섭 / 기자&> 네, 식약처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해당 폐암 신약은 기존 폐암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제가 없는 즉 대안이 없는 말기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약입니다. 전문가도 임상 중 조건부 판매 허가제도는 외국에서도 허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서동철 / 중앙대학교 약학과 교수 : 우리나라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지금 제일 허가 규정이 까다롭다는 미국 FDA에서도 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 다음에 특히 다른 분야는 몰라도 항암제 분야는 지금 신약 어떤 항암제도 100% 치료시킬 수 있는 약이 없기 때문에 이런 기준으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이 약 판매를 중지했다가 다시 허용하기도 했는데요. 피부 괴사 등 중증피부이상반응 부작용은 다른 항암제나 간질약, 통풍약 등 다양한 치료제에서 드물지만 나타나는 부작용이고요.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 약으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가 많다면 약을 허가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암 세포만 공격해서 치료하는 표적 폐암 치료제인 &'이레사&'가 비슷한 사례인데요. 지난 2002년 일본에서 처방받은 환자 수십 명이 간질성 폐렴 부작용으로 잇따라 사망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는 부작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투약이 이뤄졌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한미약품, 이번 사태로 후폭풍이 거센데요. 과연 위기를 딛고 성장할 수 있을지 또 한미약품 때문에 미래 성장동력인 제약산업이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우려를 씻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얘길 나눠보죠. 먼저, 베링거인겔하임과 신약 기술 이전 계약이 깨진 상황에서, 폐암 신약 개발도 중단하는 건지 궁금한데요? ▶ &<신우섭 / 기자&> 한미약품은 이 약을 어떻게든 글로벌 임상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이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는데요. 이런 반응은, 현재 경쟁사가 임상 등 약 개발 상황은 빠르지만 자신들이 먼저 이 약 개발을 시작했는데 상황이 역전된데 대한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역전은 신약개발 경험이 적은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의 경험의 차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또 글로벌 임상 3상은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만큼 자신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다른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하지만 이번 일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만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신우섭 / 기자&> 다른 기술 이전 계약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당뇨 신약 기술 등 남은 카드가 더 있는 상황이고요. 사실 기술 이전 계약을 연달아 터트릴 때 전문가들은 이 증 1~2개 약만이라도 개발에 성공하면 대박이란 평가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신약개발 과정에 실패할 변수가 많다는 얘기죠. 또, 한미약품이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좋은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계약 한건이 깨졌다고 끝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로 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로 국내 바이오 제약 산업의 침체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많은데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 &<신우섭 / 기자&>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려면 기간도 평균 9년, 길게는 15년까지 걸리고 성공 확률은 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투자가 결실로 이어지기 힘든데요 이번 한미약품처럼 기술 이전 계약이 취소돼 신약 개발이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제약산업은 분명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인 만큼 이번 사태가 산업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되는 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고요. 신약개발을 위해 벤처와 대형제약사, 다국적제약사가 서로 기술을 이전하고 수익을 창출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오픈이노베이션 등 활발한 제휴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정부도 내년에 제2차 5개년 제약산업 육성지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여서 전체적인 산업 육성 기조가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요. 무엇보다 제약선업 육성에 찬물을 끼얹는 산업과 금융 시장의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올해 여름 떠들석했던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 기억하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관람객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중이라고 합니다. 심적으로는 실망하셨겠지만 실제로 금전적 손실을 본 분들은 많지 않았기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겁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실제 피같은 본인 재산을 날리게 됩니다. 한미약품 사태가 공분을 사는건 약자에게 더욱 잔인하게 적용되는 불공정성때문입니다. 시장의 약자인 개인투자자에게 게임의 룰마저도 공정하지 않다는 불편한 사실이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기 직전에 주식을 미리 처분하고 손실은 개인투자자에게 떠넘긴 대기업 회장. 투자자 돈으로 구입한 호화저택과 외제차를 티비에 나와서 자랑하던 청담동 주식부자. &'주식투자의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라는 원칙이 통하려면 시장의 공정성이 먼저 바로 서야할 겁니다.
SBS Biz
|
신우섭
|
201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