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티빙의 '배수진'은 쿠팡플레이 때문…'무료중계' 카드 꺼낼까
최근 뉴미디어 업계와 스포츠 업계에서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슈가 있습니다. 프로야구 중계권입니다. 프로야구 경기와 하이라이트, 행사 등을 뉴미디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 선정 입찰이 지난 3일 진행됐습니다. 티빙 모회사인 CJ ENM, 네이버·SKT·LGU+·아프리카TV 컨소시엄, 스포티비 채널들을 운영하는 에이클라까지 3곳이 참여했습니다. CJ ENM은 연간 계약금액으로 400억 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계약금액의 2배 가량이고, 다른 경쟁자들보다 100억 원 많은 규모입니다. 티빙의 &'베팅&'은 쿠팡플레이 의식? 티빙이 배수진을 친 배경의 중심에는 쿠팡플레이가 있습니다. 최근 CJ ENM은 아시안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등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경기 통합 중계권인 &'AFC 패키지&'와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권 모두 쿠팡플레이에 넘겨줬습니다. 티빙이 이번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마저 따내지 못하면, 대중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CJ ENM의 존재감은 미미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프로야구 중계권 입찰에서도 결과적으로 압도적인 연간 400억 원을 계약금으로 베팅한 것도, 쿠팡플레이가 자금력을 앞세워 뛰어들 것이라는 계산에서 더 세게 이른바 &'지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티빙이 1000억 원대 적자 늪에 빠지고 모회사 CJ ENM도 2022년 엔데버콘텐트(현 피프스시즌) 인수 과정에서 8천억 원을 차입하며 재무재표가 악화됐음에도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입찰에 쿠팡플레이가 빠진 상황에서 네이버·SKT·LGU+·아프리카TV 컨소시엄과도 100억 원 넘게 차이가 나지만 변수가 있습니다. 유료화 이슈입니다. 티빙은 OTT 채널이고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월 정액 비용을 내고 가입해야 합니다. 기존에 네이버에서만 하루 300만 명이 무료로 보던 프로야구가, 갑자기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스포츠가 됐을 때의 여론 반발은 섣불리 예상하기 힘듭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정무적 판단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낙관 못 하는 티빙…&'무료중계&' 카드 꺼낼까 다만 티빙이 절박한 이유는 쿠팡플레이에 밀린 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웨이브와의 합병을 앞두고 향후 주도권을 좌우할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가입자 수 늘리는 것이 지상 과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1위 대중 스포츠인 프로야구 중계권 확보가 절실합니다. 오는 8일로 예상되는 최종 사업자 결정 발표에서 티빙이 고배를 마실 경우, 합병 합의는 더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내면 가입자 수 등에서 웨이브와 큰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만큼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다급한 웨이브가 양보할 여지가 커지지만, 만약 티빙의 중계권 확보가 불발되면 그만큼 웨이브의 양보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입찰에 뛰어든 사업자들이 어제(5일) KBO에서 2차 PT를 진행했는데, 티빙은 사활을 걸고 유료화 부담을 상쇄할 전략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시간 라이브 중계는 무료로 제공하는 카드까지 꺼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SBS Biz
|
김완진
|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