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에 법적구속력 없어…배상청구권 유효
헌법재판소가 27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핵심 이유는 해당 합의에 법적 효력이나 구속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애초 헌법소원 심판의 가장 큰 쟁점은 당시 합의를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조약&'인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외교적 행위&'인지였다. 합의가 법률적 효과가 있어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헌법상 권리 침해가 분명해진다는 점에서 헌재는 결정문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해 합의의 성격을 따졌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포기나 처분을 다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번 협정이 구체적인 법적 의미를 확정한 부분이 전혀 없고, 온통 추상적·선언적 내용뿐이라고 봤다. 합의에 &'~해야 한다&'라는 법적 의무를 지시하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점, 위안부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원인이나 국제법 위반에 관한 국가책임이 적시되지 않은 점, 일본군의 강제성이나 불법성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일본이 합의문에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한 부분도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는 점 등을 봤을 때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대략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출연금 규모, 시기, 방법 등은 언급되지 않아 법적 구속력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가 합의의 성격을 따져 &'각하해달라&'는 외교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외교부의 합의가 피해자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를 지니지 않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외교부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적인 접근&'이 부족했다고도 꼬집었다. 헌재는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피해의 심각성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중요함에도, 합의 과정에 피해자들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들이 해당 합의로 받은 고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헌재는 정부가 위안부 합의로 외교적 보호 노력을 포기한 것 같지는 않다며 외교부 측의 향후 대책 모색을 독려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정부는 합의 이후 피해자의 명예,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 등을 표명한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합의의 위헌성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합의의 내용 및 절차에 일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헌재가 위안부 합의에 법적 효력이 없어 피해 할머니들의 배상청구권 등 헌법상 권리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지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동준 변호사는 &'이 사건 합의 및 발표가 결국은 공식적인 협상이나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합의의 성격, 효력 등을 감안해서 과감하게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