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 여성 결정권 침해
식약청이 사전피임약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여성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인영 홍익대 법학과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4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 &'피임약 재분류, 왜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하는가&'에서 &'식약청의 결정은 헌법에서 보장한 여성의 기본 인권을 침해한다&'며 &'피임약에 대한 재분류 정책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이 법이 추구하는 &'안정성과 신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40년 동안 사전피임약을 약국에서 판매하던 기존 정책을 바꾸려면 전환의 논거가 분명해야 한다&'며 &'(식약청이) 그동안 보고된 부작용과 예방 방안, 연령대별 피임 실천율이나 피임방법, 피임성공·실패율 등의 정확한 실태 조사 없이 선진국 사례만을 근거로 제시한 것은 충분한 명분이 되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선 추혜인 살림의료생협 주치의는 사전피임약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최근 경구피임약의 위험도가 과거보다 훨씬 낮아졌다&'며 &'더 나아가 먹는 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이 각각 60%, 50%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구피임약 복용률과 임신중절률이 반비례&'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발표한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병원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 피임방법에 대한 여성의 자기통제권과 손쉬운 선택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산부인과 의사의 53.4%가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 등 지방의 산부인과가 1-3%에 머문다&'며 &'보건의료 인프라 등 복합적인 요인과 여건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임여성이 복용자라는 점에서 정책 대상이 광범위하므로 당사자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식약청은 지난달 7일 사전피임제를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고 사후피임약은 약국 구입이 가능한 일반약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신원 식약청 소화계약품과장은 &'피임제에 대한 과학적 검토를 위해 피임제의 유효성과 부작용에 대해 기록한 선진 각국의 허가사항, 피임제에 대한 전문서적와 각종 의학논문을 검토하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황지성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소장, 차별 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대학생 네트워크 &'결&'의 권유경,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수 활동가가 차례로 주장을 폈다. 남윤인순 국회의원실 등의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20여 개의 여성시민단체 등이 참여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토론에 앞서 &'피임약과 관련된 정책에 특정집단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거나 여성이 인구조절이나 출산과 관련된 국가정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피임약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부천 소사구)은 &'숭고한 재생산 능력을 갖춘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제대로 고려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계기로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공론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