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러 '무기-석유 거래' 겨냥 제재 대상 추가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김정은(왼쪽) 영국이 17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석유 거래'를 겨냥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백양산 1호를 운항하는 백양산 해운은 러시아와 북한 간 석유제품 이전으로 북한 군사 프로그램 촉진에 관여했다 며 해당 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보스토치니항 터미널 운영사인 보스토치나야 항만회사와 토플리보 벙커링, 토플리보 벙커링의 이사인 러시아인 1명도 북한행 석유 소송에 관련됐다며 제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백양산 해운은 자산동결 및 운송 제재, 러시아인 이사는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토플리보 벙커링은 자산동결과 신탁 제재를 받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은 북한과 불법적인 '무기-석유 거래'까지 하는 등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인 전쟁을 지속하려 전력을 다한다 며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이전을 좌시할 수 없고 북한과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무기를 받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서 규정한 연간 공급 한도를 넘는 정제유를 올해 들어 지금까지 북한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이번 추가 신규 제재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가 북한과의 불법적인 협력관계를 감출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해 여러 제재를 부과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 무기를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전날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이전에 관여한 혐의로 러시아인 2명과 러시아 법인 3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북 김정은, 도보다리서 '북미 회담 장소' 고민 털어놔
&<앵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2주년을 맞아 회고록을 냈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단둘이 나눈 대화 내용을 비롯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실렸습니다.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동 장면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고 회고했습니다. 미국이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와 하와이, 제네바 등을 제안했지만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최종건/연세대학교 교수, 대담자 : 자신은 갈 수 없다, 비행기 때문에 못 간다…. 그래서 미국이 비행기를 빌려 준다고 했는데 그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중국에도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지만 결국 싱가포르행을 위해 중국에 손을 벌려야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 항공편을 이용한 게 내키지 않았다고 털어놨고, 2차 북미 회담은 북한 해역에 미국 항공모함을 정박시키고 여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김정은으로부터 이메일로 소통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북한의 보안 시스템 구축 작업이 지연되다가 국면이 나빠지면서 불발됐다고 밝혔습니다. [최종건/연세대학교 교수, 대담자 :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져요. 그 기억이 비교적 생생할 때 서로 대화하고 기록해둘 건 기록해두자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고.]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해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솔직해서 좋았다고 밝혔고 아베 전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만나는 순간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김용우, 영상편집 : 조무환)
북, 25일 만에 미사일 도발… 무기 생산은 대남용
&<앵커&> 북한이 25일 만에 동해 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습니다. 남측을 위협하는 동시에, 최근 불거진 북한과 러시아의 추가 무기 거래설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걸로 풀이됩니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오늘(17일) 오후 3시 10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이 발사됐습니다. 미사일은 약 300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합참은 밝혔습니다. 비행거리로 볼 때, 대남 위협용 훈련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25일 만으로, 오늘(17일) 아침 김여정 담화를 통해 북러 무기거래설을 부인한 뒤 이뤄졌습니다. 김여정은 무기거래설은 '황당한 억설'이라며 최근 공개한 전술무기들은 러시아 수출용이 아니라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최근 군수 공장을 잇따라 찾아 러시아 수출을 염두에 두는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 13일) : 최근에 국방공업이 세계적 수준에서 눈에 띄우는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김여정 담화에 이은 미사일 도발은 무기거래설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오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도 한미훈련 비난 글을 잇따라 발표하며 대남 위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연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러 무기거래에 맞춰진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인애/통일부 부대변인 :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가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북한은 부인하고 있는데, 북러 간 불법적 무기 거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등에 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주변 북측 지역에도 지뢰를 매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러 무기거래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을 희석시키기 위해 대남 긴장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 영상편집 : 정성훈)
문 전 대통령 김정은, 정상회담 때 '핵 사용 생각 없다' 말해
▲ 2019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며 나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고 말했다고 문 전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외교·안보 분야의 소회를 담아 펴낸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당시 김 위원장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불신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전했습니다. 회고록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 전 대통령의 고충이 담겼습니다. 북미 사이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다 양측이 상호 비방하는 언사를 주고받다가 2차 북미정상회담이 2019년 2월에야 열린 배경도 공개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와서 실무교섭을 하면서 '핵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정상회담이 늦어졌다고 했다 며 그 때문에 북한이 발끈했다 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내게 한 표현으로는 '신뢰하는 사이도 아닌데 폭격 타깃부터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었다 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그 말을 그대로 전했더니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겠어'라고 했다 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후로는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그런 요구를 한 적은 없지만 폼페이오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며 당시 미국 정부의 요구로 북미 간 대화가 어려워졌다고 했습니다. 이후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요구한 미국과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한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노딜'로 끝났습니다. 회고록에는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단독으로 했던 '도보다리 대화'의 내용도 소개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나는 북미회담을 잘하라고 얘기했고, 김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설득하고 자기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장소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이 나름 호의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이나 하와이, 제네바를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자기들의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어렵다고 했다 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미국 측에서 비행기를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자존심 상해 그럴 수 없다는 고충을 솔직히 털어놨다 며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판문점, 다음이 몽골의 울란바토르였다 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회담 상대로서의 김 위원장에 대해 보도를 보면 북한에서는 굉장히 폭압적인 독재자로 여겨졌는데, 내가 만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예의 바르고 존중이 몸에 뱄다 며 말이 통한다고 느껴지는 사람 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해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을 두고는 매우 유감스럽다 며 결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혀 이념적이지 않았고, 서로 조건이 맞으면 대화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다는 실용적 생각을 갖고 있었다 며 그런 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나로서는 아주 좋았다 고 평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트럼프, 마러라고서 처음 만날 뻔…'자존심' 탓 전용기 거부
미국 쪽에서는 나름 호의를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라러고 별장으로 오라고 하기도 하고 (중략)…미국 측에서는 비행기를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자존심 상해서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중국에 의존해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늘(17일) 출간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김영사)에서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산책'을 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부분 이라고 밝힌 뒤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하게 자기들의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 고 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마러라고 뿐 아니라 하와이와 제네바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로는 가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겁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판문점이었고 다음이 몽골 울란바토르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이 제안한 장소 가운데는 싱가포르가 가장 가까웠으며, 싱가포르도 북한 전용기로 이동하기는 어려워 김 위원장이 이런 고충을 다시 한번 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회담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문 전 대통령은 회고했습니다.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번개'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 간 이메일 소통을 제안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회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면서 불과 한 달 여 만에 북한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남측에 요청하면서 됐습니다. 남북 정상 간의 이메일 소통은 실무적으로도 검토됐지만, 북한이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지연됐고 이후 국면이 나빠지면서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고록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질문하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습니다. 각 시기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 100여 장도 함께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