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오리무중'…누구 패가 더 강한가?
[앵커] 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자존심 대결이 되고 있습니다. 대화를 해야 실마리를 찾을 텐데, 현재는 누가 먼저 전화를 하느냐 싸움이 됐고, 더 아픈 곳을 찾아 찌르기 경쟁만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면 상황이 더 꼬일 수밖에 없는데, 김성훈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은 시끄럽게, 중국은 조용히 압박을 가하고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중국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일부 희토류와 자석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공급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고,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우주항공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재료인데요. 이 때문에 F-35 전투기와 잠수함 등 미국의 첨단무기 생산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중국은 또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사 항공기 인수와 항공기 관련 장비나 부품의 신규 구매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는데요. 미국의 최대 145%에 달하는 보복관세로 수입 비용이 증가하자, 맞대응에 나선 겁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미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에 앞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수입도 축소하는 등 대응방식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죠? [기자] 첨단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 통제에 나섰습니다. 엔비디아가 저사양 AI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겁니다. 그간 엔비디아는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칩을 개발해 중국 수출로를 열어뒀었는데, 그 길마저 막아버린 겁니다. H20이라 불리는 이 칩은 중국 딥시크 AI모델의 훈련용 칩으로 쓰인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 결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에 우리 돈 710조 원 규모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춰왔는데요. 하지만 미중 무역 보복 난타전에 희생양이 된 꼴이 됐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수출 규제로 55억 달러, 약 7조 8천500여 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추산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 AMD도 이번 조치로 중국 수출길이 막혀 8억 달러, 약 1조 1천여 억 원의 매출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입에 대한 국가 안보 영향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는데요. 그간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구리 등 추가 광물에 대한 추가 관세를 언급해 왔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은 앞서 예고한 대로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수수료를 매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양국 정상의 접근 방식이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저격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관세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우리를 최악으로 대우한 중국은 봐주지 않겠다&'고 중국을 콕 집는 식입니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과 대화할 뜻도 계속 내비치고는 있지만,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이 먼저 숙이고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지지층이자, 중국의 보복관세로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 농민들에게는 구제안 약속과 함께 &'일단 버티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장기전에도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요. 공산당 기관지 기고문을 통해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입장을 밝힌 게 전부입니다.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고 있는데,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이미지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양국 정상의 의도가 뭘까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정부는 90일의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둔 가운데, 70여 개국이 협상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는데요. 이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을 낮춰주는 대가로 중국과 거래를 끊도록 압박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언론 인터뷰에서 &'각국이 미국과 중국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단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오랜 우방국들과 우선 협상을 벌이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협상에 나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순방길에 나선 시진핑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아시아 가족들의 밝은 미래를 함께 보호할 것&'이라며, 반미 연대 구축에 힘쓰는 모습입니다. [앵커] 퇴로 없는 치킨게임 양상인데, &'장기전이 되면 중국이 더 유리할 것이다&' 이런 전망도 나와요? [기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릎을 꿇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즈의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포커 게임&'에서 훨씬 약한 패를 들고 있다&'며, &'시간을 지체할수록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희토류 외에도 항생제, 미 국채 매각 등 중국이 쥐고 있는 카드가 더 세다고 지적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전에서도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조만간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과 달리, 내년 중간선거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과 비용 증가 우려에 미국 내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불만이 늘고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해 관세 충격에 대응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치솟는 국채 금리에 재정 적자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시진핑 주석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유연성&'을 언급하며 자동차 부품 관세의 유예 가능성을 시사하고 관세 협상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은 정말 견딜 수 있는 걸까요? [기자] 일단 중국은 시장 예상을 깨고 1분기에 전년 대비 5.4%의 &'깜짝&' GDP 성장률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3월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2.4% 늘어난 수출의 급성장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달 발효된 미국의 고율 보복관세에 앞서 기업들이 서둘러 수출에 나선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시 말해 아직은 관세 충격이 반영되지 않은, 단기적 부양 효과에 가깝다는 얘깁니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같은 기간 9.9% 감소하는 등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은 &'내수 회복력이 부족한 점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며 경계심을 보였습니다. 관세 불확실성에 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3.4%로 낮췄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가에선 추가 보복 카드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측 입장의 미묘한 변화가 주목되는데요. 일단 실무급 대화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국과 대화 중이고, 앞으로 3~4주 내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는데, 중국이 여러 차례 연락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김성훈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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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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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