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로 본 1980년 5ㆍ18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직후의 한국 정세에 대해 세계 각국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해외 반한단체들은 계엄령 철폐와 민주정부 수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일부 불순분자들의 조직적 책동&' 또는 &'재외동포들의 감상적 부화뇌동 행위&'로 일축하며 해외 반한시위와 집회 저지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가 지난 2월 공개한 외교문서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미, 즉각 우려 표명 = 미국은 광주 민주화 운동 직후인 1980년 5월19일 국무부 브리핑을 통해 한국내 계엄령 확대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 같은 해 6월1일에는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국 사태에 대한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이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의 한국 상황을 오판해 도발하지 않도록 중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1980년 5월22일 에드먼드 머스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차이 주미 중국대사를 불러 &'북한이 한국내 정세를 오판해 모험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머스키 장관은 특히 &'미국은 한미 방위조약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 같은 방침을 소련에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아울러 한국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증파하는 등 모든 정보기관의 활동을 총동원해 북한의 동향을 주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ㆍ일, DJ 구명 &'총력&' =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은 신군부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을 위해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외교문서는 미 하원 외교위 소속 의원 9명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김대중이 처형당하면 한미 관계는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 국무부도 &'재판결과가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한일 정치결탁 의혹으로 여론의 공격을 받자 북한과의 교류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당시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총리는 최경록 주일대사와 면담에서 &'김대중이 극형에 처해지면 대한 협력은 큰 제약을 받을 것이며 북한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노동조합과 시민ㆍ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연일 김대중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일본 노조는 &'김대중 사형&'을 집행할 경우 한국과의 유관 사업을 &'파열&'시키겠다는 내용의 결의를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에선 &'반한시위&' = 1980년 5월31일 독일개신교협의회(EKD) 소속의 한인 목사들이 주축이 돼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 반한(反韓)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석자들은 주로 광주에 연고가 있는 한인이었으며, 이들은 &'계엄해제&', &'민주항전&' 등의 구호를 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주독 대사관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독일 현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각종 미디어가 광주사태를 캄보디아나 베트남 사태처럼 취급하면서 &'광주사태는 군부가 조작 분위기를 조성했다&' 등의 유언비어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독일에 살고 있던 호남 출신 교민과 유학생, 간호사,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것이 정부나 공관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됐다고 외교문서는 밝혔다. ◇정부, 재외공관 동원해 적극 대응 =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펼쳤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공판과 관련해 미 국무부에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만큼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공개적인 논평을 삼가달라&'고 요청했으며 미 유력 언론에 계엄 사태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기사 게재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무부(현 외교통상부)는 일본 주재 공관에 김대중 구명 시위 및 집회를 적극 저지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이에 따라 각 공관은 민단 등을 동원해 &'김빼기 작전&'과 &'맞불 시위&' 등을 조작했다. 아울러 외무부 본부와 일부 재외공관은 24시간 비상 근무체제를 유지하며 각국 외무부와 정ㆍ재ㆍ언론계를 대상으로 대한(對韓) 여론 순화를 시도했다. 또 문화공보부 해외공보관은 김대중 죄상과 적용 법조항, 적용법의 입법취지, 군재판 절차, 예상 문제 등으로 구성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홍보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해외 홍보에 적극 활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