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저리네요 …3년만에 돌아온 아들의 용돈 5만원·학생증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3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저리고 똑같네요.&' 세월호 침몰과 함께 주인을 잃고 깊은 바닷속을 헤매던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 백승현 군의 여행용 가방과 지갑, 학생증, 용돈 5만원 등이 1천103일 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백 군의 어머니 임현실(51) 씨가 24일 연합뉴스에 제공한 백군의 유류품 사진에는 &'백승현&'이라는 이름이 선명한 학생증과 여행 떠날 때 용돈으로 준 5만원, 1회용 안경렌즈, 지갑, 여행용 가방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학여행 간다고 들떠 여행가기 전 새로 사서 가져간 티셔츠 2장과 신발도 돌아왔다고 어머니 임씨는 전했다. 임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엊그제(21일) 연락이 와 토요일(22일)에 목포에 가서 승현이의 캐리어와 지갑 등을 찾아왔다&'며 &'유류품 보관소 안에 들어가니 약품 처리 후 교복, 세면도구, 양말, 속옷 등을 따로 분류해놓고 건조 중인 것을 일일이 찾아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년 전 아이가 올라왔을 때 못찾은 아이가 27∼28명인가 해서 늦게 올라와 애가 탔는데, 3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저리고 똑같네요&'라고 울먹였다. 그는 &'나일론이 섞인 혼방소재로 된 교복, 넥타이는 색만 바랬지 구멍 하나 없이 온전했는데 면 소재 옷은 다 삭았고, 캐리어 천 손잡이는 너덜너덜했다&'고 돌아온 옷가지와 가방 상태를 전했다. 또 &'아이가 20개들이 1회용 렌즈를 가져갔는데 2개 쓰고 18개가 그대로 들어있더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물에 젖어 돌아온 용돈은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승현이 어머니는 &'어휴 속상하죠. 수학여행 가서 쓰라고 준 건데…&'라고 한숨과 탄식을 내뱉었다. &'(참사)초창기 포렌식으로 복원한 세월호 내부 화면을 보면 (2014년 4월)16일 승현이가 아침에 밥맛이 없었는지 친구랑 사발면을 먹고 있더라구요. 수학 여행가기 전 용돈으로 현금 5만원을 주고 은행(계좌)에 따로 더 넣어줬는데, 맛있는 거라도 사 먹지…&' 이번에 돌아온 유류품은 제 자리인 승현이 방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 승현이 어머니는 &'배에서 꺼내고 나서 약품 처리한 거라 냄새가 심해 열흘 이상 물에 담가놔야 한다고 해 욕조에 담가놨어요. 하루에 한 번씩물을 갈아주며 냄새를 빼고 있다&'고 했다. 승현이 방은 수학여행 갔을 때 그대로다. 그는 &'장례 치르고 나서도 승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밤 10시 조금 넘으면 방에 불을 켜 놔요. 제가 어디를 가도 잠은 안 자고 와요. 애 혼자 놓고 가는 거 싫어서&'라며 가슴에 묻은 아들을 그리워했다. 백군의 캐리어와 지갑이 1천103일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온 사실은 세월호 자원봉사자 임영호씨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방과 지갑, 용돈 등을 찍은 사진 다섯 장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임씨는 &'승현이가 수학여행을 떠난 지 1103일 만에 여행용 캐리어와 지갑이 세월호에서 돌아왔다&'며 &'입고간 교복과 옷가지들 그리고 지갑, 수학여행 용돈으로 쥐여 준 5만 원이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인 채…&'라고 적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3년간 바닷물 속에 잠겨 곳곳이 하얗게 얼룩진 가방과 1만 원짜리 다섯 장, 학생증과 카드 등이 담겼다. 임씨는 &'평소에도 &'엄마 사랑해요&'를 입버릇처럼 외쳐주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도와주고 엄마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주던 효자 아들 승현이었다&'며 &'외동아들로 자라며 동물조련사의 꿈을 키웠던 승현이는 미쳐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별이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승현 군은 187cm 키에 시원한 외모로 모델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형제 없이 외동으로 자라서인지 동물에 관심이 많아 동물조련사의 꿈도 꿨다고 한다. 수학여행 떠나기 이틀 전 손목을 다쳐 깁스했던 승현 군은 모델, 동물조련사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3년 전 5월 주검이 된 채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임씨는 &'대선에 묻혀가지만,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와 함께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미수습가족분들과 계속해서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승현이 부모님과 세월호희생자 가족분들께 따뜻한 관심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유품의 주인인 백 군은 참사가 발생한 지 20일 만인 2014년 5월 6일 부모 품으로 돌아와 화성 효원추모공원에 친구들과 함께 잠들어 있다. (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