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명품아역→악역' 하승리 “심은하 씨를 닮고 싶냐고요?”
[SBS funE l 강경윤 기자] 하승리(24)는 벌써 데뷔한 지 19년 차 배우다. 중견 연기자 못지 않은 경력을 가진 하승리의 데뷔작은 1999년 SBS 인기드라마 &'청춘의 덫&'이다. 당시 하승리의 나이는 5살. 당시 그는 심은하의 딸로 출연해 나이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며 &'꼬마 연기천재&'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의 귀여웠던 모습을 기억한다면, 현재 방영 중인 KBS &'내일도 맑음&'에서 황지은 역을 맡은 하승리를 쉽게 알아보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 황지은은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자신이 갖지 못한 욕망 때문에 강하늬(설인아 분)과 갈등하는 악녀다. 칼 같은 단발에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는 황지은에게서 &'청춘의 덫&'의 5살 혜림의 동심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하승리는 15년 동안 명품아역으로서 각광을 받았고, 이제 성인 연기자가 된 지 4년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내일도 맑음&'은 숙제이자 터닝포인트다. 악녀연기를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하승리를 만나서 그녀의 짧지 않은 연기자로서의 삶의 얘기를 들어봤다. Q. &'청춘의 덫&'이 연기자로서 첫 발을 디딘 계기였다면, &'내일도 맑음&'은 터닝포인트와 같은 작품인가. &'전작이 지난해 방송된 KBS &'학교 2017&'로 당시에는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 성인 연기를 해보는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려보이지 않고 내 연기가 어색해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Q. 극중 황지은은 한 마디로 악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홈쇼핑 MD로 일하면서 가정사 때문에 비뚤어진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홈쇼핑 MD의 삶을 지켜봤었고,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건너 보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간접 경험하며 준비했다.&' Q. 많은 이들이 아역이었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연상해 떠올리지 못한다.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를 보여야 하고, 상대 배우인 이창욱과 11세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려보이면 안됐다. 그래서 생각이 많았다. 단발머리를 하고 스타일링을 하면서 최대한 지은에 가까워 지려고 노력했다.&' Q. 악역 연기는 쉽지 않을 텐데, 어떤가.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악역연기는 나에게 좀 안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나답게 연기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연기자 선배님들이 &'너만의 색깔이 있다&'고 칭찬해주셔서 그렇게 믿고 하고 있다.(웃음) 이제는 지은이 하승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서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낙천적인 성격인데 지은으로 살다 보니 평소에도 우울하거나 기분이 무거울 때가 있다.&' Q. 악역이다보니 시청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겠다. &'촬영 때문에 외부에 나갈 시간이 별로 없어서 피부로 체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 스태프들이 외부 반응을 전해 주신다. 한 시민이 &'단발머리 그 기지배 머리채라도 잡고 싶다&'고 했다고 몸 조심하라고 전해주셨다.(웃음)&' Q. 극중 엄마로 나오는 지수원 씨와 여-여 케미가 좋다. &'선배님이 정말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시다. 평소에 리딩하거나 할 때는 &'엄마 힘들다, 기운 없다&'고 하시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매 신마다 정말 그 에너지에 압도 된다. 같이 붙는 신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많이 배운다.&' Q.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청춘의 덫&'의 귀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정말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우연한 기회에 엄마를 따라서 촬영장에 갔고, 그 때 맡은 역할이 심은하 씨의 딸 역할이었다. 기억이 아주 뚜렷하진 않고 뜨문뜨문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이 난다. 글을 못 읽을 때라서 엄마가 옆에서 &'지금 이 장면은 어떤 상황이야&'라고 설명해주면 거기에 몰입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Q.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5세 꼬마에게 어떻게 그런 힘이 났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웃음)&' Q. 아역연기자와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왔을 텐데,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나. &'&'학교 2017&'에서는 일진 연기를 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웃음) 오히려 주목 받는 걸 원치 않았다. 친구가 어디에 가서 &'얘 연예인이야&' 라고 하면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오히려 조용하게 지내려고 했다.&' Q. 아역시절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한해도 쉬지 않고 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채시라 아역을, &'프로듀사&'의 공효진의 학창시절 모습으로 출연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때는 그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덜 절실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계속 많은 작품의 요청이 들어왔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예전보다 일이 없어지니까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Q. 인생에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이 왔겠다. 전환점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다.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기회가 됐다. 욕심이 생겼다. &'목표한 바를 내 힘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갈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인생에서 소중한 고민이었다.&' Q. 이제는 연기에 대해서 더 절실해진 건가. &'연기는 할수록 어렵고, 19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숙제를 주는 일이다. 배우가 되고 싶다. 가짜로 하는 것 말고, 진짜로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전달하고, 시청자가 진심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Q. 그런 의미에서 하승리에게 &'청춘의 덫&'이란? &'평생 기억되고 따라다니는 것?(웃음) &'아역 연기자였다는 게 싫어&', &'누군가의 딸로 기억되는 게 싫어&'라는 마음은 아니다. &'아, 예전에는 그런 연기를 했구나.&', &'그 때 그 친구가 이랬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Q. 1990~2000년 당대 최고였던 심은하 씨를 닮고 싶나. &'갈길이 너무 멀어서 심은하 씨와 비교를 한다는 게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웃음) 성격이 무던하고 묵묵한 편이다. 심은하 씨의 딸로 기억되어서 그렇게 얘기를 들을 순 있지만 나는 내 길을 천천히 가고 싶다. 지금으로선 성인으로 변신한 나의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인정 받는 게 가장 큰 숙제다.&' Q. 배우 하승리는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은가. &'센 거 해보고 싶다. 악역 같은 것, 감정 없는 소시오 패스도 좋다. 눈빛이 세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 때문에 그런 연기도 좋을 것 같다.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얼굴로는 승산이 없다. 실력으로 가는 거다.(웃음)&' Q. 연기자로서 고민을 하면서 &'목표를 이뤄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목표는 뭔가. &'최종 꿈은... 행복한 거다. 돈을 버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 아닐까. 힘들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뭔가에 몰두할 때 행복하다. 지금은 그런 행복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사진=백승철 기자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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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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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