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공장 문도 마음대로 못 닫네'…사면초가 현대제철
[앵커] &'산업의 쌀&'로 불리던 한국의 주력 산업 철강업계 부진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건설 등 우리 전방산업 경기가 나빠진 데다, 중국발 저가 물량의 공습까지 겹치면 선데요.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사들도 버티지 못하면서 공장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제철 노조가 공장 폐쇄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 기자, 현대제철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현대제철이 경북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현대제철은 노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노조 측에 전달했는데요. 실제로 폐쇄가 된다면 지난 1995년 가동 이후 대략 30년 만입니다. 포항2공장은 건설용으로 쓰이는 &'중형 H형강&'이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인데요. 업황 부진 타격을 받으면서 한 달에 일주일도 공장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공장이 멈춰 선 상황입니다. 포항2공장에는 현대제철 직원 약 200여 명과 자회사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요. 현대제철 측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폐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폐쇄 시에는 근로자 전환 배치 등 고용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만큼 실적이 나빠졌다는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3분기 현대제철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5조 6천억 원, 영업이익 51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1년 전과 비교해 10.5%, 77.4% 줄었는데요. 올해 전체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80% 감소했습니다. 적자는 면하고 있지만 역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현대제철만의 일은 아닙니다. 포스코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약 4천800억 원으로, 7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대비 이익이 크게 줄었습니다. 결국 포스코도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지난 19일 폐쇄했습니다. 가동 45년 만의 폐쇄인데요. 포스코는 앞서 수익이 잘 안 나는 중국 제철소, 장가항포항불수강 매각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건설경기, 전방산업이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사실 글로벌 환경도 전반적인 상황에 영향을 많이 줬잖아요? [기자]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재윤 /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 : 중국 내에서 지금 수요가 부진해서 남는 물량이 전 세계로 많이 수출이 되고, 그에 따라서 전 세계 철강 가격의 하락을 유도하는…(중국 내수가 살아나야) 국면이 상승 전환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은 약 9천200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3%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과거 철강 관세와 수출 쿼터제를 만들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윤 /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 : 미국의 (철강) 자급률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자동차 강판 등 우리 주력 제품이 많이 나가는 시장이기도 하고요. 추가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철강 산업에 추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관세 조치가 이뤄지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동아시아 물량이 우리나라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그렇게 되면 저가 물량 공급과 업황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안으로 밖으로 악재가 많은 상황인데요. 그런데 현대제철 노조는 공장 폐쇄에 왜 반대하는 것입니까? [기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효율화가 중요하겠죠. 현대제철도 그런 차원에서 포항 2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인데요. 노조는 사측이 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포항 공장을 폐쇄하는 식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 측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동기 /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장 : 폐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고요, 회사는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자고 해야 한다는 것이죠. 철강 시장이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재편 등 (공장을 살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지….] 이처럼 노조가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보니, 현대제철에서도 섣불리 폐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노조 측은 앞으로 사측이 폐쇄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집회 등 전면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고요? [기자] 지난 20일 노조는 현대제철 판교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진행했는데요. 자회사인 현대IMC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약 300여 명의 근로자들이 본사 앞에 집결했습니다. 집회가 마무리되어 가던 도중, 노조 측이 천막 농성이 돌입하기 위해 천막을 치는 순간, 보시는 것처럼 갑자기 현대제철 측 보안 직원들이 달려들면서 천막을 두고 육탄전이 벌어졌습니다. 약 5분간 서로 욕설,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노조 측이 천막과 본사 건물 사이를 이격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노사 간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앵커] 노사 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게 임금교섭이잖아요. 올해 현대제철 노사 교섭은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지난해 교섭에서 현대제철 노조가 현대차와 기아가 받은 성과급만큼 달라고 하면서, 노사 간의 실랑이가 길어졌습니다. 결국 지난해 교섭을 올해 초가 돼서야 마무리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올해 교섭 시작 자체가 늦어지게 됐는데요. 지난 9월 상견례 이후 12차 교섭까지 진행됐지만, 아직 입장 차이가 큰 상황입니다. 노조 측은 올해도 현대차와 기아가 받은 만큼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가 약 한 달간 파업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제철도 파업 투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노조 측이 파업권까지 확보한 상황이라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면 현대차와 기아까지 그 여파가 번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차 계열사 전반에 노사 간 긴장감이 퍼져있는 상황입니다. 업황은 안 좋은데 내홍을 겪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업황 부진은 수년간 이어진 상황이었고, 현대제철 입장에선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지난해 말 인사에서 현대제철의 구원투수로 서강현 전 현대차 재경본부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죠. 그룹 내 대표 재무통으로 여겨졌던 만큼 실적 개선, 효율화 등 기대가 컸는데요. 다만 현대제철의 노사 관계는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 트럼프 2기의 관세폭탄 우려 같은 글로벌 대외 변수도 국내 기업에서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등 노조 반발이 커지면서 노사 문제는 그룹 계열사 전반의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철강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앵커] 신성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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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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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