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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제발 도와주세요"…강남서 '러닝머신' 뛴 미국인

몇 년 전 서울 시내 한복판에 러닝 머신을 갖다 놓고 타는, 한 미국인 남성이 있었습니다.

헬스장 광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남성은 시위를 벌이던 거였는데요.

한국인 아내가 두 자녀를 말도 없이 데려간 뒤,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우리 경찰서와 법원 앞에서 아이들을 돌려 달라며, 이렇게 러닝 머신 위를 달렸다고 하는데요.

아동 반환 소송과 양육권 소송에서도 모두 이겼지만, 아이들을 볼 방법은 없었다고 합니다.

지난 2022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한 미국인 남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끝없이 러닝머신 위를 걷습니다.

옆에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피켓과 사진이 세워져 있습니다.

[존 시치 (SBS '궁금한이야기Y', 2022년 11월 18일) : 이 러닝머신은 마치 지금 제 현실과 같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제발 저를 도와달라는 의미'입니다. 제 고향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예요. 두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이른바 '러닝머신' 아빠로 알려진 50대 미국인 남성, 존 시치 입니다.

지난 2019년, 한국인 아내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간 뒤 연락이 끊겼고 그렇게 아이들과 헤어졌습니다.

존은 양육권과 아동 반환 소송을 했고 한국과 미국 양쪽 법원에서 모두 이겼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되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자녀들의 의사에 반해 아동 반환을 집행할 수 없다"는 우리 대법원 예규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법적 양육권과 상관없이 낯선 집행관이 어린아이들을 찾아가, 아빠 혹은 엄마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존의 경우 엄마와 살던 아이들이, 아빠와 살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존 시치 (SBS '궁금한이야기Y', 2022년 11월 18일) : 꿈에서 깨어나면 그 순간부터 내 삶은 정말 암흑이에요. 죄송해요.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최악이에요. 애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이 방식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시민 단체의 법 개정 촉구와 함께, 국회의 지적도 이어졌는데요.

국제 사회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서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 우리나라를 '아동 탈취국'으로 지정한 겁니다.

결국 올해 초 대법원이 이 예규를 바꾸기로 하면서, 결국 존 시치는 최근, 4년 만에 두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송미강/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 : 합의 없이 한쪽이 애를 데리고 뿅 사라지는 거 거든요. 이게 사실은 약취죠. 또 다른 부모에 대한 안부 없이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 자체가 이미 아이한테는 되게 불안하고 힘든 상황이라서 외국은 이 자체를 학대로 봐요.]

대법원이 결국 국제 아동반환청구 사건에서, '현장에서 자녀가 거부하면 데려갈 수 없다'는 조항을 빼기로 결정하면서 지난달 15일, 존 시치는 4년 만에 아이들을 되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존 시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아이들도 조금씩 적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해왔는데요.

우리나라가 뒤늦게라도, 국제아동탈취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영상편집 : 문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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