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봉태규, '리턴'으로 다시 '리턴'한 이유는?
[ SBS funE | 김재윤 기자] 그가 돌아왔다. 푸근한 인상과 연기로 우리 곁을 지켰던 배우 봉태규. 그는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리턴&'을 통해 그간 보여줬던 모습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사학재단 아들로, 속없이 헤헤거리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잔인한 폭행을 일삼는 김학범 역을 맡은 봉태규는 그동안 캐릭터만큼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아왔다. &'리턴&'을 통해 다시 우리 곁으로 &'리턴&'한 봉태규를 만났다. 김학범, &'리턴&'에서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이자 봉태규의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감은? 대본을 받고 리딩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첫 방송 이후 바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3회에 등장하는 신이 많아 내심 기대했었다. 염미정(한은정 분) 사체를 파묻고 서준희(윤종훈 분)의 친부를 절벽으로 밀어붙이는 &'쎈&' 장면들이 많아서였다. 그런데 정작 4회에서 터지더라. 4회 방송에 특별한 점이라도 있었나? 준희 장례식장에서 가짜로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대본상에는 &'학범이 오열하고, 부축을 받아 실려 나간다&'고 한 줄로 적혀있었다. 그래서 주동민 PD에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주 PD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당시 현장에서 누가 봐도 이상한 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사실 의외였다. 악행을 저지르는 장면 대신 이 장면이 화제가 되어 기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김학범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진 악역과는 전혀 다른 인물, 모두의 예상을 깨는 행동을 하는 인물이라 그런 것 같다. 전형적인 악역 패턴을 비켜가는 캐릭터랄까. 그런데, 학범 캐릭터를 나 혼자 만든 게 아니고 주동민 PD, 동료 배우들과 현장에서 수시로 의논하면서 만든 캐릭터라 더 의미가 깊다. 시청자 입장에서 그런 의외성이 굉장한 싸이코처럼 다가오지 않았을까 한다. 가족들은 뭐라고 하던가? 장모님이 손자 보시려고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시는데, 학범의 연기를 보고 난 뒤 아내와 모처럼 음성통화를 하셨다. 봉 서방이 연기는 잘하는데, 무의식 안에 그런 폭력적인 면이 내재되어 있는 것 아닌지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렇다고 장모님 앞에서 해명하기도 애매했다. 그런 모습 전혀 없고 드라마고 판타지라 그런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디까지 날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다.(웃음)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한 작업,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 느껴진다. 코믹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힘들었다. 다른 역할을 하고 싶은데 계속 고정된 이미지에 갇혀있다 보니 다른 캐릭터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내 기존 이미지가 &'리턴&'에서는 의외성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전화위복인 셈이다. 캐릭터 연구에 각별히 신경 쓴 것 같다. 학범의 괴팍함과 내재된 폭력성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다. 학범이 싸움을 잘하는 인물은 아니다. 다만 폭력을 당할 일이 없어 폭력의 무서움을 모르는 천방지축이다. 그래서 헬멧으로 사람을 때린더던지, 총을 겨눈다던지 할 때 힘 빼고 연기했다. 마치 일상을 연기하듯. 학범에겐 그게 일상이니까. 다만 악벤저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선 눈에 힘 좀 줬다. 친구들끼리 쓸데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내가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겼다. 다만 대사가 사람 죽이고 매장하고 그런 얘기들이었지만(웃음)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같은 디테일까지 철저히 준비한 것 같다. 사실 학범에겐 직업이 없었다. 주 PD와 얘기하던 중 직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사학재단 아들이면 교수 한자리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교수로 설정했다. 영연과 무용과 등 다양한 학과를 검토하다 희소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신학대 교수로 결정했다. 깨알 디테일이었다. 그런 디테일을 극 중간중간 숨겨놓기도 했다. 학범이 영국 유학파 출신이라 영국식 발음을 하려 애썼다. 와이프가 영국 유학파 출신이라 자문도 구했다. &'잭팟&'을 &'잭포트&'로 발음했다. 시청자분들께서 눈치채셨는지는 모르겠다. 또한, 안경과 짧은 헤어스타일은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걸 보지 못하는 학범의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면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의상은 기존 재벌 느낌과는 달리하고 싶어서 수트를 입지 않았다. 대신 요즘 유행하는 옷을 입었다. 학범이 몇백만 원은 돈도 아닌 사람이기에 비싸지만 편안한 그런 옷들을 입었다. 악벤저스(신성록 박기웅 윤종훈)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서로 많이 의지했다. 보통 연기 할 때엔 상대 캐릭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들 프로연기자이지 않나. 하지만 &'리턴&'을 통해 다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촬영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하는 입장이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두고도 성록이와 상의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의욕에 넘쳤다. 긴 신을 촬영하고도 조금이라도 찝찝하면 처음부터 다 다시 찍었다. 주 PD가 흔쾌히 요구를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드라마인데도 영화처럼 촬영한 기분이었다. 이쯤 되면 &'리턴&' 출연이 운명인 것 같다. 보통 방송사 드라마국에 배우들 프로필과 사진을 담은 인쇄물이 쌓인다. 그런데 난 얼굴도 알려진 배우였는데, 그 프로필들 맨 꼭대기에 내 프로필 파일이 삐딱하게 놓여있었다고 한다. 그걸 우연히 본 주동민 PD가 캐스팅을 염두해두었다고 한다. 주연급 배역이지만 주인공은 아닌데 하겠어라고 반신반의했는데 촬영감독님이 물어나 보자고 해서 만남이 성사됐다. 그 만남이 지금의 봉태규를 만든 셈인데...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센 캐릭터라 소비만 되고 끝날 수 있는 걱정이었다. 그렇게 소비되는 것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처음엔 거절했었다. 이후 두 번째 만남에서 주동민 PD를 만났는데, 주 PD가 내게 신뢰를 줬다.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마음껏 하라고 하더라.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미팅에 모든 스태프가 다 나왔다는 점이다. 존중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촬영 감독님, 연출부 스태프 등 일일이 소개하더라. 그런 모습에 믿음이 갔다. 그렇게 작품에 들어갔지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주연배우 교체가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내가 직접 개입되어 있는 문제도 아니었고, 내가 개입해서 무언가를 바꾸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새로 투입된 박진희 선배도 부담을 안고 오는 거고 남은 촬영도 많았기에, 후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연기자로서도 공백이 좀 있었는데, 개인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영화 네 편이 뜻하지 않게 엎어졌다. 그러면서 몸도 안 좋았고,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순간 출연 제의도 확 줄어들었다. 배우를 계속할지 고민도 했었다. 그 와중에 박신혜와 단막극을 했었다. 그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지금도 그 작품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 슬픈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봐도 짠해서다. 살도 많이 빠졌고, 내 자신을 위해 애쓰는 게 보여서. &'리턴&'이 본인에게 남긴 것은? 내가 충실하게 연기만 잘하면 되지, 괜한 지레짐작으로 한계를 그어 놓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리턴&'의 성공으로 &'앞으로 악역만 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코믹연기에서 악역으로 잘 넘어왔듯이 앞으로 용기 있게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그 용기가 &'리턴&'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차기작이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다. 예능, 특히 가족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결혼하고 어머니와 같이 살다 독립하고 이사한 지 2주 됐다. 태어나서 첫 독립인데 때마침 &'슈돌&' 출연제의가 들어왔다. 어머니가 손자를 자주 못 보시고, 양가 어르신들도 원하셔서 출연하게 되었다. 나도 아들과 강제적으로 2박 3일을 쭉 같이 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일하면서 몸이 힘들면 어느 순간 육아를 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슈돌&'을 하면 일을 하면서 동시에 육아의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에 1석 2조인 것 같다. 아내는 방송 출연에 대해 부담을 좀 가지고 있었는데 &'슈돌&' 제작진이 잘 배려해줬다. 향후 계획은? 아들과 &'슈돌&' 재미있게 촬영할 거고, &'리턴&' 때문에 잠시 쉬었던 팟캐스트를 재개할 예정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팟캐스트는 내가 직접 콘텐츠를 선택하고 생산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jsama@sbs.co.kr &<사진제공 = iMe KOREA,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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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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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