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전체로 본 '님포매니악'…듣고, 보고, 느끼는 영화
영화 &'님포매니악&'(감독 라스 폰 트리에)은 단순히 &'야한 영화&'로만 치부할 작품이 아니다. 한 여성의 섹스 라이프에 대한 고해성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인간의 근원적 고통인 고독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밝히는 여자&'쯤으로 통용될 색정광(色情狂 : Nymphomaniac)의 고백은 화려한 섹스 라이프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조&'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통해 삶의 본질과 방식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해석을 시도한다. &'나의 모든 구멍을 채워줘&'라는 자극적인 카피가 불러일으키는 19금 상상력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서서히 깨질 것이다. 영화는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이 한 골목에서 만신창이가 된 채로 쓰러진 조(샤를로뜨 갱스부르 분)를 집으로 데려가면서 시작된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여성은 샐리그먼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회고한다. 조의 경험담은 낚시대전, 제롬, 미세스 H, 섬망, 오르간 학파,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그리고 침묵의 오리, 거울, 총까지 총 8개 장으로 나뉘어 펼쳐진다. 각 챕터의 제목은 샐리그먼의 방에 있는 물건에서 기인한 것으로 조의 섹스 경험담과 묘한 연결 고리를 띈다. 청자인 샐리그먼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조의 이야기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한다. 말하는 이의 에피소드는 풍부하고, 듣는 이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한다. 두 사람의 대화가 날을 새도 끝나지 않을 천일야화처럼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살 때 자기 성기의 센세이션한 느낌을 발견한 조(스테이시 마틴 분)는 남다른 호기심과 욕망으로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다. 조는 몇천 명의 남자와 잤지만 자기가 쫓은 것은 단 하나 쾌락이었다고 말한다. 섹스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어른이 된 조는 섹스의 묘약은 &'사랑&'이라는 깨달음에 직면한다. 자신의 처녀성을 가져간 제롬(샤이아 라보프 분)과 재회한 조는 섹스의 묘약을 발견하고 새로운 성에 눈뜨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순간 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님포매니악&' 볼륨1의 이야기다. 볼륨2에서는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된 조의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조는 잃었던 감각을 되찾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여느 여자와 같은 라이프 사이클 안에 놓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다소 평이한 구성과 완성도를 보인다. 감독은 조의 특별한 경험담에 철학과 종교, 수학, 정신분석학 등의 개념에 음악과 미술 등을 대입하는 등 광범위한 썰을 풀어내지만, 소재의 파격성이 이 작품 가치의 상당부문을 차지한다. 또 노출과 성애 묘사가 실험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파격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되레 판타스틱 섹스백서의 외피를 둘렀지만, 육체의 쾌락이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한 조의 고백이 더 공감간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어둠속의 댄서&', &'도그빌&', &'안티 크라이스트&' 등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속 여성은 다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처절한 비극 아래 놓인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것은 감독이 여성을 보듬는 최선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조라는 인물의 자유분방한 성생활은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조는 때때로 여성으로서 받는 사회적 억압에 대해 토로한다. 영화는 인물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지만, 어느덧 우리는 조의 유머와 비극에 동참하게 된다. 최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유쾌한 터치로, 또 비교적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여는 람스테인의 메탈록부터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바하의 클래식 음악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음악의 사용은 이 영화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하는 힘이 된다. 또 이 영화의 완성도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어린 조 역의 스테이시 마틴은 몸으로 느끼는 캐릭터의 모습을 계산 없이 연기해냈다. 볼륨2에서 어른 조로 활약한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쾌락과 고통, 환희와 고독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공감가게 표현해냈다. 이밖에 스텔란 스카스가드, 샤이아 라보프, 크리스찬 슬레이터, 우마 서먼, 제이미 벨, 윌렘 대포 등의 배우들이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님포매니악&'은 듣고 보고 느끼는 영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관객을 이 영화에 100% 집중할 수 없다. 알려졌다시피 정사 장면의 상당수가 블러 (Blur : 화면을 희미하게 처리하는 것)처리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1차 등급심의에서 이 영화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고, 결국 수입사는 문제가 된 일부 장면에 블러 처리한 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수입사 측은 &'일부 장면이 블러 처리되었으나 영화 전체 분량에서 한 장면도 삭제되지 않고 개봉 수 있게 됐다&'고 자위했다. 심의 잣대에 대한 해묵은 논란은 이 영화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영등위는 단순 성기 노출 장면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었다. 대체로 문제가 된 것은 발기된 성기였다. &'님포매니악&'은 해외에서 실제 정사 논란으로 뜨거웠던 만큼 발기된 남자의 성기와 애액으로 젖은 여성의 성기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이 장면은 문제가 됐다. 신체의 일부로서 바라보는 성기와 성행위의 기능을 하는 성기에 대한 이분법적 잣대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에로틱한 감정을 느낄 관객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님포매니악&'은 야하지만 야릇하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를 채우고 있는 건 에로틱 무드가 아니라 고독과 슬픔이다. 관객과 영등위의 눈은 분명 다를 것이다. 불분명한 심의 기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님포매니악&'은 두 개의 영화로 나눠져 있다. 이 영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볼륨 1,2를 연이어 보기를 권한다. 적어도 둘 중 한편만 보는 우는 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감으로 느껴야 할 이 작품을 반쪽 체험하는 것은 안하니만 못한 관람일 수도 있다. 볼륨1 러닝타임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 6월 18일 개봉. 볼륨2 상영시간 123분, 청소년 관람불가, 7월 3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뉴스
|
김지혜
|
201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