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덫에 빠졌나…장점 희석된 속편vs상업적 성공
* 이 글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한국의 OTT 오리지널 드라마엔 시즌2의 저주가 있다. 아무리 성공한 작품도 시즌2가 시즌1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경향이다. K콘텐츠 세계화에 초석을 마련했던 '킹덤', '지옥', '스위트홈', 'D.P' 등도 시즌2가 시즌1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즌2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정된 것이 아니라 성공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전편의 성공으로 인해 단기간 만들어진 결과물은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다. ▲ 이야기 혹은 캐릭터를 쥐어짜거나 ▲ 정해진 결말에 이야기를 짜 맞추고 만다. '오징어 게임' 역시 시즌2는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 2021년 9월 공개된 시즌1은 시청 수 2억 6,520만 뷰(영어+비영어 포함)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라섰다. 누적 시청 수는 28억 뷰. 이 기록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역사를 바꾼 이 시리즈를 1편에서 끝낸다? 이건 넷플릭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동혁 감독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전 세계에 알리고 미국 에미상 감독상 등 생애 최고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 아닌가. 더욱이 넷플릭스에서 250억 원을 투자받아 약 2조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고도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했다. 시즌2는 기훈이 다시 오징어 게임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황동혁 감독에게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황동혁 감독은 약 1년여에 걸친 시상식 시즌을 마무리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2' 집필에 돌입했다. 약 1년여의 세월을 투자한 끝에 새로운 시즌의 각본을 완성했다. 2023년 7월 촬영을 시작해 2024년 6월까지 시즌2, 3에 해당하는 분량의 촬영을 마쳤다. 시즌2의 주역들은 공개 전 해외 11개국을 돌며 2024년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다운 대규모 홍보 행사를 펼쳤다. 지난해 12월 26일 시청자들의 뜨거운 기대 속에 공개된 시즌2는 초반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그러나 상업적으로는 또 한 번 대박이 터졌다. 시즌 2는 전 세계 93개국 1위에 오르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로 공개한 모든 국가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개 첫 4일간 기록한 조회수는 6,800만 회. 2022년 '웬즈데이'가 세운 넷플릭스 최고 인기 데뷔작 기록(5,010만 조회 수)도 가볍게 경신했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2'는 1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긴 쉽지 않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공존하는 만큼 이 작품을 향한 호불호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 '빵과 복권' 그리고 '러시안룰렛'의 의미 시즌2의 1화는 전체를 놓고 보면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인다. 기훈이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게임에 참여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담은 1화는 시즌2의 프롤로그적 성격이 짙다. 이 과정에서 기훈보다 '딱지맨'이 더 크게 부각된다. 시즌1에서 게임 리크루터 역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딱지맨은 시즌2 1화에서 두 차례나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먼저 딱지맨은 탑골공원에 모여든 노숙자들에게 빵과 복권 중 하나를 고를 기회를 제공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순간의 풍족인 빵 대신 더 큰 행운과 빈손의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복권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 회전식 연발 권총의 여러 개의 약실 중 하나에만 총알을 넣고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탄창을 돌린 후, 참가자들이 각자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딱지맨은 자신을 쫓는 기훈에게 오징어 게임에 재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걸고 러시안룰렛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기훈의 목숨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담보로 건다. 시즌2 전체를 놓고 보면 사족과 같은 이 에피소드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황동혁 감독이 시즌2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미리보기라고 볼 수 있다. '빵과 복권'은 시즌2에서 핵심 룰인 '투표' 즉 선택권에 대한 은유라 볼 수 있다.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매 게임 전 참가자들이 게임의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투표를 한다. 대부분의 도전자는 보장된 돈에 만족하지 않고, 타인 혹은 내가 죽어야만 기하급수적으로 보장액이 늘어나는 불확실한 다음 라운드 도전을 선택한다. 다만 노숙자들의 선택이 가져올 최악의 결과가 '빈손'이라면 참가자들의 최악의 결과는 '죽음'이다. 러시안룰렛을 제안한 딱지맨과 그 제안을 수용한 기훈 역시 선택은 자유의지였다. 선택은 스스로가 했지만, 삶과 죽음의 결과는 운에 의해 결정 났다. 미리보기적 성격의 두 게임은 시즌2에서 '선택'의 문제가 부각하며, 시즌1보다 '운의 비중'이 더 크게 작용하고, 이를 통해 456명의 운명이 더 잔혹하고 처절하게 갈릴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 게임의 재미는 줄었지만, 메시지는 더 선명해졌다 전반적으로 시즌2가 시즌1의 동어반복적 성격이 짙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플롯이 낳는 식상함이 크고, 새 캐릭터들 역시 시즌1에서 사랑받은 캐릭터(빌런, 소수자, 노인 등)를 유형화해 인물만 바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게다가 인물이 너무 많다. 어떤 캐릭터는 사연을 미리 제시하고, 어떤 캐릭터는 입으로 자신의 전사를 이야기한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캐릭터를 나열하다 보니 감정을 이입하기 쉽지 않다. 게임 세계 바깥의 인물들은 연신 헛발질을 해대다 보니 극 전체에서도 겉돈다는 인상을 남긴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1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한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면서 확장과 진화를 꾀했다. 실제로 미술과 음악, 촬영 등 작품의 기술적 요소들은 늘어난 제작비와 함께 더욱 화려하고 풍성해졌다. 다만 각본의 정교함은 아쉽다. 시즌3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전체 이야기의 개연성 부족과 산만한 전개에 관한 판단은 유보해야겠지만 시즌2의 전략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게임의 수가 적다는 건 이 시리즈를 사랑한 팬들에게는 가장 큰 아쉬움이다. 7회 동안 등장하는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5인 6각 게임', '둥글게 둥글게' 단 3개다. 게임 자체의 재미는 물론이고 게임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와 매력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던 시즌1과 비교하면 시즌2는 게임이 곁다리처럼 등장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오히려 게임보다 투표 과정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물론 이 장면들은 현대 사회의 강력한 풍자로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즌2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 만큼이나 민주주의의 핵심인 투표제도가 일으키는 갈등과 분열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한다. 투표가 일으키는 집단 내 분열과 편가르기, 다수결의 횡포, 잘못된 선택이 초래하는 비극 등은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 성기훈이 시작한 게임인데...폭주가 선사한 당혹감 시즌2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훈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게임에 참여한 결정은 둘째치고 재도전하는 동안 보이는 행동들은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기훈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회를 더해갈 수록 몰입하고 공감했던 시즌1의 장점이 시즌2에서는 희석됐다. 시청자들의 시선은 프론트맨이 기훈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기훈의 행동은 순진하고 어리석고 무모하다. 물론 기훈을 정상인의 범주에 놓고 바라볼 순 없다. 사람의 목숨이 곧 돈이 되는 인간 사냥 게임에 참여해 살육의 현장을 목도한 그가 제정신일 리가 없다. 이정재의 연기가 그의 대표작 '관상', '암살'에서 보여준 사극톤 발성으로 일관하는 것도 캐릭터의 극단적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은 소시민의 절망,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게임을 돌파해 나가며 얻는 쾌감, 살육의 현장에서 미쳐나가는 광기 등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 시즌1의 이정재의 연기를 생각하면 시즌2의 연기는 단조롭게 느껴진다. 시즌2는 '게임의 우승'이 아닌 '시스템의 붕괴'에 몰두하는 서사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돈과 맞바꾸는 게임을 중단시키겠다고 다시 게임에 뛰어든 기훈이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희생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자기 합리화다. 특히 기훈의 결단으로 인해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지는 7회가 최악이다. 일순간 시리즈의 장르가 급변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기훈의 폭주로 인해 누군가는 돈을 갖고 나갈 기회마저 원천 봉쇄되는 또 다른 절망에 빠지게 됐다. 시즌2의 빌런은 프론트맨이 아닌 성기훈 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프론트맨이 기훈을 향해 던지는 영웅놀이는 재밌었나 라는 말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닿아있다. 물론 기훈의 폭주는 하나의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 시행착오와 실패에 봉착한 이 인물이 대미인 시즌3에서 또 어떤 변화를 보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494분의 빌드업이라니...그런데, 재미는 있잖아 누가 뭐래도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앉은 자리에서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힘이 있다. 도파민 중독 시대에 이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사회 드라마이자 장르물이 있었던가를 생각해 보면 쉬이 떠올리기 힘들다. 더욱이 시즌2는 더 많은 돈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 된 인간의 이기와 폭력성의 극대화 돼 있다. 전 시즌보다 더 자비 없는 피의 게임이다. 시청자들은 이 거대한 살육 카니발을 지켜보는 VIP가 돼 쾌감과 불편함을 오가며 시리즈를 주행했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 2,3를 동시에 제작해 반으로 나누는 선택을 했다. 시즌2는 분절된 서사다. 기승전만 있고 결이 없다. 시즌2는 시즌3를 위한 494분짜리의 장대한 빌드업에 그쳤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하고 황당한 결말이 시즌3를 보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프론트맨인 황동혁 감독이 시청자들이 단편적으로 느끼는 감상보다 더 거대한 이야기를 설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는 최근 미국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에피소드마다 더 좋아질 것이다. 시즌마다 더 좋아지고 더 확장된 스토리, 더 강렬한 스토리, 그리고 확실히 더 재미있어질 것 이라고 귀띔했다. 시즌2 말미에는 흥미로운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일찌감치 예고됐던 영희의 남자친구인 철수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아리송한 이 쿠키영상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시즌3의 강력한 힌트라고 언급했다. 시즌2와 시즌3는 한 몸이다. 현재 시청자들은 꼬리가 잘린 이야기만 본 셈이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한 최종 평가는 시즌3가 나올때까지 유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시즌은 2025년 중 공개 예정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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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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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