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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 '밑자락 깔기'…내가 이겨야 인정?

[월드리포트] 트럼프 '밑자락 깔기'…내가 이겨야 인정?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트럼프 두 후보의 TV 토론 일정이 발표됐습니다. 양측은 다음 달 27일 CNN 주관으로 첫 토론을 갖는 데 이어 9월 10일에는 ABC방송 주관으로 두 번째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공화당이 7월,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열어 공식 후보를 선출할 예정인데, 비록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고는 하나 전당대회 전 열리는 토론회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대선 후보 토론은 1988년 이후 초당적 토론 준비위원회가 주관해 왔습니다. 앞서 준비위는 올해 9월 16일과 10월 1일, 10월 9일 세 차례 대통령 후보 토론 일정을 잡아 놓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준비위 토론 일정 대신 6월과 9월 두 차례 TV 토론을 하자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트럼프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9월 이후 준비위 주관의 3차례 토론'이라는 36년 전통이 깨지게 됐습니다.

"트럼프, 보복 위해 출마" vs "바이든, 역대 최악"


물론 두 후보의 토론 성사가 즉흥적인 건 아닙니다. 현지 언론은 두 후보 측이 몇 주 동안 외부 위원회를 포함하지 않는 토론 추진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전당대회 전 토론을 열기로 한 것도 9월 대선 조기 투표가 시작되기 전에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차원이었다고 합니다. 토론에 자신 있는 트럼프는 전부터 조기 토론을 주장해 왔고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는 바이든 역시 반전 기회를 잡자 한 걸로 보입니다.

18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유세하는 바이든

토론 합의 직후부터 두 후보 간 기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8일 바이든 대통령은 경합주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 운동 리셉션에서 "(재선 성공 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서 가할 위협은 1기 때에 비해 더 거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6 의회 폭동 사태를 상기시키 듯 (트럼프가) "반역의 고삐를 풀었다"고 하는가 하면 "트럼프는 미국을 이끌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보복을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18일(현지시간)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 행사 참석한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같은 날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회의에 참석해 "여태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바이든을 저격했습니다. 또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 자신에 대한 4건의 형사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부패"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토론 전 약물 검사"…CNN에도 맹공


대선을 앞두고 설전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트럼프 특유의 승부 전략이 슬슬 드러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17일 공화당 주최로 열린 미네소타 주 만찬 행사에서 "나는 (TV토론에 앞서) 약물 검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는 그가 국정연설 때처럼 고도로 흥분한 상태로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건강과 인지력에 의구심을 샀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국정연설 때 열정적 모습으로 이를 일부 해소하자, 바이든이 흥분 상태에 있었다며 약물 사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를 또 꺼내든 겁니다.

첫 토론회를 주관하는 CNN에 대해서도 밑자락을 깔았습니다. 사실 CNN은 트럼프 재직 당시 여러 차례 충돌했던 대표적 언론사 중 하나입니다. 트럼프는 CNN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여러 차례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CNN의 백악관 담당 기자를 출입 정지시키기도 했습니다. 다음 달 토론을 진행할 CNN 간판 앵커 제이크 태퍼에 대해 트럼프는 "가짜뉴스 태퍼", "그 CNN의 바보를 기억하나?"라고 비꼬며 토론회 시작도 전에 CNN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CNN 간판 앵커 제이크 태퍼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토론 상대와 토론 주관자를 동시에 흠집 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토론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몰고 가려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다시 말해, 토론에서 자신이 승기를 잡으면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완승을 거뒀다고 선전하고, 설사 밀리더라도 이건 전적으로 부정한 토론 상대와 편파적 주관자 때문이라고 강변함으로써 자신의 승리인 것처럼 주장할 수 있단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정직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싸울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해 "이것이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선에서 진다면) 아마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이든 토론회든 자신이 이겨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게 바로 트럼프식 '게임의 룰'이라는 건데, 미국 유권자들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요? 민주주의란 주권자인 국민의 관심과 역량 내에서 작동하는 제도입니다. 두 후보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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