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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 물이 없는 이유는…"대기 중 수소원자 우주로 대량 유출"

화학반응을 통해 우주로 날아가는 수소 원자(주황색) (사진=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제공, 연합뉴스)
▲ 화학반응을 통해 우주로 날아가는 수소 원자(주황색)

표면 온도가 영하 45℃에서 480℃를 넘나드는 건조한 금성에서 물은 왜 사라졌을까?

금성에서는 대기 중 수소 원자가 화학반응을 통해 우주로 날아가면서 물이 기존 추정치보다 두 배나 빠르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 대학(UC Boulder) 마이클 채핀 박사팀은 7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기 중 수소 원자가 우주로 날아가는 화학반응을 규명, 금성에서 물이 사라진 메커니즘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금성은 반지름이 6천여㎞로 지구(6천400여㎞)보다 약간 작고, 대기 성분은 이산화탄소가 96% 이상, 질소가 3.5%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산화황과 아르콘, 물, 일산화탄소, 헬륨 등이 미량 섞여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수십억 년 전 금성이 형성된 시기에는 금성에도 지구만큼 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의 이산화탄소 구름이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켜 표면 온도가 480℃까지 상승하면서 모든 물이 증발했습니다.

하지만 증발만으로는 금성이 현재처럼 건조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논문 교신저자 겸 공동 제1 저자인 채핀 박사는 "금성은 기본적으로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하지만, 물의 양은 지구의 10만 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금성에서 물이 사라지게 한 과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행성 형성 초기 금성 상상도(왼쪽)와 현재의 금성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금성 대기를 거대한 화학 실험실로 가정하고 컴퓨터 모델을 사용해 금성 대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반응들을 조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소, 탄소, 산소 원자가 하나씩 포함된 양이온인 HCO+가 금성에서 물이 사라지게 만든 주범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HCO+ 이온은 대기 상층부에서 물(H₂O)과 이산화탄소(CO₂)가 만나 만들어지는데, 대기 중 전자와 결합해 바로 사라지며, 특히 지금까지 이 물질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발견도 쉽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이어 전자와 결합한 HCO+ 이온은 CO와 H로 분리되고, 가벼운 수소 원자는 CO 분자를 발사대 삼아 빠르게 튕겨 나가 우주로 빠져나간다면서 이 반응이 반복되면서 물이 빠르게 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채핀 박사는 금성의 건조한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중에 예상보다 많은 HCO+가 존재하는 경우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HCO+는 금성 대기에서 가장 풍부한 이온 중 하나로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 초 '금성 심층 대기 조사'(DAVINCI) 탐사선을 보내 대기권을 뚫고 내려가 하층 대기의 물 존재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에린 캔지 박사는 "금성 탐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새 탐사 계획은 수십 년에 걸친 경험과 관심을 토대로 금성 대기의 극한 상황과 진화,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을 탐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 NASA · JPL-Caltech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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