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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vs 민희진' : 얻은 것과 잃은 것…케이팝 산업 관점에서 [스프]

[취향저격] (글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민희진 대표/하이브
이스라엘에는 '삼손 옵션'이라는 전략이 있다. 전쟁으로 인해 국가가 멸망 위기에 처할 시,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을 적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를 향해 투사함으로써 공멸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계획이다.

4월 26일 오후,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이 꼭 그랬다. '적국'이라 할만한 하이브 경영진뿐만 아니라 케이팝 산업의 '공공연한 비밀'들이 업계 핵심관계자에 의해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일주일에 걸쳐 행해진 하이브의 '언플 전략'이 한순간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여론도 요동쳤다. 폭풍의 일주일, 대미를 장식한 피의 금요일이었다.

나는 법을 잘 모른다. 주식도 늘 적자다. 그러니, 법적으로 하이브와 민희진의 운명을 판가름할 능력이 없다. 경영권 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충분히 예측을 내놨다. 다만, 케이팝 산업의 관점에서 하이브와 민희진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과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 말이다.

하이브는 얻은 게 거의 없다. 배임, 경영권 찬탈, 급기야 무속까지 동원해 가며 '민희진 망신 주기'에 나섰다. 그 결과, 1조 원 가까운 시총이 우선 날아갔다. 하이브 주식에 물린 투자자들, 그리고 경영권과 법리 같은 '이성적 판단'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측이 민희진을 비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케이팝 산업의 주된 소비자가 아니다. '음악' 회사가 아닌, 음악 '회사'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평가하는 이들이다.

민희진의 자진 사퇴 전략에 실패한 하이브가 향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거기서 민희진의 해임이라는 목적을 이룬다 해도 외통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선 뉴진스의 대체제로 여겨지고 있는 아일릿은 향후에도 '짭뉴진스'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졌다.

데뷔부터 빼어난 상업적 성과를 기록했지만 음악 산업에서,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 이미지는 시장 확장성에서 매우 중요하다. 보이 밴드가 팬덤 중심으로 움직이고, 걸 그룹은 대중성이 더욱 핵심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일릿이 신세대 걸그룹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는 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 사태의 핵심인 뉴진스는 하이브를 외통수로 몰아넣을 전망이다.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뉴진스
첫째, 하이브가 민희진을 해임하고 뉴진스를 장악하는 상황이다. 뉴진스는 데뷔부터 '민희진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제6의 멤버이자, 뉴진스의 엄마가 됐다. 여기서 민희진이 빠진다 치자. 뉴진스가 기존 콘셉트를 이어간다 치자. 250, 프랭크와 같은 프로듀서진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도 계속 돌고래유괴단이 담당한다 치자. 대중은, 아니 뉴진스 팬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이브가 민희진을 토사구팽 했다고 밖에 여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하이브가 창작과 혁신을 중시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닌, '아이돌 공장'에 불과하다는 여론만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민희진 없는 뉴진스보다 아일릿을 비롯해 방시혁 의장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그룹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다. 하이브가 지금 같은 위상을 갖기 전 일어났던 '여자친구 해체 논란'이 재발하게 된다. 당시에도 인터넷을 달궜던 반발은, 그때에 비교할 수 없는 온도와 열기로 하이브를 향하게 된다.

셋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민희진이 뉴진스와 함께 하이브를 떠나는 경우. 설명이 필요할까? 하이브가 민희진의 경영권 찬탈 시도 보도자료를 뿌린 첫날, 실종된 시가 총액이 푼돈처럼 느껴질 것이다.

첫 번째와 세 번째 경우의 수는 어쩌면 사내 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 및 수익의 안정을 불러오는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사태로 인해 케이팝의 주요 소비층이 관망에서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이후 과거 사재기 관련된 판례가 재발굴되고, 종교단체와 관련된 음모론이 솟아났다.

하이브 사옥 앞에 놓인 근조 화환 (사진=연합뉴스)
오늘의 하이브를 만든 방탄소년단의 팬덤, 즉 아미가 트럭 시위를 하고 근조 화환을 보냈다. 해외 팬들이 하이브 사옥 앞에 모여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희진 해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가 무리수를 둔 결과다. 한두 달 후 주주총회를 통해 민희진을 해임한다 해도 하이브가 만날 건 피로스의 승리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굳이 말하자면 두 가지는 얻었다. 증발한 시총 덕분에 대기업 지정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리품이라면 전리품이다. 또한 민희진의 기자회견 직후 공개된 뉴진스의 '버블검' 뮤직 비디오와 관련 티저 이미지들이 엄청난 찬사와 함께 폭발적 조회수를 올렸다. 올해 뉴진스가 기여할 하이브 매출도 우상향 할게 확실하다. 결과적으로 어떤 보도자료와 바이럴보다 저렴하고 강력한 마케팅이 된 셈이다. 역설의 전형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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