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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가르침을 기억하며…161명의 정성 담긴 '영수사 괘불'

보물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

길이가 10m 안팎에 이르는 커다란 삼베나 비단에 부처를 그린 괘불(掛佛)은 야외 법회에서 쓰던 대형 불화입니다.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평소 실내에 걸기 어렵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 한쪽 벽면에 귀한 괘불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물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을 소개하는 '영산(靈山)의 모임 - 진천 영수사 괘불' 전시를 연다고 오늘(1일) 밝혔습니다.

전국 사찰이 소장한 괘불을 소개하는 19번째 전시 행사입니다.

영수사 괘불은 '묘법연화경'을 바탕으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는 청문중을 그린 불화로, 현전하는 괘불 117점 가운데 조성 시기가 이른 작품으로 가치가 큽니다.

괘불 화면 속 다양한 인물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영수사 괘불은 전체 높이가 919㎝, 너비가 570.5㎝로, 무게는 76㎏에 달합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140명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괘불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중앙에는 석가모니불이 연꽃 모양으로 만든 자리에 앉아있고, 사리불존자(舍利弗尊者)가 그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가르침을 청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습니다.

본존 석가모니불 부분(왼쪽)과 사리불존자 부분

박물관 관계자는 "부처의 제자인 사리불존자는 승려의 차림"이라며 "보살이 아닌 승려 모습으로 부처에게 법을 청하고 듣는 사람이 불화에 등장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석가모니불과 사리불존자 주변으로 모여든 보살, 제자 등도 눈길을 끕니다.

그림 아래쪽에는 부처를 향해 절을 하는 인물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천녀(天女·하늘을 날아다니며 하계 사람과 왕래한다는 여자 선인)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설법 모임에 참여한 청중 일부만 그리거나 생략하는 괘불과는 차별화된 점입니다.

영수사 괘불은 많은 사람의 정성과 불심이 깃든 유물이기도 합니다.

괘불에 남은 기록인 화기(畵記)에는 제작자 12명과 후원자 149명의 이름과 제작에 든 물품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림은 승려 화가라고 할 수 있는 화승(畵僧) 명옥(明玉), 소읍(少揖), 현욱(玄旭), 법능(法能) 등 4명이 참여해 그렸으며 후원자들로부터 괘불 바탕천, 안료, 복장 물품 등을 시주받았습니다.

후원자 이름 뒤에는 '양주'(兩主), '양위'(兩位)라고 쓰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부부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습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1653년의 여름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영산의 세계를 펼쳐 보였던 괘불을 보면서 장엄한 영산의 풍경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영수사 괘불은 10월 13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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