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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택배 돕다 사고로 숨진 중학생…고장 신호기 고쳤더라면

▲ 1년여 전 광터교차로 충돌사고

1년여 전 재량휴업일에 엄마의 택배 배송을 돕다가 과속·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해 중학생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의 가해 운전자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해당 교차로 직진·좌회전(직좌) 동시 신호기의 좌회전 표시등이 사고 사흘 전부터 고장이 나 행정당국에 신고 접수됐는데, 제때 수리가 됐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는 것이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났습니다.

사고는 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 39분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A(16)군은 재량휴업일에 어머니 B 씨의 택배 배달일을 도우려고 B 씨가 운전하는 봉고 1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습니다.

교차로에서 광터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B 씨의 화물차는 황색신호임에도 제한속도를 18km나 초과한 시속 98km로 문막 방면으로 직진하는 C(65·여) 씨의 아반떼 승용차와 충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A군이 숨지고 어머니 B 씨는 32주간 치료를 해야 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A군은 재량휴업일에 어머니의 택배 일을 돕고자 함께 이동하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검경 등 수사 기관은 황색신호로 변경됐음에도 제한속도를 위반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킨 승용차 운전자 C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폐쇄회로(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식 결과를 통해 안타까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 때 정작 좌회전 신호(←)는 점등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B 씨의 화물차는 직좌 동시 신호를 두 차례 거르며 8분가량 정차해 있었고, 세 번째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다 C 씨의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사고가 나기 사흘 전 관리 주체인 원주시청에 해당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고, 시 역시 곧바로 교통신호기 유지 보수업체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점검할 당시에는 고장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서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교롭게 안타까운 사고가 난 셈입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C 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신호와 제한속도를 위반한 과실로 너무나 중대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고가 났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당시 피해 차량인 B 씨의 화물차 진행 방향 신호기의 고장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B 씨의 화물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직좌 신호에 따라 좌회전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던 셈입니다.

검찰은 1심에 앞서 C 씨에게 금고 2년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은 1심으로 종결됐습니다.

이 사건 발생 1년이 흘렀지만 사고가 난 광터교차로는 여전히 황색 신호에서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들이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주민들은 "당시 안타까운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충돌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며 "마치 '마의 교차로'와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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