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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영방송, 정부 방송장악 항의 파업 예고

이탈리아 국영방송, 정부 방송장악 항의 파업 예고
▲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가 정부의 방송 장악에 항의하기 위해 다음 달 파업에 돌입한다고 현지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현지시간으로 25일 보도했습니다.

라이의 기자 노조인 우시그라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5월 6일 월요일 오전 5시 30분부터 7일 화요일 오전 5시 30분까지 24시간 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시그라이는 "라이를 정부의 선전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 보도국 인원 부족, 성과급에 대한 합의 취소,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실패 등 저널리즘 업무에 대한 질식할 듯한 통제가 파업의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라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최근에는 유명 작가인 안토니오 스쿠라티의 토크쇼 출연이 막판에 취소되면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그는 토크쇼에서 이탈리아 해방기념일(25일)을 맞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읽을 예정이었는데, 글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그의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이 네오파시스트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스쿠라티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방송에서 말하지 못하도록 라이 측에서 원고를 사전 검열해 방송 출연을 취소한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라이 측은 그가 과도한 출연료를 요구해서라며 사전 검열 의혹을 부인했으나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멜로니 총리가 파시즘 창시자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멜로니 총리가 자신을 '반파시스트'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이를 회피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이탈리아 역대 정부는 라이의 고위직에 자기 진영 인사를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로 방송을 장악했습니다.

라이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낙하산 사장'을 근절해야 한다는 논의는 수년째 이어져 왔지만 결실을 맺진 못했습니다.

멜로니 총리가 2022년 10월 취임한 이후 라이의 스타 진행자들이 정부의 간섭에 불만을 토로하며 잇따라 떠났고, 지난 15일에는 '국민 MC' 아마데우스마저 라이를 떠나겠다고 선언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사진=이탈리아 노바 통신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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