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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잡으려 설치한 끈끈이에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도 걸렸다

쥐 잡으려 설치한 끈끈이에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도 걸렸다
▲ 수리부엉이 가족

"박새 두 마리가 끈끈이에 걸려있어요."

지난 14일 충남 천안시의 한 식당 건물 근처에 설치된 끈끈이에 접착된 박새 두 마리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쥐를 유인하기 위해 뿌려둔 사료를 먹으려다 끈끈이에 날개와 발이 묶인 개체들이었습니다.

신고받고 출동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은 끈끈이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다 탈진하고 피부와 근육이 손상된 박새들을 구조해 치료를 진행하려 했지만 한 마리는 당일, 다른 한 마리는 이튿날 끝내 폐사했습니다.

이처럼 애먼 야생동물이 끈끈이에 걸려 피해를 보는 사례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21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2011∼2023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한 끈끈이 피해 야생동물은 190마리입니다.

전국적으로는 더 많은 야생동물이 끈끈이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 동물 가운데 109마리(57.4%)는 치료를 받다가 죽었거나 아직 치료받고 있으며, 나머지 81마리(42.6%)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피해 동물을 종별로 보면 황조롱이가 45마리(23.7%)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끈끈이에 걸린 소형 포유류와 조류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2차 사고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참새 39마리(20.5%), 제비와 박새 각 13마리(6.8%), 딱새 9마리(4.7%), 수리부엉이와 누룩뱀 각 4마리(2.1%), 족제비 3마리(1.6%)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계절별로는 창궐하는 쥐와 해충을 잡기 위해 끈끈이 설치를 늘리는 여름에 끈끈이 피해가 113건 발생해 59.5%를 차지했고, 이어 봄 41건(21.6%), 가을과 겨울 각 18건(9.5%) 순이었습니다.

구조 현장에서는 끈끈이 피해가 규모 면에서는 다른 사고 유형보다 적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통화에서 "쥐와 해충을 차단하려면 끈끈이를 야외보다는 실내에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더구나 끈끈이를 야외에 놓으면 제3의 야생동물까지 피해를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용과 처리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끈끈이보다는 포획 틀을 설치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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