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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깨끗하나 더러운 비밀'…탄소 배출은 정말로 줄었을까요? [스프]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탄소 배출 외주화

안혜민 마부뉴스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디스토피아 영화 혹은 괴수 영화에 나올 법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 지난 11일에 이야기한 겁니다.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기후 사령탑의 경고,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전 세계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했지만 2030년까지 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이미 나오기도 했고요.

특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선진국에게 더 강력한 목표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선진국 자국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술 전수, 기금 지원 등의 역할도 요구하고 있죠. 오늘 마부뉴스에선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선진국들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해서 말이죠. 그래서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선진국의 깨끗한 비밀? 선진국의 탄소는 정말 줄었을까요?

선진국 "그래프를 보세요,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요!"

일단 선진국이 기후위기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175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국가별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가지고 와 봤습니다. IMF에서 나누어 놓은 기준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나누었고, 배출량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일단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2년 자료를 보겠습니다. 2022년 선진국의 탄소배출량은 107억 5,942만 2,680t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무려 252억 5,445만 8,602t으로 선진국의 2.3배 수준입니다. 현재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겁니다. 선진국 입장에서는 "우리 기술 혁신으로 배출량 줄이고 있다"라고 큰소리 칠 법합니다.

안혜민 마부뉴스
그렇다면 정말로 선진국들이 잘해서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는 걸까요? 물론 선진국의 노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이 자국 내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는 오류를 두고 '네덜란드의 오류'라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환경이 깨끗한 건 네덜란드가 잘해서만이 아니라는 거죠. 네덜란드의 환경이 깨끗한 이유는 실은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산업을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거든요.

'네덜란드의 오류'라는 말은 1971년 발간된 논문 <Impact of Population Growth>에서 처음으로 등장해요. 이 논문은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었는데, 여기서 네덜란드의 사례가 나오죠. 네덜란드는 자국의 경제적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네덜란드 국경 밖의 거대한 자원과 넓은 땅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단백질 수입이 많았고, 곡물의 63%를 수입해 왔고, 면화의 100%, 양모의 77%를 수입했어요.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광물 자원은 거의 대다수를 수입해 쓰고 있고요.

네덜란드의 오류는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단순히 각 국가의 책임만으로 돌리고, 환경 문제는 전가될 수 없다고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선진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을 하고 있다고 보이게 만들죠. 앞서 살펴본 그래프에서도 현재 상황만 본다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어서 개발도상국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 쉬울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개발도상국 탄소배출량에는 사실 선진국이 영향을 준 부분이 감춰져 있다는 거죠. 바로 탄소배출 외주화를 통해서 말이에요.

오염의 외주화, 탄소배출의 외주화

탄소배출 외주화는 말 그대로 탄소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산업들은 외주를 주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선진국 입장에선 공해가 뿜어져 나오는 굴뚝산업은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게 만들고, 그들이 만든 상품만 구매하면 되는 거죠.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생산시설을 개발도상국에 분리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혹은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해서 선진국 자국 내에서는 판매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개발도상국에 판매하는 것 역시 탄소배출 외주화, 오염의 외주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 외주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개념이 있어요. 바로 탄소배출의 성격과 범위를 나누는 Scope라는 녀석입니다. Scope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Scope 1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업이 직접 소유한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장에서 쓰는 전기가 탄소가 뿜뿜 터져 나오는 화석 연료일 수도 있고, 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무공해 재생에너지일 수도 있잖아요? 이 부분에 집중한 게 Scope 2입니다. Scope 2에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확인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Scope 3에서는 제품이 만들어진 다음 단계인 유통, 판매, 처리, 가공 등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량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의 사례를 가지고 Scope 개념을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할게요. 사실 애플은 직접 자신들의 제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Scope 1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Scope 2는 애플 사무실을 돌리는 데 사용되는 전기의 탄소배출량 정도일 거고요. 애플 입장에선 Scope 1과 2의 수치를 가지고 마케팅을 한다면, 애플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안혜민 마부뉴스
하지만 Scope 3까지 포함한다면 어떨까요? Scope 3에는 애플의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업체들의 탄소 배출량도 들어갑니다. 타이완의 폭스콘과 심플로, 중국의 더사이, 일본의 TDK 같은 기업체들이 포함될 겁니다. 거기에 소비자들이 애플의 제품을 사용할 때 쓰는 전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포함되고요, 또 제품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탄소도 들어가죠.

2023년 애플이 공개한 환경발전 보고서에서 데이터를 가져와봤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애플이 배출한 Scope 1의 규모는 4만 4,200t이고 Scope 2는 3,000t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Scope 3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무려 2,054만 5,800t입니다. 전체 배출량 중에 Scope 3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9.8%나 되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항목은 제품 생산 과정입니다. 제품 생산에서만 1,340만t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어요.

2021년에 나온 미국 대기업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한 <Outsourcing Climate Change>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Scope 3 배출량의 비중이 늘어나면, 기업 전체의 탄소 배출량에서 Scope 1의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발견됐어요. 즉 미국의 회사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제조 국가(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 될 테고)의 탄소 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줄어든다는 거죠.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환경오염 관련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에게 아웃소싱을 한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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