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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호주 산불·아프리카 메뚜기 떼' 불러온 인도양 쌍극자의 미래는?

인도양 쌍극자 논문 관련 그림

지난 2019년 9월, 호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며 호주 전역을 불태웠다. 소실된 면적은 무려 1,800만 헥타르로 한반도 면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산불로 34명이 사망했고, 1천만 명 넘는 사람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야생동물 피해는 더 컸는데, 이 기간 산불로 인해 무려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반구의 호주는 9월부터는 봄이 시작되며 점점 건조해진다. 우리나라에서 3~4월 두 달 만에 한 해 절반가량의 산불이 집중되는 것처럼 호주도 이 시기가 원래 산불이 잦은 시기다. 그런데 지난 2019~2020년 산불은 그 규모와 세기가 기존과는 전혀 달랐다.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건 이상 고온과 가뭄. 당시 호주와 인접한 동인도양은 수온이 낮아 호주 지역에 하강 기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강수가 없이 오랫동안 가뭄이 지속된 것이다.

인도양 쌍극자 논문 관련 그림

반면, 서인도양은 높은 수온으로 인해 상승 기류가 발생했다. 상승기류는 구름을 만들기 때문에 강수량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서인도양과 맞닿아 있는 아프리카 지역엔 평소보다 400배 많은 폭우가 쏟아졌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만들어지자 이번엔 메뚜기 떼가 급증했다. 메뚜기 떼는 소말리아와 케냐 등 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하루에 수만 명분의 식량을 먹어치우며 아프리카에 또 다른 피해를 남겼다.

오리무중이었던 인도양 쌍극자 미래는?


앞서 호주와 동아프리카에 영향을 준 건 인도양의 수온 차이로 인한 대류 현상이다. 인도양 쌍극자(Indian Ocean Dipole)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마치 태평양의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현상처럼 주기를 갖고 반복해서 나타난다. 인도양 쌍극자가 양의 위상으로 수온차가 클 경우엔 서인도양의 수온이 높아 상승기류가 발생한다. 반면 동인도양에선 하강 기류로 인해 가뭄 등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도양 쌍극자 현상 ㅣ 양의 위상일때는 위 사진처럼 동아프리카의 수온이 높아 강수량이 증가하고, 호주는 수온이 낮아 하강기류로 인해 가뭄 등의 현상이 발생, 출처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NOAA)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이해하는데 이러한 기후 인자들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지금까진 인도양 쌍극자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학계에서도 양의 값이 더 커질 거란 예측과 음의 값으로 더 감소할 것이란 예측, 모두가 존재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세대학교 비가역적 기후변화센터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기후변화로 인한 쌍극자의 움직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연구에 비해 시간 규모를 훨씬 더 늘린 500~3,000년 규모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인도양 쌍극자의 세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기가 줄어든다는 것은 양의 상태와 음의 상태일 때의 차이를 나타내는 진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태평양에서 엘니뇨와 라니냐가 번갈아 일어날 때 그 상태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적게 차이 날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즉, 인도양 쌍극자라는 기후요소는 온난화로 인해 미래에는 2020년 호주와 아프리카 사태처럼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은 점점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X축 : 이산화탄소 농도, Y축 : 인도양 쌍극자 진폭 ㅣ 탄소농도가 증가할 수록 쌍극자 진폭은 감소추세)

연세대 비가역적 기후변화센터 김승기 박사는 기존 연구에서 인도양 쌍극자의 추세가 잘 보이지 않았던 건 엘니뇨 현상이 인도양 쌍극자에 영향을 줘 추세를 찾아내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쌍극자 세기 약해지면 좋은 것 아냐?


물론 인도양 쌍극자로 발생했던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편협한 시각이다. 지구는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대기와 해양이 모두 상호작용을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엘니뇨가 인도양 쌍극자에 영향을 준 것처럼 멀리 떨어진 바다와 대기에서도 서로 상호작용한다. 또, 반대로 인도양 쌍극자가 엘니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특정 기후인자가 변하면 그 나비효과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또, 인도양 쌍극자는 장기적 패턴을 가진 기후인자로서 비교적 예측성이 높다. 특히,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 인도양을 직접 끼고 있는 나라에서는 날씨를 예측하는데 이 쌍극자의 변화를 많이 사용해왔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장기 전망에선 태평양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인도양의 변화를 참고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양 쌍극자의 세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예측성 높은 인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날씨 예보에 좀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그간 쌓여있던 이론과 누적된 데이터가 기후변화로 인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변화까지도, 우려할 만한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단순히 인도양의 수온과 대류 현상만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강력한 슈퍼 태풍이 발생할 것이란 결과들이 나왔고, 곳곳에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활동은 자연에 큰 변화를 주고 있고, 그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화 이전 지구 온도는 1.4℃ 이상 상승했다. 1.5℃는 당연하고, 2℃도 못 지킬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는 인간 활동이 빠르게 기온을 상승시켰다면, 이제는 그 반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Soong-Ki Kim, Hyo-Jin Park, Soon-Il An, Chao Liu, Wenju Cai, Agus Santoso & Jong-Seong Kug, "Decreased Indian Ocean Dipole variability under prolonged greenhouse warming", nature communications 15, 2811 (2024), doi.org/10.1038/s41467-024-472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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