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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쓴 학생과 말다툼한 프랑스 교장…살해 협박에 사임

히잡 쓴 학생과 말다툼한 프랑스 교장…살해 협박에 사임
▲ 자료 화면

프랑스 파리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히잡 착용을 고수한 학생과 말다툼한 뒤 온라인을 통해 살해 협박에 시달리다 끝내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에 따르면 파리에 있는 모리스 라벨 고등학교 교장은 지난 2월 말 히잡을 쓰고 등교한 한 여학생과 언쟁을 벌였습니다.

프랑스는 2004년 공립학교 내 종교적 표식이나 복장 착용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학생은 당시 교장이 자기를 심하게 밀치고 팔을 세게 때렸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교장과 교육 당국은 학생의 주장을 반박했으나 온라인상에선 교장에 대한 살해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교장은 이달 22일 교직원 전체에게 이메일을 보내 "저와 학교의 안전을 우려해 오늘 교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파리 교육청은 교장의 정년이 몇 달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그의 조기 퇴직을 승인했습니다.

검찰은 교장 살해 협박의 주동자로 26세 남성을 체포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교사들의 불안은 더 커졌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0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흉기에 고등학교 교사 도미니크 베르나르가 피살됐습니다.

2020년 10월에도 표현의 자유 수업 중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만평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 사뮈엘 파티가 일면식도 없는 10대 청년에게 참수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싸움에서 정부가 패배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의원은 엑스에 "작은 비겁함과 큰 포기가 우리를 이끄는 곳이 어딘지 보라. 이 교장의 사임은 국가 교육과 나라 전체가 회피한 결과"라며 "수치스럽다"고 분노했습니다.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하원 의원은 프랑스2에 출연해 이번 사건을 "집단적 실패"라고 불렀고, 공산당 소속 피에르 오줄리아스 상원 의원도 엑스에 "세속 공화국의 또 다른 패배"라며 "2004년 법을 지키는 이들은 지지받아야 한다"고 썼습니다.

교직원과 정치권의 비판에 교육부는 27일 성명을 내 "당국은 학교의 보안뿐만 아니라 교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조처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교육부 장관 출신인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27일 저녁 TF1 방송 인터뷰에서 "국가는 항상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의 편에 서서 이슬람주의의 공격에 맞설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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