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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정상적 거래 알면서도 계좌 명의대여자에 30% 과실 인정

법원, 비정상적 거래 알면서도 계좌 명의대여자에 30% 과실 인정
문자 금융사기(메신저 피싱)에 속아 은행 계좌의 명의를 대여해주고 비정상 금융거래를 반복하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에게 법원이 피해금액의 30% 과실 책임을 물었습니다.

오늘(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법 박민우 판사는 메신저 피싱을 당한 70대 B 씨가 명의 대여자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 씨에게 피해금의 30%인 21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22년 10월 자신을 모 저축은행 상담사로 소개한 메신저 피싱범이 "대출받으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대출과 상환실적이 필요하다"는 안내에 따라 카드론으로 300여만 원을 대출받고 가상계좌를 만들어 메신저 피싱범이 지정한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일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같은 시기 B 씨는 자기 딸로 속인 메신저 피싱범의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자신의 신분증을 메신저 피싱범에게 보냈습니다.

이때 B 씨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앱이 설치되고, 오픈뱅킹 계좌가 개설돼 A 씨의 계좌로 700만 원이 이체됐습니다.

B 씨가 속은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피해 금액은 이미 제삼자의 계좌로 이체된 뒤였습니다.

B 씨는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메신저 피싱범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명의를 빌려준 A 씨에 대해 범죄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B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공단은 A 씨가 대출을 위해 메신저 피싱범과 수십 차례 통화하고 자신의 계좌에 송금된 돈을 시키는 대로 반복 이체한 비정상 금융거래에 주목했습니다.

A 씨가 범죄 가담 의도는 없을지라도, 부주의로 인해 범죄행위를 도운 점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B 씨가 입은 피해금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A 씨는 "나도 카드 대출금 300만 원을 사기당했다"며 범죄와 무관함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A 씨가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임을 인식할 수 있음에도 계좌정보를 제공했고, 사기 범죄단에 돈이 전달되도록 사기 범행을 방조했다"면서도 "다만 B 씨도 경솔하게 신분증 등을 제공한 과실을 참작해 A 씨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B 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구태환 변호사는 "대출을 빌미로 계좌정보와 함께 이체 등을 요구하는 형태의 메신저 피싱이 늘고 있다"며 "비정상 금융거래에 가담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이를 배상해야 함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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