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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다시는 없도록…10.29km 동행한 유가족들

<앵커>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가 이번 주 일요일 1주기를 맞습니다. 유족들은 그날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3주 동안 서울 곳곳을 걸으며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박서경 기자가 그들의 1년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출발해 도심 걷기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걷는 거리는 10.29km.

1년 전, 그날에 맞췄습니다.

가족들과 추억이 깃든 장소를 예전처럼 걸어보고, 시민들에게 그날을 기억해 달라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유가족 : 10월이 되니까 유가족들이 너무 부대껴요. 그러니까 너무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모여서 걷기 하면서.]

참사 이후, 가족들의 시간은 10월 29일에 멈췄습니다.

유학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던 딸, 

[최선미/고 박가영 씨 유가족 : (키가) 늦게까지 컸어요. 그래서 지금도 아마 크고 있을 걸요. 저 닮아서 밝아요.]

안치실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시도 때도 없이 떠오릅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유가족 : (뭘 떠올리든) 결국은 생각의 종점이 안치실에 있는 우리 가영이한테 가거든요. 마음이.]
 
아들이 태어나고, 떠난 10월. 아버지는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고 이진우 씨 유가족 : 기쁨만 주다가 이렇게 돼버리니까. 1년 동안 저한테 붙은 별명이 울보예요. 울보.]

안부를 묻는 말이 버거워 스스로 외톨이를 택했지만,

[고 이진우 씨 유가족 : 친구들도 지금 한 사람도 연락을 안 해요. 내 가게 하고 있는데, 가게 사람도 아무도 몰라요. 이렇게 됐다는 걸.]
 
거리를 걷다 보면 날카로운 말도 들려옵니다.

가까스로 구조됐던 10대 생존자는 왜 거길 갔었냐는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송해진/고 이재현 군 유가족 : 생존자들에 대한 비난이나 이런 것도, 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저한테 억울함이나 화를 표현하기도 했었고요.]

그래도,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번에는 대학로까지 걸으며 추모의 뜻을 담은 보라 리본과 전단을 건넵니다. 

정의로운 일을 좋아해 경찰관을 꿈꿨던 내 동생, 동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언니는 숨지 않기로 했습니다.

[유정/고 유연주 씨 유가족 : 숨을수록 2차 가해가 더 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대로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자꾸 밖으로 나오려고 했고.]

같은 참사가 더는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현/고 최다빈 씨 유가족 : 안전 사회를 만드는데 어떻게 할 건가 그런 것을 얘기하고 해야 하는데, 1년 동안 길거리에서 싸우는 이유가 그런 거밖에 없어요.]
 
결혼을 앞둔 동생이 쓰러진 그 길에는,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고 추모 조형물도 세워졌습니다.

유가족들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말합니다.
 
[이진우/고 이주영 씨 유가족 : (국정) 조사와 (경찰) 수사는 했지만 정확한 규명은 되지 않았다고 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완전히 끝났을 때 완전한 기억과 추모의 공간으로.]

멈춰버린 진상 조사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책임자 처벌.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유가족들은 걷고 또 걸을 생각입니다. 

[고 김용건 씨 유가족: 아들하고 같이 걷는다는 느낌으로 걸으니까 하나도 힘든 것 모르겠어요.]

(영상취재 : 조창현·최대웅·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희, CG : 강윤정·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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