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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나치가 빼앗은 에곤 실레 작품들, 80년 만에 원주인 상속자 품으로

에곤 실레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자손들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거의 80년간 약탈당한 재산을 돌려받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가 약탈했던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명화 7점이 20년이 넘는 긴 싸움 끝에 원주인의 상속자들 품으로 돌아갑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강제로 압수한 실레의 작품을 놓고 "퇴폐적인 예술"이라고 깎아내리며 경매 등을 통해 처분된 뒤, 1세기 가까이 원주인의 손을 떠나 있던 작품들이 되돌아온 것입니다.

현지 시간 2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장 집무실에서 오스트리아의 유명 공연 기획자인 프리츠 그륀바움의 상속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레 작품 반환 행사가 열렸습니다.

반환 작품 7점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한 '매춘부'(1912), '신발 신는 소녀'(1910) 등이 포함됐습니다.

반환되는 작품들의 가치는 작품당 78만~275만 달러(한화 약 10억~3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 '신발 신는 소녀'(1910).
그륀바움의 상속인들에게 반횐되는 실레의 작품들.

이들 작품은 모두 오스트리아의 유명 공연 기획인이자 나치즘을 반대하는 입담으로 유명했던 그륀바움이 소유했던 작품으로 그는 살아생전 실레 작품을 81점이나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랬던 그가 1938년 나치에게 체포되면서 그륀바움의 아내 엘리자베트는 어쩔 수 없이 컬렉션을 나치에게 넘겼습니다.

히틀러가 집권할 당시 나치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유럽 예술품을 압수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히틀러는 실레의 작품이 퇴폐적이라며 한동안 창고에 보관하다가 나치당의 재정 확충을 위해 경매와 개인 딜러 등을 통해 매각에 나셨습니다.

이렇게 실레의 작품들은 뉴욕의 한 화상을 거쳐 판매됐습니다.

그륀바움은 1941년 독일 다하우 유대인 포로 수용소에서, 아내는 이듬해 다른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뉴욕 검찰은 해당 실레 작품 7점이 나치가 약탈한 장물이라고 판단하면서 작품을 소유한 기관과 수집가들이 그륀바움의 상속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살아생전 실레 작품 81점을 소장했던 그륀바움. 1938년 나치에게 체포된 뒤 3년 뒤 수용소에서 눈을 감았다.

상속자들의 실레 작품 환수 노력은 25년 전인 199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재단이 뉴욕현대미술관에 대여한 실레 작품 2점이 나치 약탈품인 것으로 드러나자 원주인의 상속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해당 작품 중 1점은 그륀바움이 소유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뉴욕지방검찰이 해당 작품 2점을 압류했지만, 결국 오스트리아로의 반환은 막지 못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나치의 약탈 미술품 반환 이슈를 국제적으로 제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민사소송에서 그륀바움이 생전 실레 그림을 판매하거나 양도하기로 결정한 바가 없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서 뉴욕지방검찰청이 다시 사건에 개입하게 됐습니다.

뉴욕 검찰은 그륀바움이 소유했던 실레 작품 7점이 뉴욕의 미술품 거래상을 거쳤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이는 결국 그륀바움 상속인들로의 반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상속인 중 한 명인 티모시 리프는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자손들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거의 80년간 약탈당한 재산을 돌려받고자 노력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맨해튼 검찰 제공, 뉴욕타임스 캡처)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
에곤 실레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클림트의 표현주의적인 스타일을 발전시킨 에곤 실레는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육체를 묘사하고 성적인 욕망을 주제로 다루어 20세기 초반에 빈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죽음과 소녀>(아래 그림)는 그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꼽힌다.

에곤 실레 <죽음과  소녀><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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