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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배우' 변희봉의 6년 전 인터뷰 "고목나무에 꽃, 죽는 날까지 연기"

'영원한 배우' 변희봉의 6년 전 인터뷰 "고목나무에 꽃, 죽는 날까지 연기"
"70도 기운 고목나무에서 꽃이 피는 기분입니다"

2017년, 일흔다섯 살의 나이에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으로 밟은 변희봉은 자신을 고목나무에 비유했다. 특유의 호탕한 목소리와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은 업무에 지친 기자들의 마음마저 녹아내리게 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영화제지만 '칸'이라는 이름에 얹어진 역사와 권위를 생각한 듯 그는 그 순간에 '꽃'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한 취재진에게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닌지 기대감도 생겼다. 힘과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이다음에 뭘 또 조금 할지 기대해 달라. 열심히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련다"라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이듬해 그는 췌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암이라는 병마는 끈질겼다. 2019년 1년의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재발했다. 변희봉이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변희봉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이 된 봉준호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는 많지 않았다. 변희봉은 봉준호의 남다름을 알아봤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다 싶었죠"라고 말했다.

40년간 배우 생활을 하며 단역부터 조연까지 도맡아 했지만 배우의 삶이 녹록지는 않았다. 배추장사나 할까 하며 연기를 그만두려던 찰나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까지 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송강호와 함께 봉준호의 '최애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기생충' 역시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암 투병을 이유로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변희봉

봉준호 감독은 변희봉과 자주 작업하는 이유에 대해 "광맥이랄까, 매장량이 많아서다. 송강호도, 틸다 스윈튼도 그러한데, 변희봉도 파도 파도 더 나오는 뭐가 있다"면서 "그래서 몇 편을 계속했어도 여전히 궁금하다. 더 뭔가 캐내고 싶어서 계속 부탁을 드리게 된다"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18일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영화 '거미집' 인터뷰 도중 비보를 접한 송강호는 "자주 뵙진 못했지만 연락드리곤 했다. 5년 전께 내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조문도 왔다"며 "봉 감독을 통해 투병 중인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수사반장'을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에서 명연기를 펼쳤다. 감탄을 준 선배"라고 애도했다.
변희봉

1942년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난 변희봉은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50여 년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제1공화국',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 '찬란한 여명', '허준', '하얀거탑' 등에 출연했다. '조선왕조 500년-설중매 편'에서 유자광 역할로 스타가 됐다. "이 손안에 있소이다"라는 대사는 국민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 역할로 1985년 제21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변희봉은 대중문화계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0일 오후 12시 30분이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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