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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토부장관 앞 LH 간부의 어떤 '용기'

"엄중 처분" 예고 장관 앞에서 "GS 탓"…LH 철면피 벗겨질까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 19층 대회의실. 인천 검단 LH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주체들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안 보고회가 열렸다. "GS건설 영업정지 총 10개월 추진" 등 시공에서 감리, 설계까지 관련 업체별 처분 계획이 공개됐지만 정작 발주처 LH에 대한 처벌안은 빠져 있었다.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 현장

국토부 김규철 기술안전정책관은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상) 행정처분 대상에 발주청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처분 근거가 없지만 LH 책임에 대해선 향후 별도 절차를 거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행정처분상 요건이 안 되는 것뿐이지 LH는 가장 엄중한 처분과 시정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추가 설명이었다. 휴일인 일요일에 시끌벅적한 보고회를 열고도 '철근 누락 사태'로 불리는 일련의 부실시공과 엉터리 감독 행태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어 단죄를 미뤘다는 건 소관 부처로서 궁색해 보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국토부의 이런 태도는 LH의 기를 살려줬던 것 같다. 김 정책관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한 LH 간부가 "보충설명을 드리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국토부가) 이번에 처분한 인천 검단 같은 경우는 CMR 발주로 건설사업관리용역, 즉 감리라고 부르는 용역을 저희들이 GS한테 부여하면서까지 용역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관은 GS에서 해서 끌고 간 것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될 거 같다" 한마디로 시공사가 저지른 일이니 자신들은 처벌받지 않아도 당연하다는 투다. 사실일까?

LH 간부가 밝힌 CMR은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를 말한다. 시공사를 설계단계부터 참여시켜 시공사 책임 아래 약정 공사비 안에서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공사 책임이 커졌다 해서 발주처가 주문한 공사를 나 몰라라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CMR식 발주를 늘려오며 LH 스스로 꼽은 장점 역시 "발주자·건설사·설계사간 협업을 통해 전체 공사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검단 아파트 기본설계가 LH 작품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발주처의 '설계서 검토 및 승인 과정 미흡', '품질관리계획서 승인 및 점검과정 미흡'"은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가 밝힌 붕괴 원인이기도 하다. 그저 공사 발주만 하는 기관이라면 전국에 1만 명 넘는 직원이 있을 필요도 없다.
검단 붕괴 원인분석
▲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가 밝힌 검단 LH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발주처' LH의 책임이다.

이날 LH 간부가 보여준 '멘털'은 역설적으로 LH 개혁의 당위성을 웅변했다. 장관 앞에서 책임 없다 발뺌할 수 있는 용기, 온 국민의 지탄에도 끄떡없는 뻔뻔함이 오늘의 LH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인사 조처" 등 공개 경고를 한 감독 부처 장관을, 철근 누락 사실을 숨긴 아파트 현장으로 버젓이 초대했던 '담대함'도 비로소 이해가 간다. 장관이 "존립 근거가 있느냐" 화내도 LH는 정치인이 으레 쏟아내는 말 폭탄일 뿐이라고만 여겨온 것은 아닐까. 아니면 철근을 빼먹은 아파트 명단을 일부 빼놓고 발표하고도 이른바 '전관 업체'에 설계·용역을 계속 몰아준 배짱이 설명 안 된다.

보고회에서 원 장관은 LH 처벌과 관련해 "나중에 보시면 안다"고 했다. 그 '나중'은 원 장관 말의 무게를 검증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LH의 철면피가 벗겨져야 할 날이기도 하다. 두 눈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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