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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BBC 카디프 우승한 '두루마기 테너' 김성호가 떨어졌던 콩쿠르들 이야기

[커튼콜+] '판듀' & 팬텀싱어에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까지

스프 커튼콜2016년, SBS 판타스틱 듀오에 성악가 네 명으로 구성된 '땅끝마을 친구들'이 출연했습니다. 성악가들과 발라드, 트로트 가수가 가수 노사연과 함께 1:3 '만남'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땅끝마을 친구들(테너 김성호·안세권·김재빈·김현수)은 멋진 화음을 들려줬지만, 노사연이 발라드 가수를 선택하면서 이 무대를 끝으로 탈락했습니다.

판타스틱 듀오 '노사연 - 만남' 무대 보러 가기
 

'판듀' 탈락했던 김성호,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하다

당시 땅끝마을 친구 중 한 명인 테너 김성호가 7년 만에 다시 SBS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SBS 보도국 팟캐스트인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 출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영국에서 입었던 한국 두루마기도 한 벌 가져왔습니다.

네, 김성호는 바로 'BBC 카디프 콩쿠르'로 불리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BBC Cardiff Singer of the World)' 무대에서 두루마기를 입고 한국 가곡을 불러 화제가 된 바로 그 테너입니다. 김성호는 이 콩쿠르 가곡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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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는 한국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 함부르크 오페라 스튜디오를 거쳐 2020년부터 도르트문트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살바토레 리치트라 콩쿠르 2위, 벨베데레 콩쿠르 우승, 베르비에 페스티벌 아카데미 대상 등 이전에도 여러 콩쿠르 수상 경력이 있지만,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브린 터펠 등 쟁쟁한 오페라 스타들을 배출한 BBC 카디프 콩쿠르는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무대'였습니다.

BBC 카디프 콩쿠르는 올해로 40년이 된 권위 있는 성악 전문 콩쿠르입니다. 1983년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세인트 데이비드 홀 개관 기념으로 열었던 콩쿠르가 시작입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데,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젊은 오페라 가수들이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 무대 데뷔 전의 음악도들도 많이 참가하는 다른 콩쿠르와는 차별됩니다.

소속 오페라 극장장 등의 추천을 받은 32살 이하 오페라 가수들이 3차에 걸친 예비 심사를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되죠. '싱어 오브 더 월드'라는 명칭처럼 국가별로 1-2명이 자기 나라를 대표해 기량을 겨루는데, 올해는 13개국 16명이 참가했습니다. 전체 참가자 수도 적고, 이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BBC가 영국 전역에 중계하는 이 콩쿠르는 처음부터 TV 프로그램 포맷에 맞춰 진행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있고 각 참가자들의 경연이 끝날 때마다 패널 토크가 있고 중간중간 다양한 영상 구성물을 곁들입니다. 김성호 자신도 '브리튼 갓 탤런트' TV 쇼 같다고 했을 정도로, 서바이벌 오디션 TV 예능 프로그램의 클래식 버전인 셈이죠.

참가자들은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부문에서 경연을 진행하는데, 가곡 경연 때 필수는 아니지만 자기 나라 가곡을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가곡 부문 한국인 우승자(송 프라이즈 수상자)로는 바리톤 노대산, 베이스 박종민이 있고, 메인 프라이즈인 오페라 아리아 부문에서는 직전 대회에서 바리톤 김기훈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탈락… 무리해서 나간 이유는?

그런데 저는 김성호가 중도 탈락한 콩쿠르 얘기도 하려 합니다. 그는 BBC 카디프 콩쿠르 바로 전에 열린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도 참가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콩쿠르에서는 바리톤 김태한이 우승을 차지했죠. 김성호는 1라운드를 마치고 24명이 올라간 이 콩쿠르 2라운드(준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8명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경연 실황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BBC 카디프 콩쿠르 경연 영상이 업데이트되기 전, 이 영상에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을 축하한다는 댓글이 꽤 달렸더라고요.

그가 이 콩쿠르에 왜 출전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5월 21일에서 6월 3일까지 열렸고, BBC 카디프 콩쿠르는 6월 10일부터 18일까지 열렸으니, 두 콩쿠르 사이 간격이 1주일밖에 안 되었습니다. 김성호는 오페라 극장 가수로 일하고 있어서 콩쿠르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이미 BBC 카디프 콩쿠르 참가가 결정된 상황에서 무리하면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까지 나갈 필요는 없어 보였거든요.

"제 삶의 모토가 '후회하지 말자'거든요. 그러니까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후회하지 말자'예요.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후회하는 건 할 수 있는 후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후회하는 것은, 제 인생에서 하면 안 되는 후회라고 생각합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도 후회하기 싫어서 나갔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그가 출연하는 오페라 공연 일정과 딱 겹쳤습니다. 그래서 도르트문트와 브뤼셀을 오가며 공연에는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극장장과 약속하고 콩쿠르에 출전했습니다. 두 도시는 기차로 네 시간 반 거리입니다. 1라운드는 바로 전날 공연을 하고 브뤼셀로 이동해 경연에 참가했습니다. 1라운드가 끝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서 공연하는 강행군을 하고, 2라운드에 참가하기 위해 또 기차를 탔습니다. 하지만 2라운드는 선곡 실수와 컨디션 난조로 다음 라운드인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김성호 자신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수상하면 한국에서 이슈가 되는 걸 기대 안 한 건 아니지만, 다른 콩쿠르에서 이미 우승한 적도 있고, 굳이 이 콩쿠르에 나갈 필요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이 콩쿠르에 나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조수미 선생님 한 마디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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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선생님을 이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세 번째 뵙는 거였어요. 첫 번째는 퀸 소냐 콩쿠르, 두 번째가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컵이었어요. 글라인드본 오페라 컵은 동양인이 저하고 중국인 소프라노밖에 없었고, 제가 파이널에 올라가서 정말 최선을 다 했거든요.

조수미 선생님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끝나고 나서 저한테 오시더니 노래를 왜 그렇게 했니, 하시더라고요. 저는 열심히 했는데 제 소리가 잘 안 들렸나 봐요. 조수미 선생님이 '이걸 꼭 고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말씀해 주신 거겠죠.


그 얘기 듣고 저 고민 정말 많이 했어요. 함부르크 오페라 스튜디오에 있을 때였는데, 그래서 연광철 선생님이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하러 오셨을 때 제 소리를 꼭 봐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러면서 제 문제를 테크닉적으로 많이 해결할 수 있었고, 그 후 도르트문트 극장 솔리스트로 합류해서 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제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꼭 나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조수미 선생님께 '제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제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조수미를 대면해 인사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이 콩쿠르는 각 라운드 참가자들이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제언을 듣는 자리가 있는데, 김성호는 여기 참석하기 위해 2라운드에서 떨어지고 독일 돌아가서 공연하고 다시 브뤼셀로 갔지만, 공교롭게도 조수미가 그때 파리 일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 만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SNS를 통해 조수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조수미는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을 축하한다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당시 SNS에 나눴던 대화
김성호는 글라인드본 오페라 컵 출전 당시만 해도 '내 소리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는데, 조수미 선생님이 던져준 화두가 자신을 발전시키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습니다. 글라인드본 오페라 컵이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나, 모두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에게 큰 의미가 있는 콩쿠르였던 겁니다.
 

'판듀'도 팬텀싱어도 결국은 콩쿠르?

그러고 보니 이 글 처음에 언급한 '판타스틱 듀오'도 어찌 보면 콩쿠르와 흡사하네요. 다음 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요. 하지만 그는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그는 한예종을 졸업하고 남성 8 중창 그룹 '벨트라움' 소속으로 크로스오버와 클래식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판타스틱 듀오에 출연했던 '땅끝마을 친구들'도 그렇게 함께 활동하던 성악가들이죠. 테너 김현수는 이후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에서, 안세권은 팬텀싱어 시즌2 결승팀 에델 라인클랑에서, 김재빈은 팝페라 그룹 에클레시아에서 활동하면서 유명세를 얻었죠. 같은 그룹은 아니었지만 팬텀싱어 시즌3의 유채훈, 길병민도 김성호와 함께 노래했던 동료들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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