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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송중기 "아빠 되면 일자리 잃어"…'경력 단절' 우려 발언이 불러온 파장

[주즐레]

스프 주즐레 송중기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연예계에 '경력단절'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의대를 졸업했지만 전업주부로 20년을 지낸 차정숙(엄정화 분)이 간 이식을 받는 큰 수술을 겪은 후 주변과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1년 차 레지던트로 일을 시작하며 겪는 우여곡절을 그렸다. 차정숙이 자신의 꿈을 좇아 주체적으로 세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고, 이런 '경단녀' 차정숙을 연기한 엄정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실제 차정숙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또 다른 의미로 '경력단절'을 언급해 화제가 된 배우가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경솔하다"며 뭇매를 맞았다. 최근 '아빠'가 된 배우 송중기에 대한 이야기다.

"남배우가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면, 일자리를 잃는다"


스프 주즐레
송중기는 최근 영화 '화란'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중국 연예매체 시나연예와 영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송중기의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가 출산하기 전에 진행된 것이다.(송중기는 지난 14일 팬카페를 통해 아내가 아들을 출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뷰에서 송중기는 영화 '화란'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것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에서 돈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돈을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내게 노 개런티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이렇게 언급되는 게 너무 부끄럽다"며 "그저 '화란'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송중기는 '화란'의 대본을 보고 끌렸던 부분을 설명하며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출연료를 받는다면, 내 출연료가 너무 비싸서 많은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그건 이 영화와 맞지 않다"라며 노 개런티로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있던 송중기는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일"이라며 "아빠가 되는 것을 늘 꿈꿔왔다. 왜냐하면 내 아버지를 사랑하고 큰 영향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처럼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동시에 "아빠가 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내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아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늘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고,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업과 가정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송중기는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된다는 것은 때로는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아빠가 되는 것, 아기를 갖는 것,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갈수록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다. 난 두렵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덧붙인 송중기는 "나는 일보다 가족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난 내 직업을 사랑하고,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계속 노력할 거다. 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고, 좋은 아빠이자 남편, 그리고 아들이 될 수 있다. 둘 다 해낼 수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회당 3억 원 받는 사람이, 경력 단절을 논해?

이렇게 송중기의 솔직한 의견이 담긴 해외 인터뷰가 국내로 전해진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논쟁의 중심은 송중기가 언급한 '남배우의 경력단절' 부분이었다.

많은 누리꾼들은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경력단절을 걱정하는 그에게 동의하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남자 배우에게 결혼, 출산은 큰 문제가 안되지 않나", "여자들이 겪는 경력 단절을 생각하면, 그런 말 못 한다", "회당 3억 원을 받는다는 송중기가 자신의 출연료가 비싸다는 걸 인정하면서 경력 단절을 걱정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송중기의 발언이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송중기를 지지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이들은 "틀린 말 하나 없구먼. 인터뷰 내용 중 뭐가 문제인 것이냐", "인터뷰 솔직해서 좋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멜로나 로맨스 작품 출연 제의가 줄어들어 고민일 수도 있지 않나", "자기 이야기라기 보단, 배우들이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에 대해 언급한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를 옹호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송중기는 '화란'이 돈과 상관없이 얼마나 좋은 영화인지 설명하려 했고, 가정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자신의 높은 몸값을 인정하는 셈이 됐고, 결혼과 득남 후 일거리가 줄어드는 경력단절을 걱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배우 송중기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송중기는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재혼'이다. 앞서 배우 송혜교와 결혼과 이혼 과정을 겪었다. 송중기는 2016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방영 초반에 송혜교와의 이혼을 발표했다. 주연 배우의 이혼 소식이 이제 막 첫 방송을 시작하는 드라마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우려와 달리 그의 이혼 소식은 드라마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송중기는 '돌싱'이라 해서 배우로서 딱히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드라마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을 연이어 히트시켰고, 각종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승승장구했다.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송중기는 재혼을 하고 아빠가 됐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거 같진 않다.

송중기는 올해 칸에 초청됐던 영화 '화란'과 '보고타'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촬영도 마쳤다. 공개를 앞두고 있는 차기작이 3개나 된다.

결혼, 이혼, 재혼, 득남 등을 겪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 송중기'의 행적이 '배우 송중기'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치길래, 송중기가 경력 단절을 걱정했는지, 대중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한 누리꾼은 이런 '팩트폭행' 댓글을 남겼다.

"'태양의 후예' 출연료 6천만 원, '아스달 연대기' 출연료 1억 8천만 원, '빈센조' 출연료 2억, '재벌집 막내아들' 3억. 이혼, 결혼과 상관없이 회당 출연료는 쭉쭉 오르고 승승장구했는데... 이 와중에 무엇을 느꼈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직은 여배우에게 더 가혹한 경력단절

송중기의 말이 어불성설로 느껴진 이유는, 우리 사회의 경력단절 문제와 연관된다.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 출산과 양육 문제로 일을 그만두고 '경단녀'가 되는 실정에서,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톱배우 송중기의 말이 불편하게 들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25세~54세 여성 중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가족구성원 돌봄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10명 중 4명(42.6%)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35.0%였던 것에 비해 증가한 수치로, 3년 사이 경단녀의 수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결혼 후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경단녀가 되는 건 여자 연예인들에게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리 톱스타라도, 심지어 서로의 일을 잘 이해하는 연예인끼리 만나 결혼을 해도, 출산과 육아 과정을 거치며 일을 쉬는 건 대부분 여성 연예인 쪽이다.

그렇게 수년간 연예계를 떠나 있으면 다시 돌아올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아 경력단절 기간이 계속 길어질 수밖에 없다.

스프 주즐레
백종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소유진은 지난 2020년 방송된 MBN '자연스럽게'에 출연해 "삶과 일의 균형을 추구하는 시대인데, 엄마가 되니 어디까지 아이에게 희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결혼과 출산 이후 배우 생활을 계속하기가 '경단녀'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했고 그걸로 상을 받았는데, 수상 소감으로 "다시 일 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배우 한지혜도 "결혼하고 좀 쉬었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려니, 정말 힘들더라"라고 공감했다. 한지혜는 "감독님과 작가님의 선입견이 있으니까"라며 '애엄마'를 바라보는 업계의 다른 시선에 대해 언급했고, 소유진은 "열심히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애를 중간에 챙겨야 하고 하니까"라며 맞장구를 쳤다.

경력단절 여배우의 고민은 대선배인 전인화도 마찬가지였다. 소유진과 한지혜의 이야기를 들은 전인화는 "나도 결혼하고 중간에 7년을 쉬었다. 아이들 때문에 정신없어서, 중고등학교 넘어갈 때 완전히 쉬었다. 그때가 '여인천하' 끝나고 최고의 시점일 때다"라며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일을 멈춰야만 했던 속사정을 밝혔다. '경단녀'가 됐던 당시 전인화의 나이는 39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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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수영과 결혼한 박하선도 지난 2020년 김이나 작사가가 진행하는 웹예능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경단녀'의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박하선은 김이나와의 모바일 톡 대화를 하며 "경력단절도 경험해 봤다"면서 "열애설 나고 2년, 결혼과 임신, 육아로 2년 동안 경력이 단절됐다. 처음 쉬어봤다. 나는 (경력단절이) 없을 줄 알았는 데 있더라"라고 속상해했다.

특히 박하선은 자신의 캐스팅이 밀린 배경에 대해 "더 속상한 건 차라리 방송국의 나이 많은 분들은 옛날 분이라 그렇다 쳐도, 같은 유부(기혼)인데 미혼 하고만 작품 하겠다는 분들도 있다. 자기도 애 있으면서"라고 말했다.

이런 박하선의 발언은, 유부녀 여배우를 바라보는 일부 업계 사람들의 그릇된 시선을 짐작할 수 있어 충격을 줬다.

경력단절, 그래도 언젠가 기회는 온다

이렇게 경력단절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자, 요즘 여성 연예인들은 출산 후 빠른 복귀로 공백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혼 전처럼 로맨스 작품에 주연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긴 하지만, 욕심나는 작품이 있다면 빨리 복귀해 배우로서 연기 생활을 이어 나가려 한다.

여성 예능인들의 복귀는 더 빠르다. 지난해 출산한 후 올해 드라마와 영화로 복귀하는 박신혜, 황정음, 이하늬, 출산 한두 달 만에 방송에 복귀한 이지혜, 홍현희, 이수지 등은 빠른 복귀로 경력단절 우려를 피했다.

반면 남배우들은 결혼하고 아빠가 되어도, 작품활동에 타격이 없어 보인다. 한국 연예계에서 남자 톱배우가 아빠가 됐다고 캐스팅에서 밀려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멜로나 로맨스 작품에 대한 러브콜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결혼 후 아빠가 됐지만, 배우 이병헌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20세 나이차를 극복하고 김태리와 애절한 로맨스를 선보였고, 조정석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전미도와의 로맨스로 설렘을 안겼다. 연기력만 뒷받침된다면, 남배우가 처한 상황은 범법만 아니라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소속 여배우의 결혼과 출산 이후의 복귀작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예전처럼 로맨스물에 주연으로 들어가는 게 힘들고, 이곳저곳 눈치도 봐야 하고, 바뀐 이미지 때문에 일이 지장을 받을 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 관계자에게 기자는 이런 조언을 해줬다.

"요즘 대중들은 똑똑해요. 배우가 맡은 캐릭터를 소화만 잘해준다면, 극에 잘 녹아들어 작품의 한 축을 든든하게 받쳐주기만 한다면, 그가 유부남이든 유부녀든, 엄마든 아빠든 중요하지 않아요. 연기만 잘해보세요. 그럼 대중은 그 배우가 아니라, 작품 속 그 캐릭터로만 받아들일 거예요."

결국 배우에게 중요한 건 연기다. 신분이 뭐든 이미지가 어떻든, 연기로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된다면, 언제든 기회는 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양한 OTT와 채널의 확장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더 많아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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