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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홍석천 이후 20여 년, 우리나라서도 샘 스미스가 나올 수 있을까

주즐레(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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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상을 비롯해 한 해 무려 4개의 본상을 수상했던 영국 출신 팝스타 샘 스미스(30)는 성소수자다. 샘 스미스는 1집을 발매하기 전부터 자신의 성 지향성을 커밍아웃했다. 샘 스미스가 방송에서 말하길 "엄마에게 4살 때 커밍아웃을 했는데 엄마는 이미 3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라고 한다. 그는 자신을 여성, 남성으로 나누지 않는 '논 바이너리'라고 칭했다. 그렇기에 영어식 표현으로도 'He'나 'She'가 아닌 'They'로 표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샘 스미스가 공식석상에 높은 하이힐에 바지폭이 독특한 디자인의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남자친구와의 연애 소식도 들렸다. 상대는 뉴욕의 아주 잘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 온라인상에는 축하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샘 스미스 패션의 파격적인 변화는 아무래도 그의 남자친구와 관련이 있을 법도 하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반면 그의 행보를 '독특하다' 혹은 '이상하다'고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샘 스미스의 기사를 접하다 보니, 문득 우리나라에 그와 같은 인물이 나타난다면 어땠을지 상상을 해본다.
 

커밍아웃이 '사회적 물의'로 평가받던 시절

시계를 되돌려서 2000년 9월로 돌아가 보자. 10대 때 일찌감치 자신의 성 지향성을 알고 있던 배우 홍석천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커밍아웃을 했다.

당시는 홍석천이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여성스러운(?) 말투를 쓰는 디자이너로 인기를 몰고 다니던 시점이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던 시기, 가장 보수적인 분위기로 알려진 공영방송 KBS에서 한 홍석천의 고백은 전파를 타지 못했다.

담당 PD가 홍석천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편집한 거였다. 하지만 홍석천의 고백은 몇 달 뒤 "난 호모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세상에 나왔다. 홍석천은 대한민국 연예계 최초의 커밍아웃 연예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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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홍석천에게 벌어진 상황은 익히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다. 지금은 홍석천이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예능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커밍아웃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사건'이었다. 심지어 음주운전, 마약, 폭력 등 범죄가 아닌데도 홍석천이 시청자들에게 다시 돌아오는 데는 꽤 긴 시간이 흘러야 했다.
 

한 드라마 작가가 든 반기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한 뒤 또 다른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등장했다. 빨간색 화장품 통으로 유명했던 한 화장품 브랜드 CF에서였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하리수의 목이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순간 남성들의 전유물로 알려진 목젖이 카메라 정면에 잡혔다.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 하리수는 모델, 가수, 연기자로 활약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호적을 정정하고 가정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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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이라고 불린 지상파 중심의 드라마는 성소수자에 대해서 훨씬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꾸준히 성소수자를 언급하며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한 사람이 있다. 드라마 작가 김수현이다. 커밍아웃 이후 침체기를 겪던 홍석천을 연기자로 복귀시킨 것도 김수현 작가였다.

김 작가는 가족 드라마 형태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남남 커플의 사랑을 이야기의 한 축으로 놨다. 경수(이상우 분)와 태섭(송창의 분)이 사랑에 빠지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언약식 장면까지 내보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경수와 태섭의 언약식 장면을 촬영하기로 했던 성당 측에서 중도에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이 장면은 전파를 타지 못했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밖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에 관한 비판에 대해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핍박에 분개하는 내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건, 장애인 혹은 인종 차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없어져야 할 일"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게 뭐, 'ㅇㅃㅇ'?

그렇다면 지금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대중문화계 시선은 어떨까. 적어도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했던 시기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해 갖는 이질적인 시선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그 일례로 트랜스젠더 풍자를 들 수 있다. 인터넷 방송에서 '입담'으로 인기를 얻어 케이블 TV까지 진출한 풍자는 더 이상 성소수자임을 방송 재료로 쓰지 않고도 잘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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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로는 풍자는 호적 정정을 하지 않아서 법률적으로 남성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성 정체성이 뭔지에 대해 딴죽을 거는 사람들은 없다. 한 누리꾼이 풍자의 법적인 성별에 대한 질문을 올렸는데, 그에 대한 댓글이 인상적이다. "ㅇㅃㅇ?"(알 빠(바) 임?) 이었다. 성 지향성은 풍자가 가진 개인적인 것이고, 시청자들은 방송인 풍자에 대해 방송 진행 능력만으로만 평가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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