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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급 리조트서 벌어진 '왕지네 대소동'

[취재파일] 고급 리조트서 벌어진 '왕지네 대소동'
1. <내 귀에 지네>

● 귀에 들어간 독성 왕지네

상견례를 앞둔 예비신부가 5월 11일 고급 리조트에서 머물다 벌어진 일입니다. 제보자가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눕는 순간 5cm가 넘는 지네가 귀에 들어간 겁니다. 지네에게 귓속 여기저기를 물린 제보자는 응급실을 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귀가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숙소 에어컨까지 고장이 났습니다. 밤을 샌 제보자 가족은 결국 당일 예정된 상견례를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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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대 감은 예비신부, 시댁 어르신과 첫 만남

제보자가 1개월 간 준비한 상견례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시댁 어르신께 공식으로 인사드리는 첫자리였습니다. 귀에 지네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시댁 어르신들은 한걸음에 리조트로 달려왔습니다.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예비 시부모를 처음 봬야 했습니다.

● '럭셔리 스위트룸' 정상가 43만 원

제보자 가족 4명이 머물렀던 호텔방 이름은 '럭셔리 스위트룸'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정상가는 43만 원입니다. 예비 신랑은 대전서 먼 걸음을 한 신부 가족을 위해 할인 가격인 30만 1천 원에 결제를 했습니다. 낭만적인 밤을 꿈꿨던 제보자 가족, 그날 밤 럭셔리도 스위트도 아닌 독성 지네와 마주치게 됩니다.

2. <환불•보상금 논란, 지네 출현 경로 논란 >

● 리조트 "일단 돌아가라, 나중에 치료비 청구해라"

상견례를 취소한 제보자 가족은 지난 12일 오후 퇴실했습니다. 하지만 리조트 측의 대응은 돌아가서 치료를 받은 뒤 치료비를 청구하라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객실 요금 환불은 책임자인 '부사장'의 권한이라며 당장 해줄 수 없다는 게 최초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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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이라면 리조트에 무엇을 요구하시겠습니까?

리조트 측은 제보자 가족에게 일단 돌아가라고 말합니다. 제보자의 아버지는 보상을 어떻게 해줄 것인지에 대한 확답을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녹취(5월 12일)를 들어보면 리조트 관계자는 치료비를 청구하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아버지는 격분했습니다. 어느 아버지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 역시 상견례 자리가 긴장됐겠죠. 이런 와중에 딸의 귀에 지네가 들어가서 상견례가 취소됐습니다. 하지만 리조트는 환불에 대한 확답조차 피했습니다. 여러분이 제보자라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보통의 경우 리조트가 치료비 전액 보상과 객실 요금을 환불해 준다고 해도 분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제보자가 높은 보상금을 요구했다?

리조트 측은 제보자 가족이 터무니없이 높은 보상금을 요구해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제보자의 아버지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는 리조트 측의 반문에 보상금 300만 원 얘기를 딱 한 번 꺼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객실 비용과 치료비, 상견례 취소에 따른 충격, 앞으로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치료비와 위자료를 모두 포함한 금액을 생각했을 겁니다. 제보자측은 리조트 측과 얘기하다가 아버지가 '홧김에' 꺼낸 이야기이며, 그 이후로는 다시 보상금액을 말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취재 도중 의아했던 점은 여수시청과 지역 시민단체도 "제보자가 높은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리조트의 주장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더 믿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양측의 주장을 얼마나 꼼꼼히 따져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제보자는 이 지역에서 이른바 '블랙 컨슈머'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 환불 '그 이상'을 요구하면 잘못된 것인가?

이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안에 적혀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 임은경 사무총장의 도움을 받아 확인했습니다. 비수기든 성수기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숙박 사업자의 과실로 당일 계약이 해지되면, 미리 입금한 숙박 요금을 환급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 리조트는 할 만큼 다했다?

리조트 측은 사고가 발생하고 홍 씨에게 거듭 사과했으며, 이후 조치에서도 '우린 할 만큼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5월 11일 밤 11시쯤 귀에 독성 지네가 들어가 출혈까지 발생한 제보자는 전남병원 응급실에 119 구급차를 타고 갑니다. 동행한 리조트 직원은 없습니다. 제보자는 치료를 받은 뒤 새벽 3시쯤 리조트로 돌아옵니다.

5월 12일 제보자 가족은 체크아웃을 합니다. 리조트는 치료비를 청구하면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제보자 가족은 결국 아무런 합의서 한 장 없이 돌아갑니다. 그 이후 5월 16일 될 때까지 리조트 측은 제보자에게 단 한 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보자가 받은 건 리조트 측 보험사의 전화가 전부입니다.

제보자는 이후 5월 17일 여수시청에 리조트 위생 상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합니다. 그러자 5월 17일 마지못해 리조트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옵니다. 통화(5월 17일) 녹취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환불을 해주겠습니다.'란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리조트 관계자가 환불을 해주면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거냐고 묻는 질문은 있습니다. 기분이 상한 제보자는 더 이상 환불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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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성 지네는 어디서 나왔을까?

제보자는 지네의 출처로 보조 이불 가방을 지목했습니다. 제보자는 체크인을 하고 이불이 부족해 보조 이불을 요구했습니다. 리조트 직원이 바로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이불 가방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고 제보자는 말합니다. 위생 상태가 의심스런 대목입니다. 제보자는 이 가방에서 지네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수시청 숙박지도 팀은 제보자의 민원 제기로 긴급 위생 점검에 나섰습니다. 지네가 외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리조트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외부에서 지네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리조트 측이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했습니다. 객실이 20개가 넘는 숙박영업시설은 매달 한 번 이상 외부기관에 의뢰해 소독을 해야 하는데, 해당 리조트는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3. <리조트 고위 관계자들>

● "솔직히 벌레 어디 가더라도 물릴 수 있는 거잖아요."

여수에 갔을 때 리조트 고위 관계자들도 만났습니다. 리조트는 아직 개업한 지 1년이 안 됐다고 합니다. 그들과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5월 26일 자 기사에 모두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리조트 관계자들이 했던 말입니다.

"솔직히 어디 가더라도 벌레에 물릴 수 있는 거잖아요. 어디 가더라도 물릴 수 있는 거예요. 개미한테 물릴 수 있고, 사고는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사람(제보자)이 계속 댓글 남기고 있어요. 안 좋게…손님들이 봤을 때, 완전 영업방해거든요."

"지금 그 사람(제보자)의 30만 원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저희들의 데미지를 생각해보시면 어마어마합니다."    

리조트 측의 주장대로 '할만큼 다 한' 걸까요? 고위 관계자들의 말만 들어도 왠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 고급 리조트서 하룻밤…귓속 아파 깼더니 '독성 왕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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