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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소름 끼치는 조 아저씨(Creepy Uncle Joe)…트럼프 대항마 바이든의 '나쁜 손' 논란

[월드리포트] 소름 끼치는 조 아저씨(Creepy Uncle Joe)…트럼프 대항마 바이든의 '나쁜 손' 논란
● 민주당 여론조사 1위 바이든…이대로면 트럼프 대항마

미국 민주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인지 벌써 10여 명의 유력 정치인들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단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콤비로 8년간 백악관을 지켰던 인물이어서 미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전을 벌일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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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잇따른 여성들의 폭로

하지만 바이든 부통령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폭로에 나선 인물은 2014년 네바다주 부지사 후보였던 루시 플로레스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 지원 유세를 와줬는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플로레스는 "바이든이 뒤에 바짝 붙어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머리카락 냄새를 맡고, 머리 위에 천천히 키스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뇌가 작동을 멈추는 것 같았고, 너무 창피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플로레스는 그의 접촉이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범죄는 아니었지만, 모욕적이고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신체접촉 논란
플로레스의 폭로 인터뷰로 논란이 벌어지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선거 유세를 하면서 수많은 악수와 포옹, 애정과 지지의 표현을 했다"며 "단 한 번도 부적절하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 제기가 있다면 정중하게 듣겠다"면서도 "결코 내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판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결코 문제 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피해 여성이 나섰습니다. 해명을 보고 화가 난 여성이었습니다. 민주당 하원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에이미 래스포는 지난 2009년 코네티컷 주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목을 손으로 감싸고, 코로 비비려고 끌어당겼다는 겁니다. 자신을 끌어당겼을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입에 키스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불편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래스포는 "바이든의 해명에 역겨움을 느꼈다"며 "그의 행동보다 말에 더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의 해명은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신체접촉 논란
뉴욕타임스가 추가 폭로를 보도했습니다. 케이틀린 카루소는 2016년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에서 열린 성폭력 예방 행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넓적다리에 손을 얹고 자신을 꽤 오래 포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이기도 했던 카루소가 자신의 경험을 말한 자리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디 제이 힐이라는 여성은 지난 2012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기금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만나 사진을 같이 찍으려고 했는데, 손을 어깨에 얹더니 등을 쭉 훑어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너무 불편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 바이든의 '민망한 접촉'…힐러리를 16초나 끌어안기도
바이든 신체접촉 논란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망한 신체 접촉으로 원래 악명 높았습니다.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이 취임식을 할 때 긴장을 풀어준다며 부인의 어깨를 마사지하고 귓속말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공항에서 만나 연인처럼 끌어안고 대화를 이어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당시 CNN은 초 시계로 시간을 재기도 했는데, 무려 16초나 됐습니다. 상원 의원 취임식 때는 의원 가족들의 신체를 만지며 얘기하는 장면이 그대로 카메라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어린 학생들도 있었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많았습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아예 관련 영상을 모아서 소름 끼치는 조 바이든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머리 냄새를 맡고, 키스를 시도하고, 놀라 움찔하는 아이들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지켜보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바이든 전 부통령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 바이든 "개인 공간을 존중하겠다"…사과는 없어

논란이 계속 커지자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위터에 해명 영상을 올렸습니다. 자신은 정치가 사람들과의 연결이라고 생각했고, 악수하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포옹하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준은 변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개인적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더 신경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여성들에게 사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논란이 확산하는 걸 차단해야겠지만,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부터 사과할 수는 없다는 의도로 읽히는 부분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곧 출마 선언을 할 테니 앞으로 여성들에게 잘하겠다는 취지로 들립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과정을 가장 웃고 즐기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야당 의원들에게 입에 담기 민망한 독설을 쏟아내곤 하는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서는 '미친 조(crazy joe)'라고 하거나 '지능이 낮다'는 막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조롱과 비아냥을 쏟아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주의자가 아닌 후보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이 세계에 온 걸 환영해.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 조? (Welcome to the world, Joe. You having a good time, Joe?)"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 "세상이 바뀐 지 몰랐다"…정치인의 신체 접촉은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물론 바이든 전 부통령의 행동은 공개적인 것이었다는 점에서 본인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절대로 은밀하게 문제적인 행동을 했던 게 아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 드러내 놓고 자신의 스킨십을 대중에게 보여주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의 나쁜 손버릇은 사실 과거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을 정도로 미국 정가에서는 알려진 사실입니다. 보기에도 민망하고, 당하는 당사자들도 민망했지만, 부통령이라는 권력 앞에서 제대로 문제 제기를 못하고 넘어갔던 사안이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여성을 함부로 만지고, 코를 들이대는 건 미국에서 용납 가능한 행동이 아닙니다. 그걸 알면서도 바이든은 그동안 개의치 않았던 겁니다. 논란이 발생해도 바이든은 40년간 자신이 정계에서 하던 대로 똑같이 행동했던 겁니다. 게다가 미투 열풍을 거치면서 미국에서도 신체 접촉의 기준은 더 엄격해졌습니다. 세상은 진작에 바뀌었는데,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되자 기준이 바뀐 걸 알았다는 해명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합니다.

바이든의 최대 약점은 나이입니다. 1942년생으로 미국 나이로 76살인데, 이 나이에 대선에 도전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버니 샌더스는 바이든보다 한 살 더 많습니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나이가 많습니다. 그나마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이나 낸시 펠로 하원 의장 같은 쟁쟁한 정치인들이 모두 70대여서 도드라져 보이지 않아 보일 뿐입니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려면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이런 논란은 바이든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꼰대 할아버지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체 접촉과 관련해 낸시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참고할 만합니다. 이번 논란이 벌어진 뒤 펠로시 의장은 언론사 행사에서 자신은 팔을 쭉 뻗는 클럽(straight-arm club)이라며 적어도 팔을 편만큼 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도보다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며 "감기에 걸린 척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의 신체 접촉과 관련해 미국은 물론 우리 정치인들도 새겨들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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