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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文 "정책본부장과 토론하시죠", 그 문제 따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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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 토론이 이제 오늘(2일) 저녁, 한 번밖에 안 남았습니다. 지난 토론을 뜨겁게 달궜던 논쟁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죠. 그 중에 공무원이 17만4천 명입니다. 근데 이 공무원 채용에 돈이 얼마나 드느냐를 놓고 후보 간에 매번 설전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그럴지 모릅니다. 공무원 17만4천 명, 이걸 임기 첫해에 다 뽑는 게 아니라, 1년에 34,800명씩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뽑는다는 공약입니다. 문 후보는 이 정도 규모의 공무원을 신규 채용하는데 17조 원이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 “정책본부장과 토론하시죠” 했던 바로 그 문제

4월 25일 토론 때는 유승민 후보가 17조 원은 말이 안 된다, 너무 낮춰 잡은 금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산도 제대로 안 해봤다”는 말도 했습니다. 두 후보 간에 설전이 이어지다, 문재인 후보가 그건 정책본부장과 토론해보라고 했고, 문 후보는 다음번 28일 토론에서 이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28일에는 안철수 후보도 나섰습니다. 안 후보는 17조 원이라는 게 공무원 임금만 계산한 거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다른 예산이 빠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공무원 신규 채용 재원, 어떻게 계산할까?
2017 미리 보는 비용추계(국회예산정책처 발간)

후보 간의 계산법 차이를 설명드리기 앞서, 공무원 1명을 신규 채용할 때 돈이 얼마나 드는지, 그 계산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 미리 보는 비용추계’라는 보고서(2017.3.31 발간)에서 공무원 1명 신규채용시 필요한 재원을 계산했습니다. 필요한 금액은 크게 3가지입니다.

① 인건비(봉급액 + 공통수당)
② 법정부담금(공무원연금 등)
③ 기본경비: 조직운영에 소요되는 기본적 경비(PC 교체, 사무용품 구입비 등)

공무원 신규 채용시 재원 계산 방법(출처: 국회예산정책처)
공무원은 사람만 뽑아놓는다고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인건비, 법정부담금에 ‘기본경비’를 포함해 재원을 계산했습니다.

● 文 후보 측, ‘기본경비’를 빼고 계산한 수치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7급 공무원 7호봉을 기준으로 1인당 연 3,400만 원으로 계산”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저희 ‘사실은’ 취재팀은 여러 차례에 걸쳐 문 후보 측에 ‘3,400만 원’을 계산하게 된 세부 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은 공무원 봉급표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고, ‘기본경비’는 포함하지 않은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①번과 ②번은 포함시켰지만, ③번은 빠져 있다는 뜻입니다.아래 그림에서, 파란 박스만 계산했다는 얘기입니다. 
공무원 신규 채용시 재원 계산 방법(출처: 국회예산정책처)
● ‘기본경비’ 포함하면? 수 조원 늘어날 것

‘기본경비’를 계산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7급 1호봉의 기본경비는 1년에 430만 원 정도 됩니다. (7급 7호봉의 기본경비는 물론 이보다 많겠지만, 예산처 자료에는 7호봉의 기본경비가 나오지 않아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문 후보 측은 임기 첫 해 34,8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이니까, 첫 해에만 문 후보 측이 밝힌 재원보다 1,500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매년 34,800명을 추가 채용하고, 그 숫자가 누적되면 임기내 필요한 기본경비 재원은 몇 조원 되겠죠. 이 금액을 문 후보 측이 제시한 17조원에 더해야, 좀 더 현실적인 재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 박스가 7급 1호봉의 기본경비 금액입니다. 
7급 1호봉의 '기본경비'는 430만원(출처: 국회예산정책처)

● ‘7급 7호봉’ 3,400만 원으로 뽑을 수 있나?

위의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다시 보면, 1년 3,400만 원으로 뽑을 수 있는 건 7급 7호봉이 아니라 7급 1호봉 정도로 나타납니다. (파란 박스, 7급 1호봉 필요 재원이 3,360만 원 정도) 예산정책처는 ‘기본경비’를 포함해 재원을 계산한 것이고, 문 후보 측은 ‘기본경비’를 제외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제 문 후보가 얘기한 7급 7호봉을 뽑으려면 1호봉을 뽑을 때보다 돈이 얼마나 더 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7호봉과 1호봉의 차이, 이것도 수조 원대
경찰, 소방공무원 봉급표(출처: 공무원 보수 규정)
2017.1.6에 나온 올해 공무원 보수 규정을 보시죠. 문 후보는 경찰과 소방 공무원 위주로 채용하겠다고 해서 경찰-소방공무원 봉급표를 살펴봤습니다. 7호봉과 1호봉의 봉급 차이는 53만 원 정도입니다. 1년이면 7호봉은 1호봉보다 급여를 636만 원 더 줘야 합니다. 첫 해 34,800명을 신규 채용할 경우 급여만 2,200억 원 더 필요하다는 뜻이고, 이것도 5년 임기로 따지면 몇 조원 더 필요할 겁니다. 물론 7호봉에 들어가는 ②법정부담금과 ③기본경비도 1호봉보다 많은데, 이걸 계산에 넣지 않아도 이 정도 차이가 납니다.

● 문 캠프 안에서도 오락가락 계산 
문 후보 측 김진표 일자리위원장 "공무원 채용 21조원 필요"(출처: KBS 방송화면)
참고로, 문 후보 선대위 김진표 일자리위원장(前 경제부총리)은 4.23 KBS 토론에 나와서 5년간 공무원 17만4천 명을 채용하는데 21조 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당 급여 2,500만 원 들어가고, 4대보험이나 간접비, 컴퓨터비 행정비용 다 합해도 한 사람당 연 4천만원이면 된다”는 게 김진표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컴퓨터비, 행정비용이라고 말한 걸로 봐서 '기본경비'도 포함한 금액으로 추정되는데, 문 후보가 언급한 17조 원보다 4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입니다. 김진표 위원장은 한 사람당 4천만 원으로 계산, 문재인 후보는 한 사람당 3,400만 원으로 계산한 건데, 이걸 5년으로 계산하면 수 조원의 차이가 납니다. 당 내 교통정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늘 마지막 토론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고, 혹시 계산이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후보가 직접 구체적으로 설명해 숫자 논란을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다 여러분 세금을 쓴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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