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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中 한류 금지령에 촉각…올해 상영작 전무

영화계, 中 한류 금지령에 촉각…올해 상영작 전무
올여름 1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은 해외 156개국에도 판매됐다.

특히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부산행'의 배급 판권은 중국에도 팔렸다.

그러나 현지 극장 개봉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한국에서 '부산행' VOD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에 빠른 속도로 불법 유포됐고, 현지에서 '부산행'을 패러디한 광고가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 뉴(NEW) 관계자는 23일 "'부산행'의 배급권을 사간 중국 측 배급사가 당국에 심의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사드 배치로 논란이 인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에 배급권을 팔았기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처럼 극장 상영에 따른 부대 이익을 거둘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중국이 최근 한류 금지령인 일명 '한한령'(限韓令)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영화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고 있다.

중국에서도 통하는 스타를 기용한 뒤 중국 판권 판매를 통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국내 드라마 시장보다는 영향이 덜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영화업계도 유·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한국영화 해외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부산행'과 '터널', '럭키' 등의 판권이 중국에 팔렸지만 2015년 9월 '암살' 이후 한국영화 개봉 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2014년에 '명량', '감시자들', '설국열차'가 개봉하는 등 해마다 3∼4편이 중국 현지에서 꾸준히 개봉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중국 현지에서 합작영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한국 업체들도 언제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중국사무소에 확인해보니 중국 측의 가시적인 제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는 사태가 어떻게 흐를지 몰라 우려가 크지만,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역풍을 맞을까 봐 내색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기덕 감독이 중국 제작사 측과 추진한 420억원짜리 합작영화 '무신'은 끝내 제작이 무산됐다.

김 감독 측은 지난 9월 "현지 영화 연출을 위해 중국에 상용 비자를 신청했는데, 중국 측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계속 바뀌고 있다"면서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표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내 스타인 하지원·천정명과 중화권 스타 진백림이 출연한 영화 '목숨 건 연애'(오퍼스픽쳐스 배급)는 지난 4월 한국과 중국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가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다음 달 15일 국내 단독 개봉하기로 결정됐다.

중국과 합작영화를 제작 중인 대형 투자배급사들도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국내 주요 배급업체 중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CJ E&M은 현재 중국판 '베테랑' 등의 작품을 공동 제작하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한중 합작으로 추진 중인 작품이 5∼10편 정도 되지만 아직 기획 단계여서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쇼박스는 지난해 중국 현지법인 '쇼박스차이나'를 설립하고서 중국 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와 함께 3년간 한중합작영화 6편 이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쇼박스 측도 "현재 진행 중인 합작영화들은 모두 중국 감독과 중국 배우를 기용하는 등 중국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한령을 중국 정부가 부인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 언론 등을 통해 크게 다뤄지면서 오히려 상호 협력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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