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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워셔액 속 메탄올…"실명 위험 주의해야"

차량용 워셔액 속 메탄올…"실명 위험 주의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유해성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유리를 닦는 차량용 워셔액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박가영(가명·22)씨는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전날 술을 마시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옆에 있던 차량용 워셔액을 이온음료로 착각해 종이컵에 따라 반컵 정도를 마신 뒤 시력이 떨어지고 불빛이 번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시신경병증 진단을 받은 박 씨는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 집중적인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받았다.

치료 결과 시신경에 손상을 남겼지만, 다행히 시력 일부는 보존할 수 있었다.

13일 김응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실수로 워셔액을 마시거나 작업 중 메탄올 노출로 시력 저하나 실명을 겪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용 워셔액에는 메탄올 성분이 25~50%를 차지하는데 메탄올은 소량 섭취만으로도 중추신경계를 파괴하고 영구적인 신경장애나 돌이킬 수 없는 실명을 초래하는 유독한 물질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메탄올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고 간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 또는 폼산으로 변한다"며 "폼산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고 신경돌기 부위를 악화시켜 망막 세포를 파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 안으로 유입되는 워셔액은 적은 양의 메탄올이라도 어린아이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워셔액뿐만 아니라 메탄올이 함유된 제품들은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여름철 휴가지에서 불법으로 만들어진 술에 메탄올이 섞여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2012년 체코에서 메탄올로 만든 밀주 보드카를 마시고 19명이 사망하고 24명이 실명 위기에 빠지는 등의 사건이 일어났으며 발리, 인도, 캄보디아 등에서도 비슷한 사건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불법주류 섭취를 통한 메탄올 중독 피해자가 20~800명 사이로 사망률은 30%에 달한다"며 "여행지에서 출처가 의심스러운 술은 함부로 마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메탄올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각적인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메탄올의 독성 효과는 메탄올이 대사작용을 거쳐 폼산이 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메탄올에 중독되면 몇 시간 동안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졸림, 떨림, 두통, 구토, 복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시력장애는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한 만큼 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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