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조촐하게 졸업식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50명의 학생들은 지난 주말 졸업식이 아닌 방학식을 가졌습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2명의 선생님과 4명의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학교를 떠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명예 졸업식을 마련해주겠다는 학교 측 제안을 유가족들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고 당시 2학년이던, 이제는 명예 3학년인 희생자들은 시간이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진 채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긴 방학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이들이 졸업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수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김상호/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 졸업식 이후에 교실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여러분이 앉아계신 곳의 그 아이의 기록들을 사진으로 하나하나씩 남겨놓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10개의 교실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참사 전까지 학생들이 생활했던 이 교실들은 참사 이후 '4·16 기억교실'로 불리며 추모의 공간으로 남아 지난 2년간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는데요, 경기도 교육청이 이 교실들을 졸업식 때까지만 존치시키겠다고 했었기 때문에 유가족대책협의회가 명예 졸업식을 거절한 겁니다.
교육청은 대신 학교 정문 건너편에 지상 5층 규모의 가칭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짓자고 제안했지만, 유족들은 기억교실을 옮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지나 예산 확보가 검토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수백억 원을 들여 역사를 박제화하려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300여 명의 신입생을 수용하려면 이 교실들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온기를 보존하는 것만큼 학교 기능의 정상화도 필요하다는 학내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불의의 기억을 강제로 지우는 것도, 그렇다고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기억의 벽으로 가로막는 것도 둘 다 피해야겠죠. 모두가 지혜를 모아 기억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 [취재파일] 단원고 3학년, 그들이 졸업을 할 수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