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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허삼관', 감독 하정우 믿어도 좋습니다…웃음과 감동의 가족영화

[리뷰] '허삼관', 감독 하정우 믿어도 좋습니다…웃음과 감동의 가족영화
하정우와 위화, 흥미로운 조합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믿음직한 연기파 배우와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위화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만난다는 건 관객에게나 독자에게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 결과물인 '허삼관'(감독 하정우, 제작 두타연)이 오는 14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영화 '허삼관'은 위화가 쓴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제작사 두타연의 안동규 대표는 무려 16년 전 이 소설의 영화화를 위해 판권을 구입했다. 타이틀롤 허삼관을 연기할 배우를 찾아 표류하던 영화는 2015년에서야 임자를 만났다. 주인공은 하정우. 허삼관을 연기하는 것도 모자라 연출까지 맡았다.

원작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충무로로 넘어온 이 소설은 감독 하정우에 의해 각색되고, 배우 하정우에 의해 시연되면서 새롭게 거듭났다.소설이 풍자와 해학이 조화를 이루는 블랙 코미디라면 영화는 웃음과 눈물이 넘치는 가족 드라마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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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충청북도 공주, 피끓는 청년 허삼관(하정우 분)은 동네 최고의 미녀 허옥란(하지원 분)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미 하소용(민무제 분)이라는 약혼자가 있다. 치밀한 구애작전 끝에 허삼관은 허옥란과의 결혼에 성공하고 세 아들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금지옥엽 아끼던 첫째 아들 일락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남자의 삶은 괴상하고 특별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피 정도는 팔아줘야 건실한 남자라는 해학적인 이유가 다가 아니다. 생계와 가난이라는 시절의 비애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허삼관'이 전후 시대의 불완전한 사회나 배고픔으로 굶주리는 삶의 비극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소소한 유머 속에서 따스한 감동을 실어나는데 집중한다. 

감동의 핵심은 부성애다. 장남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뒤 허삼관은 매몰찬 아버지로 돌변한다. 그러나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부성애는 단순히 낳은 정과 키운 정의 우위 관계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위대하다는 것을 허삼관은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가족애의 회복과 가족의 소중함이다.

영화의 얼굴은 타이틀롤을 맡은 하정우다. 그는 폭넓은 장르 영화 출연과 경계 없는 캐릭터 선택을 통해 두터운 신뢰감을 쌓아왔다. 이번 작품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아버지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전이다. 분명 경험해보지 않은 캐릭터와 감정이지만, 여전히 그의 연기는 단단하다. 특히 진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눈물 연기는 보는 이를 무장해제 시킨다.

'허삼관'은 감독 선언을 한 하정우의 두 번째 출사표이기도 하다.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아쉬운 평가를 거름 삼아 초심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물인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대중과의 교감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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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화려한 휴가', '군도:민란의 시대'로 유명한 박일현 미술감독은 순천과 합천에 대규모 세트를 마련해 1950~60년대의 분위기를 마치 동화 속 마을처럼 따뜻하고 정겹게 살려냈다.

또 '멋진 하루', '러브 픽션', '롤러코스터' 등 하정우의 대표작에서 호흡을 맞춰온 푸디토리움 김정범 음악 감독이 체코 프라하와 미국 뉴욕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해 완성한 음악도 영화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다.

하정우의 두번째 도전에는 하지원을 비롯해 이경영, 조진웅, 김성균, 성동일, 장광, 민무제, 전혜진, 주진모, 이지훈, 강신철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함께 했다. 이 화려한 출연진은 역할의 경중에 관계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했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허삼관'은 가족들이 함께 보면 더없이 좋을 영화다. 가족 드라마의 훈훈함에 로맨틱 코미디의 상큼함을 더했다는 것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하정우와 하지원이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밀당은 요즘 시대에 대입해봐도 흥미로운 '연애의 기술'이다.

하정우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을 '어른들의 판타지'라고 표현했다. 허삼관네 가족이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의 판타지는 오는 14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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