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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정폭력은 집안일 아닌 사회범죄

[취재파일] 가정폭력은 집안일 아닌 사회범죄
경찰이 지난 7월부터 접수한 가정폭력 관련 신고사건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내용과 반복 신고 여부 등을 따져 폭력 재발 가능성이 높은 가정을 다시 한 번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2~4달에 한 번 꼴이던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에 대한 확인 주기도 1~2달에 한 번까지 줄이기로 했다. 지난 10일 경기 안산에서 남편에게 피살된 여성이 알고 보니 한 번의 고소와 두 번의 방문신고를 비롯해 모두 11차례 경찰 도움을 청했던 걸로 드러나 국민의 비난을 산 데 따른 조치다.

국민 안전의 제일선을 책임지는 경찰이 가정폭력에 대한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가정폭력은 힘의 균형이 철저히 무너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방적 폭력이다. 공권력의 개입 없이는 근절하기 어렵다. 가정폭력을 ‘집안일’ 정도로 여기는 통념이 있어온 우리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가정폭력이 잦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거나, 성인이 돼 범죄에 빠질 위험성도 높다. 대통령이 나서 가정폭력을 ‘4대 악’의 하나로 규정해 전면전을 다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경찰 대책이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가정 폭력에 대한 현장 경찰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가정폭력범죄를 처벌하는 특례법까지 있지만 강신명 경찰청장 말대로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과 행태가 변화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죽음까지 부른 이번 가정폭력 사건 발생 지역의 치안책임자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취임 땐 “4대악 근절이 경찰 본연의 사명”이라며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등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11차례 출동한 경찰이나, 남편을 두 번 불러 조사한 경찰 가운데 누구도 적극적으로 피해 여성을 보호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정폭력 피해여성들 가운데 2% 정도만 외부에 도움을 청했다. 용기를 내 경찰에 도움을 청해도 “집안일인데 서로 좋게 잘 해결하라”는 얘기만 듣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지난 한 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1만 8천여 명 가운데 구속된 수는 1백 명에 한 명 꼴이다. 이러니 어렵게 신고를 해도 풀려나온 가해자가 더 큰 보복을 하고, 가정폭력이 은폐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번 경찰 대책을 계기로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가해자는 엄히 처벌해 가정폭력이 심각한 사회 범죄라는 인식을 뿌리 내려야 한다. 


▶ [단독] '가정폭력 피살 아내' 사건 보고 왜곡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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