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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한 중국대사 "사드 배치는 한중관계 악영향"…中 속내는?

[취재파일] 주한 중국대사 "사드 배치는 한중관계 악영향"…中 속내는?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어제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국 배치 가능성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추 대사는 어제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중관계의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 그간 말을 아꼈던 추 대사가 작정한 듯 사드에 대해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겁니다.

추 대사는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의 사거리가 2000㎞ 가량일텐데, 이는 북한 미사일의 방어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닌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드 미사일 도입은 북한 미사일 방어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며, 중국의 안전시스템에 해로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런 추 대사의 주장은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은 지난 5월 28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한반도에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이 사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중하게 접근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한국 사드배치
중국은 사드 도입 움직임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탐지가 목표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이를 믿지 않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인 정지융 푸단대 교수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힌 것을 보면 중국 정부의 속내를 알 수 있습니다.

정 교수는 북한 미사일 탐지는 현재 괌에 배치된 사드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것은 결국 중국을 내륙까지 탐측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라는 겁니다. 사드에 포함된 엑스 밴드 레이더의 탐지 반경은 1500~2000㎞로 알려져 있지만, 신호 출력에 따라서는 3000㎞ 이상 장거리 탐지도 가능하다고 중국 측은 보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만일 사드 배치가 된다면, 중국도 가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자기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했듯, 중국도 최신예 전투기 100대를 북한에 팔거나 갖다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가 미중 양국의 거대한 장기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우리 정부가 사드 도입을 추진한다면, 그건 남북간의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미중의 무기들이 한반도로 집결하게 되면서, 더 큰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또한 한중관계가 멀어질 경우, 역설적으로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한 대북 정책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북중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경우 대북 제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현 대북정책은 한-미-중-일 공조체제로 유지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추 대사의 이런 발언이 최근 러시아로 잦은 발걸음을 하는 북한을 달래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사드 도입' 여부가 향후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요소가 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단지 도입 비용만 따질 게 아니라, 군사적, 외교적 파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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