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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내유보금 과세, 대기업은 전부 빠지나?

[취재파일] 사내유보금 과세, 대기업은 전부 빠지나?
● 최경환 경제부총리 "대기업 사내유보금 세제상 불이익 검토"

2014년 7월 1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해 세제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 7.30 재보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최 부총리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은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대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어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분석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여당은 7.30 재보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2014년 9월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은 법인세법 개정안 중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항목으로 포함됐다. 지금까지 쌓아둔 사내유보금에는 과세하지 않겠지만 내년부터 축적하는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금을 배당이나 투자, 고용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환류'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도입 목적이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마침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 5천억원에 매입하면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 국회 예산정책처 "50대 기업 중 과세 대상 없다. 100대 기업 중에서도 3개 뿐"

국회 예산정책처는 그러나 기업소득 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가 도입돼도 50대 대기업은 과세 대상에서 전부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환류세제가 도입돼도 2013년 결산 기준 "총자산 규모 상위 1~50위까지는 과세기업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고, 상위 100위내에서도 3개 기업만이 과세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의 말과 달리 대기업은 전혀 불이익을 받지않는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2014년 세법개정안 분석] 다운로드

환류세제의 과세방식은 이렇다. 일단 '기준미달액'을 설정한다. 기업의 당기소득에 기준율을 곱한 뒤, 여기서 투자와 배당, 임금증가 등을 차감하고 남는 금액이 기준미달액이다. 이 기준미달액에 대해 법인세율 10%를 부과하는 것이 기업소득 환류세제, 즉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이다. 기준미달액에 곱하는 기준율 값은 투자액을 차감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투자를 차감할 경우 기준율은 60-80%고 투자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20-40%다.  두 가지 과세방식 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식으로 나타내면 이렇다.

과세방식 1 : [당기소득 x (60-80%) - 투자·임금증가·배당액] x 세율(10%)
과세방식 2:  [당기소득 x (20-40%) - 임금증가·배당액] x 세율(10%)

즉 기업의 당기소득 일정분에서  임금증가, 배당액, 투자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사내유보금으로 보고, 여기에 10%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투자나 임금, 배당 지출을 늘려 가계소득으로 사내유보금을 환류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주장이다. (투자액 및 임금증가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해 조정의 여지를 남겨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법안에 담긴 위와 같은 과세방식에 따라 2009~2013년간 기업의 재무자료를 기초로 환류세제 효과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자산규모 1-50위까 기업에는 과세 부담이 아예 발생하지 않고, 100위까지 중에도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고 결론내렸다. 예산정책처는 "대부분의 과세기업은 자산 순위 400위를 상회하는 구간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환류세제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작은 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세법개정안 분석])"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시뮬레이션은 자신들의 계산과 다르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령이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액을 구성하는 방식, 임금증가를 규정하는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과세대상 기업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우리가 돌리고 있는 시뮬레이션이 있는데 국회 예산정책처 시뮬레이션과 결과가 다르다 .(대기업 중에) 과세 대상 기업이 그렇게 소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시뮬레이션 결과, 과세대상 대기업이 몇 개나 되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진 않았다.

● 대기업은 빠진 사내유보금 과세…목표한 효과 거둘까?
대기업
기획재정부의 주장이 맞을지,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 맞을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말대로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대기업 쪽에 더 불리한 모델이 적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최경환 부총리가 처음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떠올렸을 것이다. 7월 18일 최경환 부총리의 국회 발언도 분명히 대기업에 대한 과세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예산정책처의 분석이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니라면 재벌기업보다는 중견기업들에 대한 과세방침에 더 가까워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취재파일] 작성 후,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금 5백억원 이상의 기업에만 적용되며, 전체 약 50만개 기업 중 약 4천개 기업에만 해당된다고 밝혀왔다.] 앞으로 시행령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에 비해 대기업에 불리한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이 맞다면 최경환 부총리는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당초 사내유보금 과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이 배제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20대 대기업 집단의 사내유보금은 588조 9500억원에 달한다. 4년 전에 비해 182.6%에 달해 증가 속도도 급속하다. 국민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없이는 기획재정부가 의도한 것과 같은 가계소득 증대 효과가 미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에선 내년도 세금제도를 결정하기 위해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의 주요 기능이 감시와 견제인만큼, 기획재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에 대해서도 당초 최경환 부총리 말대로 설계되었는지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최 부총리가 사내유보금 과세를 말할 때, 50대 기업이 전부 빠질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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