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본 것처럼, 이성열의 번트를 LG 3루수 손주인이 파울로 흘려보냈다. 이 선택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만약 손주인이 이 타구를 잡아 이성열을 1루에서 잡아냈다면? 5회초 한 점 뒤진 채 원아웃 2-3루에 몰린 홈팀의 승리 확률은 27%다. 번트 이전 상황과 똑같다. 즉 손주인이 이 타구를 처리했다면, LG는 위기를 악화시키지 않은 채 하위타순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손주인의 머리(정확히는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몸에 새겨진 기억)는 다른 숫자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바로 볼카운트다.
이성열의 번트가 파울이 되며 볼카운트는 원볼 투스트라이크로 바뀌었다. 올 시즌 1-2에서 리그 평균 타율은 0.199, OPS(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것)는 0.489다.
시즌 OPS 0.797인 이성열은 하락폭이 더 크다. 볼카운트 1-2에서 타율 0.156-OPS 0.466이다. 출루율은 0.167에 불과하다. 즉 번트로 파울로 만들고 나면, '보통의 투수'가 이성열을 아웃시킬 확률이 83%로 올라가는 것이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는 더하다.올 시즌 1-2로 몰린 65번의 타석 중에 무려 55%인 36타석에서, 이성열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즉 손주인으로서는, 이 번트타구를 흘려보내고 나면 이성열을 삼진처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걸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압도적으로 높은 삼진 비율 때문에, 인플레이 타구가 나올 확률은 떨어진다. 게다가 이성열은 '뜬공 성향의 타자'이고 LG 투수 리오단은 '뜬공 성향의 투수'다. 즉 병살타를 유도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만약 이성열을 정말 삼진으로 처리한다면? LG의 승리 확률은 33%로 올라간다. 즉 한 순간에 역전 희망을 6%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리오단의 장점은 '정면 승부'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5%로 선발투수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그래서 타석당 투구수도 3.8개로 선발투수 가운데 6번째로 낮다.
반면 '준수한 수준'의 속구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열심히 던지다 보니, 헛스윙 유도 능력은 떨어진다. 헛스윙 비율이 5.6%로 선발투수 가운데 뒤에서 두 번째다.
그래서 삼진을 잘 못 잡는다. 삼진 비율 역시 11%로 선발투수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4회까지 평소보다 나은 구위를 보이며 자신감까지 충만했을 리오단의 직구는 가운데를 향했다. 그리고 확률대로 이성열의 방망이를 비껴가지 못했다. 확률대로 공중으로 날아간 타구는 넥센의 승리 확률을 85%까지 올리는 천금 같은 적시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