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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수대교 붕괴 20년…못 다한 이야기 ①

이제는 떼야 할 꼬리표…'OECD 최하 수준'

[취재파일] 성수대교 붕괴 20년…못 다한 이야기 ①
“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아침 7시 40분. 한참 출근시간에 한강 성수대교가 이렇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등굣길의 어린 학생과 출근길의 시민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다쳤습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대한민국에서도 서울에서 다리도 믿고 건널 수 없는 기막힌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 원인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부실공사의 혐의도 짙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고질적인 행정당국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금요일의 대참사였습니다..”
 
20년 전. 1994년 10월 21일. SBS 8뉴스의 첫 앵커멘트입니다. 성수대교 붕괴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안타까움과 분노가 묻어났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습니다. ‘다리도 믿고 건널 수 없는’ ‘기막힌’ 일이 이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을까요? 곳곳의 다리를 돌아보며 저는 그 때의 충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웠습니다.

8뉴스를 통해 두 가지 문제를 짚었습니다. 하나는 여전히 유지·보수 보다 새로 짓는데 급급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나는 전국 교량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100미터 이하의 교량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법적 대상(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앞선 기사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해보려 합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체 도로사업 예산 가운데 유지보수 투자 비율은 10% 내외입니다. 기사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OECD 최하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국토부의 올해 도로 예산에서도 유지보수 예산의 비중은 7.21% 정도 수준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2015년 국토부 예산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다음은 지난 9월 17일 국토부의 예산안 관련 보도자료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SOC 노후화에 대비하여 사고 위험도가 높은 시설 및 지역 등에 대한 안전투자를 대폭 강화한다. … 도 로 (’14년 83,912억원 → ’15년안 87,918억원, 4,006억원 증가) … 도로유지보수(3,370→4,776억) 등 안전분야 투자를 대폭 확대”

교량 보수 사업이 들어있는 도로유지보수 분야의 예산이 천4백억 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도로 사업 예산 자체도 늘어났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도로사업 예산 가운데 유지보수 비중은 11.4%입니다. 여전히 10% 내외로 OECD 최하 수준의 예산배치인 겁니다. 마치 어느 개그 프로그램이 생각납니다. 이 정도면 왜 OECD에 들어가 있느냐고 했던가요?
 
미국의 뉴욕시는 교량의 평균 연수가 75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이스트 강에 있는 4개의 교량의 경우 지은 지 100년도 넘었습니다. ‘퀸스보로’교는 지난 1909년에 ‘윌리엄스버그’교는 1903년, ‘맨해튼’교는 1912년, ‘브루클린’교는 1900년대도 아닌 1883년에 만들어진 다리인데 여전히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토연구원의 배유진 연구원은 유지보수에 대한 투자는 참사를 막는 것 말고도 예산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퀸스보로교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철거하고 새로 지을 것인가, 아니면 유지 보수 사업을 통해서 연장할 것인가 중에서 이제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한 결과, 당초 사업 예상 교체 예상되는 예산보다 약 20% 수준으로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죠.”
 
1909년 준공된 퀸스보로교는 BRPR(Bridge Reconstruction Project Report)라는 보강 사업 계획에 따라 보강됐습니다. 이런 작업은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80년대에는 갱신사업 1,2,3호를 진행했습니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는 노면 데크 교체, 배수시스템 설치 등 대대적인 보강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0년까지 보강에 사용된 비용은 8억 달러, 우리 돈 8,458억 4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상당한 돈을 썼다고 보이지만 같은 교량을 새로 지으려면 37억 9,680만 달러, 우리 돈 4조 143억 원이 넘는 돈입니다. 몇 조를 아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노후 교량의 유지보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에서 이런 사례들을 상당수 찾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량들의 대부분은 1990년도에 만들어졌습니다. 전문가은 제대로된 유지 보수 조치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면 이 교량들이 한계에 부딪치는 시점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된다고 말합니다. 2030년에서 2040년이면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퀸스보로교의 보강 작업이 30년 동안 꾸준히 진행됐듯이 우리도 이제 20년 정도 남은 이 시점부터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서둘러 유지 보수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부디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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