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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든 게 죄? 사기범으로 몰리는 환자들

<앵커>

국내 가입자가 2천600만 명이 넘는 실손의료보험, 한때 국민보험으로 불리면서 인기가 높았죠. 그런데 애매한 약관규정을 빌미로 보험사들이 소송을 남발하면서 지난해에만 1만 4천 건의 분쟁이 발생했고, 보험사기로 고발된 사람도 7천 명을 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실손보험이 환자나 의사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그 실태를 전합니다.

<기자>

김 모 씨는 6년 전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대학병원 두 곳에서 수술을 받고, 뇌출혈 후유증에 따른 편마비 증세 때문에 재활치료도 받았습니다.

다행히 뇌출혈 실손보험에 가입해둔 덕에 치료 비용을 보험에서 보상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김모 씨 아내 : 우리 아저씨가 사기 쳤다는 얘기 하기에 아니 우리 아저씨가 환자인데 무슨 사기를 치냐고.]

보험사 주장은 김 씨가 가입한 보험에서는 뇌출혈 치료 비용만 보장되는데 뇌출혈과 관련 없는 재활 치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겁니다.

편마비는 뇌출혈 후유증이지 뇌출혈 치료에는 포함이 안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보험회사 직원 : 약관 해석을 우리는 앞으로 명확하게 하겠다는 얘기예요. 뇌출혈 직접치료 목적으로 입원했을 때만 입원급여금을 지급해 드리겠다고요.]  

얼마후 설상가상으로 김 씨 부인마저 보험 사기혐의를 받았습니다.

올해 허리 디스크가 생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했고 그 비용을 보험회사에 청구했는데 이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입원해야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보험회사가 조사해보니 김 씨 부인이 병원 식사를 자주 걸러 입원하지 않은 걸로 추정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식사 기준으로 입원 진위를 판단하는 것도 무리지만, 남편 병간호를 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 아내 : 우리 아저씨가 병원에 있으니까 내가 나가서 밥도 먹고.]  

보험사 직원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보험회사 직원 : (직원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도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렇겠지만, 내가 보험회사에 종사를 안 한다고 하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겠죠.]  

김 씨 부인은 보험금 반환과 함께, 벌금 300만 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고선 남편과 함께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한 유방암 환자의 사연입니다.

맘모톰이라는 방법으로 유방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부위에 피가 고여서 3차례나 더 수술했습니다.

이후 관련비용을 보험회사에서 청구했지만, 지급 규정을 어겼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맘모톰은 간단한 수술이라서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입원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방암학회는 맘모톰 수술의 경우에도 이 환자처럼 수술 후 피가 고이고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계환/변호사 : 사실 환자들 입장에서는 맘모톰이 입원이 되고 보험금 청구하는데 문제가 없구나 생각을 하고 청구를 했고, 보험사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그냥 보험금을 지급했으니까 보험사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던 겁니다.]

애매한 약관 때문에 보험사 내부에서도 판매자와 심사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보험회사 관계자 : 일단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업무 절차를 모를 수는 있습니다. 판매하시는 설계사분들은 이해도가 좀 떨어질 수 있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분쟁이나 보험사기에 휘말리는 경우가 늘다 보니 병원들이 실손의료보험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인석/재활의학과 전문의 : 불특정다수인 환자들이 그 사람이 실손보험을 들었고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진료를 했을 때 발생하는 비급의 진료가 나중에 내가 보험사기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최근에는 실손보험사에 가입된 환자들을 오히려 꺼려하는 의사도.]

보험금이 지급되는 질병의 범위를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입원 여부를 탄력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모델의 의료보험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서경호·김세경, 영상편집 : 박진훈,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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